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5-06-05 0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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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체계는 자기 유사성을 가진 프랙탈 구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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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프랙탈 구조는 보통 도형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대체 왜 그게 정보 이론에서 나오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아마 설명을 들으면 여러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랙탈이라는 것은 망델브로가 자연에서 발견한 패턴 중 대표적인 하나로, 카오스 이론과 scale free 네트워크, 복잡계 물리학과도 이어집니다. 어느 한 부분이 큰 틀에서 전체에서 반복된다는 것인데, 좀 간단하게 말하자면 scale이 다른 구조에서(그래서 scale free라는 말이 쓰입니다 scale에 무관한 무척도이기 때문이죠) 유사한 모양이나 특성이 등장하면 그것을 프랙탈이라고 합니다.




 물론 수학에서 말하는 프랙탈은 끊임없이 무한급수 형태로 발산하거나 수렴하는 매우 정교한 체계이지만, 자연에서 존재하는 프랙탈은 그렇게 무한하게 정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긋지긋하게 보는, 수능 수학에서 꼭 한 문제 반드시 출제되는 무한 등비 급수 문제도 이런 프랙탈 구조를 띱니다. 작은 어느 한 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전체적인 큰 그림과 동일한 모양이 보이죠

https://samtoring.com/r/unit/UNT0001075






 대표적인 예가 우리 몸도 프랙탈 구조인데 물론 모든 것이 프랙탈이라는 것이 아니라, 폐포꽈리나 혈관, 뇌 주름 구조 등이 자기 유사성을 가진 프랙탈 구조로써 효과적으로 표면적을 많이 얻거나, 에너지나 혈관을 많이 생성해서 산소를 교환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서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폐포꽈리도 보면 한 23분지인가 반복된 구조적 형태를 보이는데, 저기 위의 그림처럼 마치 브로콜리의 송이가 계속 반복되면서 큰 그림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한정된 폐라는 용적 안에서 최대한 표면적을 많이 얻어서 물질 교환, 특히 기체 분자 교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대한 안쪽에서 꼬이고 얽히고 섥힌 모양을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ML1pbeUzY

주제가 시각적인 것이라서 그림을 자주 가져오네요

https://sciencelove.com/2707






 물론 아까 말한 것처럼 생물이나 자연에서는 완벽한 수학적 프랙탈 구조는 없습니다. 차원 수도 계산을 해보면 박스 카운팅 방법 등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구하는 방법에 따라서 약간씩 오차도 존재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미분처럼 극한값과 근사치를 이용해서 계산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화학을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봤다면 비표면적, 한정된 용량 안에 최대한의 표면적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실 것입니다. 화학에서 생명은 화학 반응 속도이고, 그것을 어떻게든 잘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촉매이며 촉매는 현대 산업의 근본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화학물질의 구조를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등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작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죠??




 물리학에서도 중요합니다. 프랙탈 구조로 이루어진 건축물 등은 그 형태가 균일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에, 응력이나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여 파단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끝까지 모든 구조가 붕괴를 할 때까지 힘을 머금다가 폭발하기에, 일부가 찢어지면서 전체가 전부 찢어지는 참사가 잘 안 일어납니다. 어느 한 쪽이 부하가 심하게 걸리면 나머지 다른 쪽들로 적절히 분산이 되기에 물리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재료공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신축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도 이런 프랙탈 구조가 자주 사용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종이를 접어서 꼬깃꼬깃 압축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 구조가 프랙탈 구조로 질서정연한 접힘 구조일 때 가장 적은 부피 안에 최대한의 표면적 등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https://www.e-jfpe.org/archive/view_article?pid=jfpe-1-2-125





 저는 이공계열 중에서도 하드웨어를 주로 다루는 재료공학 출신이기에 정보 이론에서 프랙탈 구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요새 철학이나 교육학 공부를 하면서 이런 프랙탈 구조, 자기 유사성, 부분이 전체를 대변하는 구조나 형태가 추상적인 곳에서도 등장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우선 여러분 제가 열심히 연구를 하는 오토포이시스, 자기 복제 기전, 그러니까 재생식 능력이 생물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키가 바로 프랙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식을 하고 자손을 낳는 다는 것은 엄밀하게 100% 완벽한 동일한 구조는 아니지만(여러분도 여러분 부모님이랑 꽤 다르잖아요 공통점도 많지만), 큰 틀에서 자기 유사적인 구조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https://cm.asiae.co.kr/article/2018112915334761987

이렇게 유전과 자기 복제 기전도 프랙탈 구조입니다! 물론 인간은 암수가 둘이 서로 조합이 되기에 창발적인 현상이 일어나지만, 단순한 단세포 동물들은 단순히 스스로가 플라나리아마냥 분리가 되는 형태이기에 아주아주 유사한 구조를 지닙니다

https://www.teamblind.com/kr/post/%EB%B6%80%EB%AA%A8%EB%9E%91-%EC%9E%90%EC%8B%9D%EC%9D%B4-%EC%95%88%EB%8B%AE%EC%9D%80-%EA%B2%BD%EC%9A%B0%EB%8F%84-%EC%9E%88%EC%96%B4-VU30pXH6





 가끔 막 유명인의 후손 사진, 선조는 흑백사진이 겨우 있던 시대인데 후손은 컬러사진으로 찍힌 것을 보면 둘이 서로 굉장히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잖습니까 무슨 환생을 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는 친자 확인 미국 방송 프로그램 회차 ㅋㅋㅋㅋ

https://www.inven.co.kr/board/maple/5974/4364423






 그래서 생명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유전, 자기 복제 기전 또한 프랙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물론 생물에서의 프랙탈 구조는 수학에서만큼 엄밀하고 완벽한 동형의 구조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자기 유사성을 가진다! 입니다.




 유전도 하나의 정보이지요? 여러분이 가진 유전자 정보는 앞선 세대에서부터 계속해서 유전이 되고 진화해온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저희 아버지도 신경질과 짜증을 많이 내는 스타일입니다 성격이 깐깐하고 완벽주의거든요.




 그럼 유전 정보의 차원에서 우리의 생식과 번식은 자기 복제를 하는 과정, 프랙탈 구조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뿐만 아닙니다! 여러 정보를 취합하면서 느낀 결과, 프랙탈 구조는 유전 외의 정보 체계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여러분이 '요약'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쓴 글을 전부 다 읽는 사람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읽고 이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여러분이 국밥을 먹을 때, 한 스푼만 맛을 봐도 전체 국밥의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국밥을 꼭 전부 다 퍼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DNA를 알려면 단지 한 부분인 머리카락만 알면 됩니다. 머리카락의 DNA가 우리 몸의 전체 DNA를 대변하며, 자기 유사적 성질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전체를 부분이 대표하는 경우 또한 프랙탈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작은 부분이 큰 틀에서 다시 한번 더 등장하기에, 우린 시각적으로 프랙탈 도형을 보고 이건 자기 유사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외에도 어떤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알 수 있는 것 또한 프랙탈 구조로 정보가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요약하고 함축해도 더 이상 요약할 수 없는 길이가 있겠죠? 아무리 요약을 잘 하는 사람이 와도 어떤 글이건 뭔가 최소 단위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 최소 단위가 바로 핵심이자 주제, 제가 평소 <수국비>에서 주장한 지은이나 출제자가 의도하는 핵심 메세지라는 것입니다. 그 메세지를 반복적으로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확장이나 변형을 통해서 길게 풀어쓴 것이 전체 글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논증을 하는 형식논리에 부합하는 철학 논문들입니다. 철학 논문들을 보면, 아무리 상대방, 예상 독자가 수준이 높더라 하더라도 특정 개념이나 의미를 함부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예컨데 제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서 말을 한다! 하면 일단 언어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서 말을 해줘야 하겠죠. 그것을 너무 두루뭉실하게, 대충 읽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너희들이 알아서 잘 이해해봐~ 라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좋은 철학 논문은, 수학처럼 정교한 전개를 하는 논증하는 글은 특정 개념을 아주 짧게라도 설명을 하고 완결된 서술을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그 개념은 반드시 그렇게 쉬운 개념이 아닙니다. 당장 여러분에게 제가 '언어가 뭐에요?' 라고 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글을 써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철학 논문이나 핵심 주제가 있는데, 앞에서 개념 정리와 설명한다고 모든 분량을 다 써버리면 안되겠죠? 그래서 적절히 '요약'을 하되 그 요약본이 아주 완전한 형태로 정리가 나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어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도 굉장히 긴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약을 하고, 특히 철학 논문에서 여러 개념을 끌어와서 정의를 내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전제를 깔고 논증을 하고 증명을 할 때, 적절히 요약을 해야 하며 그 요약은 아무리 함축적이고 이해를 바로 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완성된 짧은 한 문단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게 뭡니까 프랙탈 아닙니까! 어떤 개념, 예컨데 '언어'의 정의를 굉장히 길게 풀어서 쓸 수도 있지만, 그것을 적절히 요약하고 짧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 짧은 문단이 '언어'라는 광범위하고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를 핵심적으로 잘 축약하여 서술을 해야 하고, 그것을 잘 하면서 논리를 전개하는 철학 논문이 좋은 논문이라고 하는 것이더군요.









 





 우리의 정보 처리 방식도 프랙탈 구조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모든 것을 샅샅이 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단순화한 모형으로 바라보잖아요? 그 모형은 훨씬 작고, 단순하죠. 그렇지만 그 모형은 이 세상에 대한 함축과 유사성을 담고 있으니, 스케일이 달라지면서 자기 유사성을 가지는 프랙탈 구조라고 할 수 있겠죠.




 아직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줄리오 토노니의 의식 이론에서 IIT 라고 통합 정보 이론이 있는데, 거기서도 흥미롭게도 프랙탈 구조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프랙탈 구조는 단순히 우리의 눈에 보이는 기하학적 구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상과 추상, 정보 처리에서도 등장하는 경향이라는 것이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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