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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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일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과일값이 비싼 탓에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회사내에서 식권 1장과 배 한개를 바꿔 주었으므로 배를 먹고 점심을 굶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하던 중 공장관리자인 대리가 어느 고등학교 출신인 것을 알았는데, 그가 특별한 케이스로 대리가 된 것도 모르고 철없이 "고등학교를 마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망상(?)을 한 끝에 검정고시를 보기로 결정 하였다...지금도 가끔씩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나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오해"이고 "망상"이었다는점이다. 세상사란 이렇듯 요상한것임을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1978. 4. 29. 전반기 검정고시가 끝난 후 제일학원 고입검정고시 야간반에 등록하였다. 8월 시험을 목표로 하는 반이었는데 이미 1개월 가까이 진도가 나간 후여서 다른 과목은 그런대로 따라갈 수 있었지만 영어는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라 영어과목은 포기하게 되었다.. 검정고시는 8과목응시,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평 이상이면 전체합격, 과락이 있는경우에는 60점 이상인 과목은 과목별로 합격시키므로 영어를 뺀 나머지 과목만 합격을 목표로 하였다. 1978. 8. 5. 경기도 수원에서 검정고시 시험을 보았다. 영어는 (다)번이 답이 많다고 하여(다)번을 70% 이상 써 보았는데 신통하게 42.5점을 얻고, 전체 평균이 60점을 넘어 운 좋게도 전체합격을 하게되었다. (이무렵 급작스레 신장이 자라면서 산재사고로 성장판이 손상된 왼쪽 팔의 뼈 1개가 자라지 않으면서 뒤틀어져 장애인이 되었다.)
두 번에 걸친 자살시도
(생존의 무게와 암담한 미래, 팔을 내 보일수도 없는 장애인으로서의 고통, 사춘기, 이해 못 해주는 가족들에 대한 설움이 겁쳐 자살기도를 함.)
1979년 봄, 대양실업이 부도로 퇴사 - 당시 우리 가족은 상대원 시장이 생활터전이었는데, 사춘기의 여동생과 어머니는 시장 2층의 화장실을 관리하며 화장실 사용료를 받았고, 아버지는 상대원시장 청소부 일을 하였으며, 나머지 형제들도 모두 공장생활을 하였다. 상대원 시장 근처 셋방에서 부모님과 6남매가 함께 살았는데, 가족들이 잠든 밤에 혼자 공부를 하다보니 잠자리에 든 가족들이 방해받지 않게 하려고 등을 켜지 못하고 탁상 조명을 사용하곤 하였다. 너무 눈이 부셔 흰종이를 붙여 빛을 차단하였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불필요하게 전기를 낭비한다면서 면박을 주셔서 화장실에 사용하는 5와트의 백열전구(그것도 사용하다 버린 붉은 색의)를 끼워 공부를 하였다. 그바람에 책을 보기가 어려웠고, 너무 야속하다 생각 했다...
당시 다니던 직장이 망해 쉬던 중이어서 아버지와 같이 시장 청소일을 하는 것이 너무 더럽고 힘이 들었다. 특히 사춘기 시절인데 아침 일찍 등교하는 교복입은 동네 여자아이들을 만날때면 창피함과 수치심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살고픈 마음마저 없어지곤 하였다, 그래서 어느날부터 죽기로 마음먹고 죽을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안 느끼고 죽을수 있겠는가를 연구한 것이었다. 우스운 것은 이렇게 죽으려 결심한 인간도 고통만은 싫었던가 보다. 그래서 연구한 첫 방법은 가스질식으로 죽는 것이었다. 대낮에 다락방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잠이 들었다. 한참 자다 깨어보니 연탄불 바닥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불이 꺼져 있고 골치만 지끈 거렸다. (이렇게 첫번째 자살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처음 방법이 실패로 끝나자 나는 좀 어렵고 돈이 들기도 하지만 꼭 성공할수 있다고 생각되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였다. 먼저 이 약국 저 약국에서 수면제를 하나씩 사 모은 다음, 다락방에 다시 연탄불을 피우고 연탄 바닥에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장치를 단단히 한 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려고 하는 찰나 이상한 낌새를 느낀 자형에게 발각이 되어 또 다시 실패하였다.(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 해야할지..)
결기에 집을 빠져 나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목매기 방법으로 자살을 해 보려고, 사기막골과 보통골을 헤맸지만 결국 뒤를 ?는 자형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 엉성하지만 두 번의 시도조차 실패한 것이 하늘의 뜻인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살할 정신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하면 무슨 일인 들 못하겠느냐는 마음을 먹고 자살시도를 포기하기로 하였다. 약사들의 빠른 눈치 덕에 당시 내가 먹은 대부분의 수면제는 소화제였던지, 실제로 30개에 가까운 수면제(?)를 먹었음에도 별로 졸리지 않았다. 이일로 하여 운명이라는것을 별로 믿지 않는 나였지만 때로는 인간의 생사만은 결코 자신의 의지에 좌지우지되지 못함을 멍하니 생각할때도 드문드문 있다...
자비심의 한계는 죽음뿐이 아니다 - 공돌이의 대학도전
1979년 여름경 오리엔트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시계 문자판을 만드는 공정에서 저석공, 스프레이공으로 일하였는데 나이가 부족해 고향 동창의 주민등록등본을 몰래 떼어 고향 동창의 이름으로 취업. 1년 후 내이름으로 재입사 하였다.
1980. 4월. 대입자격(고졸) 검정고시 합격. 1980. 봄 광주의 폭도들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그대로 믿음. 5. 18. 쿠데타세력에 의해 대입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자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력고가 일정점수 이상인 학생에게 장학금 뿐 아니라 생활보조비 형태로 월급의 몇배나 되는 돈을 대주는 대학들이 생겨났다. 이에 희망을 가지고 대학입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1981. 3월부터 서울 신답동에 있는 삼영학원 야간 입시반에 등록. 상대원 고개의 인현독서실에 등록, 8시 30분 출근, 6시 퇴근, 7시 학원수업시작, 11시 학원수업종료, 12시 독서실, 새벽 4시 통금해제시 귀가, 지금 생각하면 초인적인 생활을 시작 하였다. 1981. 5월 경에는 서울까지 오가며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학원을 그만두고 독서실에서 독학을 하기 시작하였다. 1981. 7. 30.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오리엔트 퇴사후, 다시 삼영학원 주간반에 등록. 아침에 학원을 갔다가 저녁에 독서실로 와 새벽 4시 통금해제와 동시에 귀가하는 생활을 시작 하였다. 독서실 책상에서 업드려 잠들지 않기 위해 책상 바닥에 팔을 따라 압핀을 거꾸로 붙이고, 책상앞에도 가슴 쪽을 향해 압핀을 박아 책상에 엎드리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만 곧바로 압핀에 찔리게 장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족한 잠은 압핀에 찔린 상태로 잠을 잘 수 있는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였고, 책상에서 한참을 자고 난 후에는 잠하나 제대로 이기지 못하는 자신의 약한 의지력이 원망스러워 근처의 산을 올라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작대기로 자신의 온몸을 매질하며 의지를 키우기도 하였다. 그때 당시 함께 공부한 친구들 중 하나인 심정운이라는 친구는 공장에 다니면서 학원도 한번 다니지 않고, 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하고 현재 한국전력에서 근무하며, 또다른 한 친구인 김재구 역시 대학을 어렵게 마치고 한국토지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오로지 공부에 집중하려고 공장에서 하는 회식에서는 고참들의 강압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틈만 나면 책을 보는, 어쩌면 가장 불성실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핍박과 학대였고, 쉬는 시간에는 샌드백이 되어 놀이기구를 대신하기도 했는데, 결국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지면서 그 이후로 구타는 크게 당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밀폐된 공간에서 하는 스프레이(손목시계의 문자판에 라카를 뿌리는 작업)작업을 전담하게 되면서 해야 될 일 외에는 기계 뒤에 숨어 책을 보았는데, 당시 함께 일하던 직장동료와 상사들도 내가 할 일을 다 제대로 한 때문인지, 불쌍해서인지 묵인을 해 주었다..
그런데 여기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스프레이 일은 밀폐된 공간에서 해야 하는데 흩날리는 신나와 휘발하는 아세톤으로 하는 일이라 냄새가 지독해서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았으며, 나름대로 정밀한 일처리를 필요로 하였는데 내가 그 일을 선뜻 맡았고, 나름대로 일을 깔끔하게 잘 했던 것이다. 그리고 스프레이실은 먼지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나 이외에는 관리직조차도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는 비밀스런 공간인지라 내가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대부분 알 수조차 없었던 점도 있다. 당시 공기정화를 위해 설치한 유리섬유창에서 유리섬유가 발바닥과 손에 보이지도 않게 무수히 박혀 화농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었고, 화공약픔 때문에 비중격(콧속에서 콧구멍을 분리하는 막)이 비틀어지고 후각을 거의 상실하는 장애를 입었다...
무리한 공부일정과 신체를 학대한 탓에 건강이 극도로 쇄약해져 20점 만점인 체력장테스트에서 누구나 원서만 내면 주는 최하점수인 16점을 받았고, 턱걸이와 100미터, 윗몸일으키기가 끝나자 감독관중 1명이 안쓰러웠던지 “더 해봐야 16점 이상 받기 어려우니 일찌감치 포기해라”고 해서 도중에 체력장 검사를 그만두고 독서실로 돌아왔다. 그때 이미 팔의 장애상태로 인해 턱걸이는 하나도 못했고, 윗몸 일으키기는 30번을 채 넘기지 못했다. 100미터를 뛸 때 학생들은 감독을 하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요령껏 미리 앞에서 출발을 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검정고시출신은 제자리에서 엄격하게 측정했더니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17초인가가 나왔던 것 같다
그러나 체력장을 빼면 매달 한번씩 치루는 전국 평가대회에서 60만 응시생중 추정 석차가 처음에 18만등이었다가 매달 급속히 올라 마지막 달에는 1800위 정도까지 갈 정도로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의 결과는 너무나 고무적이었고, 희망이 구체적으로 보였다. 1981. 11. 에 치러진 학력고사를 마치고 나니 체력장을 합해도 서울대학교 1-2개과를 제외하고는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도 합격이 가능하고, 특히 중위권 대학은 등록금 면제외에 수십만원씩의 월 생활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몇 개 대학 특히 한양대와 중앙대를 저울질한 끝에 학점과 상관없이 3학년까지 등록금 면제외에 월 2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중앙대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였고, 학과는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법학과를 선택했다. 법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그야말로 그 대학에서 가장 합격선이 높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법학과를 졸업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오로지 최소한 3년간은 큰 걱정없이 생활할 수 있고, 이제부터는 성적신경쓰지 않고 좀 놀아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째재매이햄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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