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격조사 '이다'와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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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연구의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는 河野六郞(고노 로쿠로)과 Ramstedt가 일찍이 제시한 가설이기도 한데 이기문 교수는 '이-'의 기원을 'iy-'로 봤습니다(그래서 15세기의 '이-'는 'iy'였을 거라는 게 학계에서 주된 의견이기도 함). '일-'로 보는 견해에서는 ㄹ>y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기문의 설까지 함께 수용하고 갑니다. ㄹ>y는 '나리>내', '누리>뉘', '모리>뫼' 등에서 보이는 현상으로 이 글의 ㄹ 탈락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꽤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이 견해에서는

1. '이-' 뒤에 오는 모음 '-오-'가 '-로-'로 교체되는 걸 '*일-+-오-'였다고 설명

2. '이-'는 연결어미가 '-아'가 아니라 '-라'로 실현되는데 이 역시 '*일-+-아'인 것이 굳어졌다고 설명

3. '이-' 뒤에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ㅇ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ㅣ 뒤의 ㄱ이 약화된 것이 아니라 ㄹ 뒤의 ㄱ이 약화된 것으로 설명
4. '이-' 뒤에 ㄷ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ㄹ로 나타나는데 이걸 '*일-'의 ㄹ에 의한 순행동화로 설명

5. '느지르샷다'라는 중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늦+일+으샷+다'로 분석해야 하기에 '*일-'이 있었다고 설명 (근데 '-르-'를 회상법 선어말어미 '-더-'의 이형태로 파악하는 의견이 우세인 듯. 사실 5 없어도 '*일-'을 재구하는 게 큰 타격이 있지는 않으니 5는 버리는 것이 합당해 보임)

대부분의 불규칙적인 현상은 규칙적인 현상에서 어쩌다 불규칙하게 변한 것으로 봅니다. 즉 원래는

먹-+-어도 > 먹어도

쓰-+-어서 > 써서

이렇게 '-어'를 포함한 어미가 '이다'에도

*일-+-아도>이라도

*일-+-아서>이라서

이렇게 평범하게 활용됐는데 어간이 '일-'이 아니라 '이-'인 것으로 재구조화가 되면서 불규칙하게 보이게 됐다는 거죠. 중세국어 시기에는 현대국어보다 ㄹ 탈락이 빈번했는데 아마 이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라서', '이러라(중세 시기의 '이더라')' 등과 같은 표기에서 어간을 '이-'로 인식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조사인 '이다'가 불규칙 활용을 보인다고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대부분은 그냥 아예 '-라서'와 '-라도'와 같은 어미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아니다'가 '이다'와 같은 활용을 보이는 것은 어원적으로 '아니다'는 '아니+이다'의 형태로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석독구결 등 고대국어~전기중세국어의 기록에서 '일-'로 볼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 점은 문제입니다. 그래서 ㄹ 첨가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정대 (2005), 계사 ‘이-’의 기원형 ‘*일-’을 찾아서*

임홍빈 (2013), ‘이다’의 불규칙 활용에 대하ᄋ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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