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험생 분들 응원해요! (스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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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감성 타서 좀 주절대다 갈게요,, ㅎㅎ
작년에 재수하면서 오르비 종종 봤던 사람인데 지금은 대학 다니다 보니 수능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어졌네요.. 최근에 현역인 동생이 6모 치르고 왔다는 얘기 듣고 나서야 작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진짜 작년에 노베이스에서 시작해서 재수를 할 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울면서도 하고.. 아토피는 스트레스 땜에 더 심해져서 발에 피진물 나고 갈라진 상태에서 공부해보기도 하고, 학원에서 낮은 반에서 높은 반으로 승진한 친구들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독학 재수 학원으로 옮긴 후에는 어떤 예민한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한 덕도 있고, 친구 없이 혼자서 지내서 너무 외로운 마음에 우울한 덕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잘 나오지도 않고 왠지 모를 열등감에 괜히 창피해서 목표를 숨기고 싶어졌던 기억들도 되살아나네요. ㅠㅠ
물론 결국 이 과정을 거쳐서 제가 재수 초반에 그렸던 그런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그렸던 엔딩은 제가 가고 싶었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 그런 기적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자랑거리 하나 만들어내는 것,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자신감을 얻어내는 것 등등 많은 수험생들이 꿈꾸는 웬만한 미래는 다 목표로 삼아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전 여기서 입시를 끝낸 이후로 이룬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후회는 없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사람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정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는 거구나 인정하고 더욱 겸손해지는 그런 가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제 적성에 맞으리라 정말 생각하지도 않은 특수한 어문계열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제 전공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냥 이 사람 마음이 좋아서 그런가보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성적을 받은 이후에 무조건 삼수를 하겠다, 절대 이 대학 쪽팔려서 못 다닌다, 엄마 아빠가 독학재수학원을 못 다니게 해서 그런 거다 온갖 고집을 부리며 온 세상을 미워하고 제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 살기가 싫었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맡은 바에 대해서 성실하게 임했을 때, 내가 임하게 되는 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내가 정말 풍성한 삶을 사는 거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해서 좋은 진로가 완벽하게 보장되리란 법도 없을 거라고 느꼈고요.
오랫동안 깊게 고집을 부린 이유로 아직 친한 사람들 중 고학력자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쫄리는 마음은 극복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전 쌩삼수를 할 뻔한 사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어쩌다 보니 좀 많이 쓰게 된 것 같은데 긴 글 읽어주셔서 모두들 감사합니다,, ㅎㅎ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든 수험생 분들 길고 험난한 과정에서 꽃을 피우시는 입시를 치르시길 바랍니다! 그 꽃이 꼭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요. 6모 치르고 9모 치를 날도 다가올 텐데 슬럼프나 멘붕이 오시지 않도록,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지 않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p.s.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시다면 입시가 끝난 이후에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라시라는 피아니스트의 제이팝 커버 연주를 좋아했어서 작년에 쉴 때 종종 들었었는데 최근에 공부하다 들으려니 작년 생각 나서 눈물이 줄줄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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