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험생 분들 응원해요! (스압주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374558
새벽 감성 타서 좀 주절대다 갈게요,, ㅎㅎ
작년에 재수하면서 오르비 종종 봤던 사람인데 지금은 대학 다니다 보니 수능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어졌네요.. 최근에 현역인 동생이 6모 치르고 왔다는 얘기 듣고 나서야 작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진짜 작년에 노베이스에서 시작해서 재수를 할 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울면서도 하고.. 아토피는 스트레스 땜에 더 심해져서 발에 피진물 나고 갈라진 상태에서 공부해보기도 하고, 학원에서 낮은 반에서 높은 반으로 승진한 친구들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독학 재수 학원으로 옮긴 후에는 어떤 예민한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한 덕도 있고, 친구 없이 혼자서 지내서 너무 외로운 마음에 우울한 덕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잘 나오지도 않고 왠지 모를 열등감에 괜히 창피해서 목표를 숨기고 싶어졌던 기억들도 되살아나네요. ㅠㅠ
물론 결국 이 과정을 거쳐서 제가 재수 초반에 그렸던 그런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그렸던 엔딩은 제가 가고 싶었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 그런 기적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자랑거리 하나 만들어내는 것,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자신감을 얻어내는 것 등등 많은 수험생들이 꿈꾸는 웬만한 미래는 다 목표로 삼아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전 여기서 입시를 끝낸 이후로 이룬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후회는 없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사람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정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거구나 인정하고 더욱 겸손해지는 그런 가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제 적성에 맞으리라 정말 생각하지도 않은 특수한 어문계열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제 전공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냥 이 사람 마음이 좋아서 그런가보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성적을 받은 이후에 무조건 삼수를 하겠다, 절대 이 대학 쪽팔려서 못 다닌다, 엄마 아빠가 독학재수학원을 못 다니게 해서 그런 거다 온갖 고집을 부리며 온 세상을 미워하고 제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 살기가 싫었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맡은 바에 대해서 성실하게 임했을 때, 내가 임하게 되는 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내가 정말 풍성한 삶을 사는 거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해서 좋은 진로가 완벽하게 보장되리란 법도 없을 거라고 느꼈고요.
오랫동안 깊게 고집을 부린 이유로 아직 친한 사람들 중 고학력자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쫄리는 마음은 극복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전 쌩삼수를 할 뻔한 사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어쩌다 보니 좀 많이 쓰게 된 것 같은데 긴 글 읽어주셔서 모두들 감사합니다,, ㅎㅎ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든 수험생 분들 길고 험난한 과정에서 꽃을 피우시는 입시를 치르시길 바랍니다! 그 꽃이 꼭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요. 6모 치르고 9모 치를 날도 다가올 텐데 슬럼프나 멘붕이 오시지 않도록,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지 않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p.s.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시다면 입시가 끝난 이후에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라시라는 피아니스트의 제이팝 커버 연주를 좋아했어서 작년에 쉴 때 종종 들었었는데 최근에 공부하다 들으려니 작년 생각 나서 눈물이 줄줄 나네요,,
0 XDK (+10,000)
-
10,000
-
언제죽엇을거같음??? 저는 재작년
-
덕코 안전하게 보관해드립니다
-
미적입니다.. 15 21 22 28 30을 현 시험에서 손만 데이고 끝났는데.....
-
올려줘요...
-
요점은 티팬티를 입는거임 펜은 펜촉으로 글을 쓰듯이 특이점이 필요함 승부팬티면...
-
업키 장학 성적은 맞췄는데 거기 장학 유지 조건에 벌점 80점 미만이라고 조건이...
-
현우진이 인스타로 수험생 저격하듯이, 머스크가 아무리 세계재벌 1위라도 천외천...
-
서울대 갈 걸 5
여러모로 후회되네 쩝
-
고수) 칼럼 와바박 써서 메인 먹음 오르비 망하면 내가 먹어야지
-
그때까지 공부하면 된다는걸 깨달음
-
------------------------------------- 1. 애들 수준...
-
학습글은 메인글로 올릴 수 있다는 명분으로 추천 적어도 칼럼글 올려서 덮어버리네...
-
비밀 하나 말씀드립니다 21
저 여르비임
-
저는 자살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발적으로 탈릅하지 않습니다. 18
저의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제 덕코를 잠시 맡아주실 한분을 모집합니다. 나중에...
-
현 고3이고 수능 159일 남았어요. 말그대로 의지 부족으로 공부시간이...
-
기본n제 0
기본n제 추천좀 해주십쇼 6평 미적 76입니다.
-
빅포텐 0
평소에 더프 4, 6평 2 떳는데 해도 될까요?
-
개짬찌는 책사기 애매해서 책이 있어도 pdf를 써야합니다.... 4규 미적이...
-
논란 추가됨
-
5등급이면 전국 평균인데 컷이 막 30점 이러네 점점 하는사람만 특히 최상위권은 개...
-
옛날 느낌 그대로
-
내용에 대해 태클 거는건 아니고, 좋은 칼럼 써주신 생명수님께는 감사하지만 왜 하필...
-
이런 이륙 알림 사라지고 추천 태그 사라짐
-
한 번 멘탈 팍 나가버리니까 다시 집에만 틀어박히게 되네
-
사설 시험 치면 보통 몇점나와여?? 상상, 한수 같은거..
-
그래서 가채점 안쓸듯 예전에 수학 7점차 난적잇음 가채점이랑
-
슬슬잘까 4
-
망했네
-
6모 이후 사문 시작 17
6모를 봤는데 미적분도 너무 부족하고 과탐 하나가 도저히 극복이 안될꺼같아서...
-
9덮 긴장해라 4
데뷔전 해트트릭 보여준다
-
기원쌤만의 관점?을 배우고 싶어서 시즌2 패키지 사서 병행할까 하는데 양 너무...
-
코기토만 출판사 분쟁 관련해서 기록말살형 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르비 욕해도...
-
국어 양치기 할려는데 기출 5지문 나머지 5지문 채우고 싶은데 추천 있을까요?
-
그냥다음에는만표170가자
-
개웃기네 ㅋㅋㅋㅋ 시험지리뷰 그것도 평가원 6모 리뷰를 이렇게까지 난이도 뭐냐면서...
-
화이팅 0
글써지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글쓰는거래요
-
비는 왜케 오는거임
-
심X우 범X가 쟤내 얘기는 많이 나오는대.. 이코치 듣보인건가?
-
시대라이브 들으면 11
서바 말고 또 컨텐츠 뭐가있어요??
-
(투데이)<100이네..
-
비오네 5
에바
-
시대라이브 2
미적 들을까 고민인데 강기원 어떤가요? 미적 96or100 받고 싶어서
-
살아있는 전설이었는데 그걸 죽여버리면
-
부정행위예요?
-
가채점표 걍 3
수험표 뒤에다가 노룩으로 휘갈기셈 탐구 10초 국수 20초면 다씀
-
다들 뭘 하시나요 가끔씩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몰려와~~
-
무려 무료로 팔로워 수를 늘려드립니다!
-
가채점표 팁 3
수험표 뒤에다가 매 시간 아무렇게나 휘갈기고 쉬는 시간에 A4 용지에 예쁘게 옮기고...
-
이 글은 안 지울 예정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