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rt reste [1180353] · MS 2022 · 쪽지

2025-06-02 2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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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사랑은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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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사랑은 죄인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루지 못할 사랑은 죄인가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시체를 사랑한 사람, 이성애자를 사랑한 게이, 돌을 사랑한 사람, 여타 그런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마음 속 잿더미를 끌어안고 살아요. 왜 내가 사랑해서, 어떤 연유로 당신을 좋아하여서, 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겠죠. 물을 끌어안는 불 같지 않나요?


그러나 사랑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자유롭게 서술되지 않아요.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기에 사랑받기만 해야 하는 상황과, 그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 느껴지면 다행이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혐오스럽게 느껴진다면 최악이죠. 

또는 다른 존재로는 좋았으나 사랑의 대상은 아닌 것처럼요.


양쪽에게 크나큰 흉터와 출혈을 유도하는 이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은, 결국엔 대개 파국으로 사랑이라는 문장의 온점이 찍히더라고요. 이별을 한다던가, 견딜 수 없는 증오감에 사라진다던가, 그토록 아파서 마음에 점차 큰 병이 자라난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브레이크가 없는 기차와도 같죠. 전진하다 못해 사랑을 멈추어도 관성력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되어요. 그러면 멈출 수 없는 자신이 아니라, 타자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요. 그런 분노로 하여금 감정에 소용돌이가 치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화재가 마음에 자리잡게 되죠. 

물이 자신과 같은 불이 될 수는 없나요? 죽은 사람이 다시금 회생할 수는 없나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가 될 수는 없나요? 물체가 사람이 될 수는 없나요? 라는 무한한 이유와 질타를 지껄이면서.


그렇다면, 이 이루지 못하는 사랑은 죄일까요?

죄를 지었으니 물을 끌어안은 불은 연소라는 벌을 받는 것일까요?


그 정도의 각오는 해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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