비문학 인문 제재 분야별 기출 모음 (1) - 진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542731
비문학 사회 인문 제재 분야별 기출 모음 (1) - 진리.PDF
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국어 강사입니다.
지난번 경제 지문 정리와 법·행정 지문 정리에 이어서 오늘부터는 인문(주로 철학) 기출 지문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예상하시겠지만, 또 면피용 잡담을 조금 하고 싶습니다: 저는 철알못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인문계열(영어영문학과)을 전공하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원래 인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문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상경계열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거기 갈 수능 점수는 안 되고 결국 차선책으로 소위 SKY 간판 따려고 영문과를 선택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전에 한 번 오르비에서 인증한 적이 있는데, 제 대학 전공 성적은 학과 꼴찌에 수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놈이 감히 철학 관련 텍스트를 분류하려니 마음이 엄청 켕기는 게 사실입니다만, 일단은 그 동안 수능 언어/국어 영역을 가르쳤던 오랜 경험을 살려서 도전을 해보겠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하는 관대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쪽지나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바로 보완하겠습니다.
우선은 '진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구분 기준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관한 기출 지문부터 모아봤습니다. 난이도가 높진 않지만, 읽다보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지문들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시간과 문제풀이에 너무 구애받지 마시고 독해에 초점을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cf. 들어가기에 앞서 읽어볼만한 텍스트
계몽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성년 상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오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미성년 상태는 그 원인이 오성의 결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 자신의 오성을 사용하려는 결단과 용기의 결여에 있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감히 알려고 하라[(라틴어)Sapere aude / (영어)Dare to know]! 너 자신의 오성을 사용하려는 용기를 가져라!"
이것이 계몽의 표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이 오래 전에 그들을 타인의 지도에서 해방한 후에도 평생 미성년 상태로 기꺼이 남아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그들의 후견인으로 자처하고 나서는데 그 원인은 게으름과 비겁함이다. 미성년으로 있는 것은 매우 편하다. 나를 대신하여 오성을 지니고 있는 책 한 권이 있다면, 나를 대신하여 양심을 지니고 있는 성직자가 있다면, 나를 대신하여 섭생을 판단해주는 의사가 있다면 등,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애쓸 필요는 없다. 돈만 지불할 수 있다면 나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귀찮은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대신 맡아줄 것이다. 인류의 압도적인 다수가(여성 전체를 포함하여) 성년 상태로 나아가는 걸음을 어려울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로 여긴다는 것, 친절하게도 그들의 감독을 자임한 후견인들은 바로 이 점을 확실히 해둔다. 그들은 우선 자신들의 가축을 멍청하게 만들고, 이 온순한 피조물들이 그들이 가둬둔 보행기에서 감히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도록 신중히 예방해둔 후에, 혼자 걸으려고 시도할 경우에는 그들을 위협할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상 그 위험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이어서, 몇 번만 넘어져 보면 곧잘 걸을 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런 예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소심해지고, 겁을 먹어 그 이상 어떤 시도도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 개인이 거의 자신의 본성이 되어버린 미성년 상태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심지어 그 상태를 좋아하게 되었고, 당분간은 실제로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능력도 없는데, 이는 사람들이 한번도 그에게 그런 시도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도와 형식, 천부적 자질을 이성적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오용하는 이 기계적 도구들은 영원히 지속되는 미성년 상태의 족쇄들이다. 그래도 그것을 벗어던지는 사람은, 그렇게 했다 해도 아주 좁은 도랑조차 불안하게 뛰어넘은 셈인데 이는 그가 그런 자유로운 동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정신의 노력을 통해 미성년 상태에서 빠져나오고, 그러고도 확고하게 걸어가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러나 민중이 스스로 계몽될 가능성은 그보다 더 크다. 아니 그들에게 자유만 허용된다면 그것은 거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거대한 군중의 후견인들로 자리잡은 사람들 중에도 언제나 몇몇은 스스로 사유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며, 이들은 스스로 미성년 상태의 멍에를 벗어던진 후에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는 인간의 소명에 대해 이성적으로 평가하는 정신을 퍼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애초에 그 후견인들에 의해 멍에를 짊어지게 되었던 그 민중이, 그 후에는 스스로 계몽의 능력이 없는 일부 후견인들의 사주를 받고 나면 그들 자신이 그 후견인들에게 강요해서 그 멍에 아래에 머물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편견을 심어주는 것이 그렇게 해로운 까닭은, 그 편견들이 결국에는 그것을 처음 일으킨 장본인들 또는 그 선행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중은 아주 더딘 속도로만 계몽에 이를 수 있다. 혁명을 통해서는 개인적인 전제나 탐욕과 지배욕에 의한 억압은 무너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고방식의 진정한 개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 대신 새로운 편견이 옛 편견과 다름없이, 생각없는 거대한 군중을 조종하는 끈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계몽에 요구되는 것은 자유뿐이다. 그리고 자유라고만 불릴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무해한 것, 즉 바로 자신의 이성을 모든 일에서 공적으로 사용하는 자유다.
- 임마누엘 칸트 저. 강유원·정지인 공역.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1784) 중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얼?버기 0
이게 다 새르비 때문임
-
수면제들을 가득 털어먹었는데도 장기에 문제 없대요 사실 부모님한테도 너무 죄스럽고...
-
올해 수능에 나올 문제를 맞히는 방법(6월 미적28번으로-수능예측) 0
안녕하세요. 언제나 올바른 교육을 추구하는 수놀음수능교육센터 입니다....
-
서울대 가는법 1
지방사람인데 샤 정문 보고싶어서 서울대 가려는데 서울터미널에서 지하철 뭐 타야 되요?
-
모고때 10번까지는 다 맞을 수 있나요??
-
ㅈㄴ고민 5
맥모닝 먹으러 갈말 먹으려면 대학로쪽으류 가야하는데 한 10분 걸어야댐
-
지로함 MX 중에 't 값과 관계없이 어떤 직선 위에 있는 점' 아이디어 쓰는 문제...
-
주한미군 감축 관세 최소 25% 이거 진짜하면 대한민국좆되는데
-
맥모닝먹고싶땅 0
먼가 땡기는 그런 아침…
-
기출이었는데 무슨 항아리 만드는 노인이 맘에 안든다며 다 깨부스는 내용이었음...
-
시설 어떰?
-
지금 풍산자 공통수학 1 하고 라이트쎈 공통수학 2를 학원에서 하는데 이거 하면서...
-
수능장 자리배치 2
랜덤인가요?
-
이제 말출만 나갔다여면 전역이구나..이런 날이 왔구나 안 믿긴다
-
브릿지 서바 강케이에 내가 절여진건가..... 한 45까지는 할만한것 같은디
-
6모 백분의 64 떳고 아직 기출한바퀴도 제대로 못돌렸는데 목표는 높3입니다...
-
군수중이라 국어공부를 일주일에 2시간씩 3번, 6시간정도밖에 투자하지 못합니다....
-
역대 국어 변화 5
4->3->2->1->2->2->2->3->1 4는 학평 ㄹㅇ뭐지다노
-
으아아ㅏ아ㅏㅏ아아아아
-
내가 그렇게 할거라는데 말이 많앙!!
-
다른 과목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적이 다 잘 나오는데 국어만 ㅈㄴ 파도 성적이...
-
제가 오늘부로 드디어 평가원 20개년치를 다 봤는데요, 이제 회독도 할거지만,...
-
굿모닝 4
오늘 하루도 산뜻하게 산책으로 시작을
-
괜찮은 전략이긴한데 난 자꾸 불안해서 전과목을 쩔수없이 하게됨..... 이놈의 고집병
-
밤식빵~
-
더 잘되어야함
-
독재다니는데 다른건 아니고 수학 단과 수업 때 했던 풀이를 네이버 카페에 올려줘서...
-
오... 6
호...
-
갠적인 생각으로 큰 시험은 세번해보고 안되면 그만 해야한다고 생각...
-
난이도 어땠나요
-
개좋네
-
오늘 수업인데 일정 바꾸려고 해서 수업 진행해도 안가면 환불되나? 시대인재 강기원...
-
어떻게사람이이렇게사랑스럽지
-
수면장애인가요? 그저께도 3시간 가까이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어요 어젯밤에 내내 혼자...
-
30>>28>15>>22>12>14 네, 12번 안풀려서 객관식 답 대입하기로...
-
등원 1
오늘도 ㅎㅇㅌ 입니다
-
얼버기 4
룸메는 지금 들어왔네요
-
샤인미적 끝! 0
아 또 책 사야해
-
지구는 일단 싹 풀었고 생명은 킬러~준킬러만 풀려구요 수학도 한번 쓱 풀건데 국어를...
-
기차지나간당 4
피곤행...
-
이감, 상상 실전감각을 키우려는 목적이라 ebs 연계?같은건 필요없어서 그냥...
-
수2 그냥적분 4
f를 표준형의 식으로 작성해주고 g는 그냥적분으로 구해주기 혹시 몰라 하는 말이지만...
-
응애애애앳 6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앳
-
ㅇㅂㄱ 14
-
우진이형! 2
킬캠 시즌2 난이도 살짝 낮추신다면서요! 저희들의 자존감을 키워주신다니... 그럼...
-
작년에 고랭순대도 사망하더니... ㅠㅠ
-
뒷북 좀 치는 문제 풀이입니다
-
미적러 수준 낮추는 것들은 확통런해서 통통이 인생이나...
칸트라닛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