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오늘이 여자친구와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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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강사 김은광입니다.
국어 칼럼이 아닌 수기로는 오랜만이네요
저 글 쓰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군요. 당시에도 다양한 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해주어 저도 감사했습니다.
이번 글 역시 제 삶이 녹아있는 글이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도전을 위한 위로, 응원, 그리고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16년도 4월에 전역하고 당시 30만원이던 병장 월급을 모아서 여자친구와 맞춘 커플링입니다.
처음 여자친구와 만난 날짜 그리고 앞으로 되새기고 싶은 말을 각인했습니다.
15.06.18. 딱 지금부터 10년 전입니다.
처음 만났을 당시에 저는 공군 일병이었고 여자친구는 대학원생인 동갑내기 친구였습니다.
아주 흔한 연대-이대 연합동아리의 연대생 이대생 커플이었습니다. (저희 동아리 역사상 이 조합은 수십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커플이죠. One of Thousand 그 자체네요.
처음에 여자친구가 제게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독특한데
제 친구중에 좀 사회성이 남달라서 항상 틱틱대는 친구가 있습니다.
뭔가 '아! 배고픈데 오늘 뭐먹을까 고민되네?' 라고 하면 '아무거나 먹어!' 라고 항상 나오는 그런 친구?
물론 친구인 이유는 그 친구가 악의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진짜 그냥 공대생 중에서도 사회성이 남달리 부족한 스타일이라 저도 오해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하여간 친구들과 같이 휴가나와서 만나고 밥먹고 노는 와중에 하루종일 그 친구 틱틱대는것에 평온하게 화 자체가 안나는 것처럼 대하는 걸 보고 아 참 선한 사람이구나? 라면서 관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딱히 제가 어마어마하게 선한게 아니라 그냥 그런거에 잘 화가 안납니다.
학생들에게 불친절하다라는 이야기 안듣는것도
그냥 답답한게없어요
그럴 수 있지! 목소리가 작을 수 있지! 세번만에 이해 못할 수 있지! 한번 더 설명해주면 되잖아?
이 마인드라서..... 약간 가르치는게 천직이다 소리 듣는 케이스인거죠.
덕분에 연애를 시작하게 되어 그 친구에게는 둘 다 아직도 감사하고 가끔 불러서 놀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만난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 욕하면서 크게 다툰적 한번 없고
헤어진 적 한번 없이
서로의 힘든 시기, 희망찬 시기 그 어떤 굴곡 속에서도
다른 성격과 환경으로 자랐지만
같은 마음가짐으로 함께 지내왔습니다.
학생분과 학부모님이 흔히 요청하는 것 중 하나가
강사로서 그 사이 소통창 역할입니다.
'우리애가 제 말은 안듣는데 선생님 말은 잘 들어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도 자주 들어보신 이야기겠죠?
수험생활과 여러분의 대학 이후 삶에서 굴곡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내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을까?'
언제나 목표와 현실 사이 갭이 생기고
그 간극에 스트레스 받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내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느껴지고
가족들의 걱정은 잔소리 처럼 느껴지죠.
저도 역시 그런 과정을 겪어왔습니다.
그리고 수험생 때 엄마가 하시던 역할 처럼
여자친구가 걱정 응원 그리고 잔소리를 해주는 역할이 된 것만 다릅니다.
여러분도 아마 같은 심정일겁니다.
걱정과 애정에 감사하지만
때로는 내가 더 힘든데 나도 아는데!
자꾸 같은 이야기 하니까 답답하고 속상하죠.
결국 말다툼과 감정의 골이 만들어집니다.
역지사지, 이해, 존중 이런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은 제외하고
딱 한가지 비결을 말씀드리면
힘을 빼보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속상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내가 더 잘되었으면 하는데 더 잘할 수 있는걸 아는데 그러지 못하니
조금만 더 힘내라 해봐라!
그 과정에서 감정이 개입할 수 밖에 없죠 시작도 애정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힘을 빼고
네, 알겠습니다, 네 고려해볼게요 처럼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스탠스를 취하세요.
내가 맞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 자리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다음날이나 그 이후에 그 건에 대해 정리된 생각을 다시 말씀드리면 됩니다.
학원 결정이든, 독서실 변경 이야기든, 공부량에 대해서든
이러이러한 말씀에 수긍한다 다만 저러저러한 내용은 오해가 있다 라고요.
거기서 어머님들도 꼭 이번에는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세요.
제가 여자친구와 크게 싸운 적 단 한번 없이 10년간 지내온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동시에 주장하지 않고 서로의 턴을 인정해주는 것.
내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 분출되도록 한 템포 배려하는 것.
결국 수험생활이든 그 이후 여러분들의 여정이든 언제나 갈등은 존재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사랑이 결국 두 사람 간 정서적 거리를 멀게 만드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너무 힘들 때는 하나만 생각하세요.
항상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긍정적인 사람이다 소리를 듣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내가 처음에 어땠었지?를 생각합니다.
반지에 새긴
처음과 같이 그리고 영원히
라는 문구는 그런 의미에서 적었습니다.
"영원" (永遠)이라는 단어는 한자로 "永" (길 영) 과 "遠" (멀 원) 을 사용합니다.
긴 기간과 먼 길을 지나온 다음에도 처음과 같이, 그리고 우리가 첫 만난 그 시간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고 내게 너무 익숙한 가족 그 자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첫 연애 첫 데이트 때 감사함과 설렘을 잊지 않도록 떠올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잔소리에 가끔 화가 나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속상할때면
내가 재수할 때 눈물로 기도하고 응원하던 통화 속 어머니의 물기어린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아버지가 강건하시던 팔로 잠들어가는 저를 안아 잠자리에 옮겨주시던 그 때를 떠올립니다.
이제 부모님은 저를 들 수 없을 만큼 제가 성장해 오랜 세월이 흘러왔지만
그럼에도 영원에 먼 길 위에서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초심을 기억하고 감사할겁니다.
수능 150일의 벽이 깨졌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또 가족들과 충돌하고 화내고 속상한 일들은 여럿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한 걸음 양보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기다려 주세요.
언젠가 이 터널이 끝나는 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아이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칭찬
이 말을 할 때가 금방 다가올거예요.

15.06.18. 처음과 같이 그리고 영원히
25.06.18. 처음과 같이 그리고 영원히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지난 10년 함께 해왔고 다가올 10년을 기약하며
사랑하는 제 여자친구에게 바칩니다.
김은광 올림.
추신.
요즘 월화수목금토일 강의가 있다보니 정신없이 오늘이 6월 18일인걸 어제 깨달았습니다.
날짜가 아니라 요일로 시간감각을 유지하는 강사 특성.....

그런데 바쁜건 여자친구도 같아서
다행히 해피엔딩입니다! (목숨을 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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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수학가형) 150618(15학년도 6평 18번)으로 읽힌 저는 뭐죠.. 물론 이때는 AB형 시절이긴 했지만..엌 생각해보니 합리적인 오독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학쌤이신갘
순애라니 개추입니다
감사해요! 이 글도 이벤트 겸사 비행기 고백처럼 글쓰는 것!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