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문학은 연애(戀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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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글 모음]
[국어학습총론] 링크 모음
*긴 글이고, 조금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비문학 독해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열심히 풀어내었으니, 찬찬히 읽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어학습총론]의 현월입니다
링크: https://orbi.kr/00072149074
[국어학습총론] Part. 2의 세 번째 글
[수능 비문학 총론]으로 인사드립니다
"비문학"
기본적인 독해 피지컬이 높은
소위 "재능러"들에게는 문학보다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지난 글, [링크] 작년 문학 만점자의 인사이트 | 오르비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수능 비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조금 더 실전적인 내용을 원하시지 않을까
하지만 제가 쓰고 싶은 것은
많은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달콤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비문학은 연애(戀愛)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와 학생의
글쓴이와 읽는 이의
상호 작용이며, 소통이지요
상대의 말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꼬투리 잡지 말고 이해해 주며
끊지 말고 천천히 들어줘야 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태도에 집중하여 차근히 풀어갈 테니
천천히, 함께 생각해 봅시다
0. 텍스트, 글쓴이와 독자 간의 '소통'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 보아요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행동일까요?
우리는 수험생이에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글을 읽어내려 하고
점수가 잘 안 나오니까, 뭔가 효율적으로 정보를 찾으려 해요
그렇게 점점 글을 읽는다는 것
그 어떤 본질적인 것에 대한 생각은 흐려지고
그저 정보를 빨리 뽑아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지요
물론, 저도 수능 국어에 대단한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어학습총론]의 첫 글에서, 수능 국어를 대하는 제 태도가 드러나요
위 글에서 저는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
저는 수능 국어가
'수준 높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혹은 '학생의 근본적인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그러한 심오하고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능 국어, 특히 비문학 영역은
불친절하고 압축적으로 제시된 정보들로 구성된 지문에서
문제를 풀이하기 위한 적절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시험
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대단한 무언가는 없습니다.
----------------------------------------------------
수능 비문학은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리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하여, 이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부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이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제가 수능 국어를 논하는 근본입니다
위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
수능 비문학은 좋은 글이 아닙니다
불친절하고, 압축적이며, 생략이 많습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하며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서술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치 않는 사실은
수능 비문학은 그 자체로 텍스트라는 것입니다
글자를 통해 구성된, 통일성과 응집성
그리고 맥락을 지닌 하나의 완결된 글
정보의 집합, 개념과 과정의 서술이기 이전에
비문학은 글쓴이가 독자에게 전하는 강연이며
독자와 글쓴이의 소통이라는 말씀이에요
이것을 읽고 해석함에 있어
그 방법과 수단에 집착하며
글 자체를 읽는 행위를 게을리 하는 것
저는 그것이 수능 비문학을 어려워하는 크리티컬한 이유라고 봅니다
글을 읽고 대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상태에서
아무리 분석하고, 정보를 찾아내고 정리해 봤자
그 효율성은 최고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 소통의 과정을
어떻게 올바르게 대할 수 있는지
차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따라와 주세요
1. 들으려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여러분이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아요
이때, 그 상대방의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그리고 상대가 말했던 내용을 잘 기억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만약 그 상대방이, 여러분이 좋아하는 이성이라고 상상해 보아요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궁금할 것이고
자연스레 정신을 쏟아 집중하게 될 것이며
상대가 흘러가듯 말한 정보도 비교적 잘 기억에 남곤 해요
중요한 것이 나왔어요
궁금함
무언가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그것에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끌림이 있다는 말이지요
누군가의 말도, 어떤 강연이나 수업도
비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으려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습니다
이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읽고 있는데, 들으려 하지 않는 거라고?
하지만
여러분은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열심히 눈알을 굴린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열심히 글의 구조를 파악한다
그런 것은 제가 말하는 들으려 하는 것과 다릅니다
그건 그냥 문제를 풀어 치우기 위해 열심히 읽으시는 거죠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는
수능 비문학을 읽는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지요
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왔다고 해 봅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기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증거에 근거한 정책 논의를 위해
사건의 효과를 평가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 첫 문장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많이 하실 거에요
"아, 경제학 관련 글이네, 어렵겠다...
정의를 잘 살피면서 읽어야 하고...
정책 논의? 사건의 효과? <보기> 문제가 어려울지도..."
물론 이것이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하는 반응은 좀 다릅니다
"오, 그렇지, 맞지, 사건의 효과!
그래, 어떤 정책을 썼을 때 그게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해야
이걸 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생기겠지...
오 진짜 중요한 거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하는 건지 설명해 주려나?
벌써부터 궁금한데? 그래서, 어떻게 하는건데요?"
바로 다음 문장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사건의 효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건 후의 결과와 사건이 없었을 경우에 나타났을 결과를
비교하는 일이다."
역시 제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음~그렇지 당연하지. 당연한 말이긴 하네!
사건 전에 비해서, 어떤 사건, 여기서 사건은 무슨 정책 같은거겠지?
그게 일어났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서
positive한 변화가 있었다면??? 그건 좋은 정책인 거자나.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데요? 빨리 알려주시면 좋겠다 ㅎㅎ"
당연히, 저 말들을 실제로 중얼거리며 읽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글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며
아주 흥미로운 한 편의 강연을 듣듯이 접근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버스럽고 바보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이것이 비문학을 잘하게 되는 것
또 어려움 없이 풀게 되는 것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렇게 글에 접근하게 되면
글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를 풀기 위해 빨리 읽어 치워야 하는 것이 아닌
내 앞에 찾아온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며
별것 아니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로부터 여러 긍정적 효과들이 파생됩니다
마음이 급해지고 글이 눈에 안 들어오는 현상이 줄어들게 되며
글쓴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글의 중심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모든 과정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반석이라는 말씀이에요
기억하세요
들으려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습니다
오늘 이 칼럼에서 단 하나의 내용만을 가져간다면
이 문장을 기억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조급해하지 말아요
좋습니다
이제 어떤 태도로 글을 대할 것을 원하는지 전해졌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를 다시 떠올려 봅시다
혹은, 누군가의 강연을 듣는다는 생각도 좋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이 어떤 내용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어요
어떤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기다린다면
그 내용이 실제로 등장했을 때, 집중력이 아주 높을 것이고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다른 내용이 다루어질 때
지루하게 느껴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겠지요
원하는 내용이 등장했다 해도, 그 전후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며
혹여 예상과 다른 이야기기로 흘러간다면, 당황하게 되겠지요
비문학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지문을 과도하게 해체하거나
중요한 어떤 내용에만 집중하여 읽으려 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방식입니다
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신분제 지문
제가 현장에서 완벽한 논리로 모두 맞혀낸 지문이며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것으로 풀어낼 수 없다고 봅니다
정약용과 유형원은 결코 신분제에 반대한 것이 아니지만
양반의 신분적 세습은 반대했다는 큰 줄기를 확실히 잡고
모든 세부 내용은 이 뼈대를 바탕으로 이해해 나가야 하지요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그 흐름을 따라서
상대의 호흡에 맞춰 찬찬히 그 생각을 받아들이세요
뭔가 내가 원하는 내용만을 빨리 들어내려 하면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는 흐려집니다
비문학에서, 이 상대는 글쓴이가 될 것이고
여러분은 지문의 사고 흐름에 자신을 맞춰야 하지
결코 억지로 무언가를 뽑아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비문에서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
조급해하지 말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이것이 더 빠르고 정확합니다
한 가지 걱정이 되실 수 있습니다
"지금 한 말들을 보면, 지문의 모든 내용을 잘 읽으라는 건데
그럼 내 뇌가 버틸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여러분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국어 지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3. 당연함이라는 무기: 직관적합성
지문에는 많은 문장들이 들어있습니다
각각의 문장은 여러분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요
한 문장 한 문장, 흐름을 따라가라고 했으니
찬찬히 해석을 해 보자!
...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지문 내용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라가다가 문득
"아니, 이래가지고 언제 읽어?"
라는 불안감
어느 정도 독해 감각이 잡혀가고 있는 분들이 많이 겪는 현상입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이해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간단한 기출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 봅시다
[2411] 선거법 지문입니다
이 문단에는 분명, 여러 정보가 등장합니다
1. 경마식 보도의 개념
2. 선거일이 가까워짐 > 경마식 보도 증가
3. 경마식 보도는 새롭고 재미있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
4. 정치 참여 독려 효과가 있을 수 있음
5. 그러나, 선거를 그저 볼거리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
짧은 문단이지만,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뭐가 많지요
하나하나 짚고, 밑줄 긋고, 그래 이런 거구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 지칩니다
그렇다면 좀 다르게 생각해 봅시다
위 내용 중, 우리의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얼마나 되나요?
1. 경마식 보도의 개념?
이름은 처음 들어볼 수 있지만, 선거 기간에 TV를 켜본 적이 있다면
설명을 듣는 순간 뭔지 바로 떠오릅니다
후보자들 지지율같은거 막 분석하고 하는 거...
후보자들 얼굴 합성해서 막 달리기하는 화면이 얼핏 떠오르기도 하네요
2. 선거일이 가까워짐 > 경마식 보도 증가
그럴 거 같습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그런 거 많이 하잖아요
3. 경마식 보도는 새롭고 재미있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
4. 정치 참여 독려 효과가 있을 수 있음
맞지요
어찌 되었든 누가 더 센가 그러면서 쳐다보다 보면
후보자에 대해서 더 찾아보게 될 지도요
5. 그러나, 선거를 그저 볼거리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
그렇겠네요
대결 자체가 선거의 본질은 아니죠
보시다시피, 1문단의 모든 내용은 자연스럽게 이해되며
직관에 부합합니다
저는 이렇게 누가 봐도 그럴 듯한 내용
즉, 직관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을
직관적합성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비단 국어 독해에서뿐 아니라
무언가를 학습할 때 제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에요
무언가 새로운 내용을 담을 텍스트나 교재를 읽을 때
그곳에 있는 모든 내용이 너무나 새롭고 낯선 경우는 없습니다
어떤 내용은 어디서 들어본 것일 것이고
어떤 내용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으며
어떤 내용은 낯설긴 하지만, 대충 생각해도 그럴 것 같은 것일 수 있어요
이러한 내용들을 잘 인지하고, 그 당연함, 다시 말해
직관적합성을 이용해서 처리하는 것
더 쉽게 말하자면
당연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이것은 인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제가 만들었으니까요)가 등장했지만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느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당연하지 않은 것도, 직관에 부합한다면 가볍게 처리하라
이를 직접 활용하는 사고 과정은
앞으로 기출 지문을 직접 다루는 칼럼을 쓰게 된다면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4. 비문학은, 오픈북이다
여러분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 줄 두 번째 마인드입니다
사실상 제목 그 자체가 내용을 포괄하고 있어요
비문학은, 오픈북 시험입니다
역시, 간단히 지문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아요
[2306] 비타민 K 지문입니다
숨이 턱 막힙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어떻게 정리해야 하지?
이런 순간에 떠올리는 거에요
비문학은, 오픈북 시험이다
문제에서 어떤 세부 사항을 물어본다면
우리는 언제든 지문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위 문단을 대하는 저의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답니다
"뭐가 좀 많네? 읽어 보자.
지방에 녹는 물질이 있는데 그게 비타민 K라는 거고.
이게 혈액 응고를 돕는 물질인가보네?
혈액 응고는 단백질 인자들의 연쇄 반응, 그렇구나.
혈액 응고 인자라는 것들, 단백질이겠지? 그것들이
뭐를 활성화 시켜서 전환을 시키고, 그게 또 다른 걸 똑같이 활성화.
이때 비타민 K가...프로트롬빈? 아 맨 앞에 나온 물질이네...
그거랑 다른 인자들이 간에서 만들어질때 관여하는구나...
아 활성화가 뭔지 좀 궁금했는데, 칼슘 이온과의 결합이라고 하네?
그러기 위해선 카르복실화가 되어 있어야 하고
카르복실화라는건 단백질에 특정 아미노산이 어떻게 된 거구나...
이런 게 K 의존성 단백질...아 이러면 그렇지.
확실히 혈액 응고에 비타민 K가 필수적이겠네. 당연하네.
너무 뭉개 읽은 것 같고, 대충 읽은 것 같을 수 있지만
딱 이 정도의 독해가 이루어지게 되면
지문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마지막 <보기>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전혀 무리 없이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풀 때에는 물질 이름이 필요하니까
지문으로 돌아가 해당 부분의 과정을 확인하며 풀면 되는 것이지요
지문의 세부 내용을 과도하게 기억하려 하거나
모든 과정을 완벽히 정리하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언제든 지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5. 꼬투리 잡지 마세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아요
그 상대방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시다
"조선 시대 신분은 양인과 천인으로 나뉘었대.
양인은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지만 납세 의무가 있었다더라?
반면 천인은 개인이나 국가에 소속되어서 노동을 했대.
흥미롭지?"
여러분이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요?
"그럼, 천인도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어? 너가 그건 말 안 했잖아.
확실히 말 안 해줬으니까 응시할 수 있었을수도 있네???"
상대의 말을 보면
양인과 천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둘의 차이점을 짚어주고 있지요
아주 자연스럽게, 상식적으로, 말의 맥락을 고려할 때
양인과 천인으로 나뉘었다는 진술 뒤에 따라붙는 내용은
둘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양인에 대한 내용은 양인만의 특성
천인에 대한 내용은 양인에 대비되는 천인만의 특성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여요
위와 같이 꼬투리를 잡는 것은 날카롭고 분석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와 대화하기가 싫은 겁니다
다소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감이 있습니다만
두 가지를 짚어드리고 싶었어요
1. 제발, 쓸데없는 부분을 걸고 넘어지지 마세요
국어 TA 질문을 받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질문들이 많아요
대체 왜 이런 부분을 붙들고 고민하는 걸까
그냥 자연스럽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혼자 끙끙 앓고 고민해요
그런 경우는 저도 참 곤란하지요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으니까요
수능 국어는 여러분이 얼마나 날카롭고 지적질하기 좋아하는지
그런 것을 테스트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잖아요
대학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를 보는 것이죠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기준에 맞춰서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2. 그런 건 안 물어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위에서 든 예를 생각해 보면
그래요, 사실 따지고 보면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천인은 과거 응시가 불가능했다는 말은
저 진술 자체로 확정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 물어볼 거거든요
6. 말 끊지 마세요_문단 단위 독해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비문학 독해에서 여러분은 어떤 표시들을 하나요?
두 가지가 이분법적으로 제시될 때 동그라미와 세모를 쓰기도 하고
중요한 중심 내용에 밑줄을 긋기도 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표시를 하지 않는 편이나
괜찮습니다, 이건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말리고 싶은 것은
지문을 끊어 읽는 습관이에요
지문의 한 문단을, 각각의 문장들을
분절된 짤막한 단위들로 끊어 읽는다면
확실히 읽는 과정에서 부담이 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가 1등급, 그것을 넘어 만점이라면
더 높은 단계의 독해력을 기를 필요가 있고
무작정 많이 끊어 읽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문장을 끊게 되면 정보를 받아들이기는 쉬울 수 있으나
하나의 문장, 하나의 문단이 전하는 전체 흐름, 맥락을 잡기에는
오히려 불리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더라도, 한 문장은 한 문장으로 처리하고
나아가 하나의 문단을 큰 호흡으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을 목표로 삼으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제가 비문학을 잘 읽어내지 못할 때
자꾸만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 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기에
예전의 나와 달라질 수 있었는가
그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상 이번 글이
'수능 국어 영역‘ 자체에 대한 내용으로는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은 국어 시험 운영 방법이 될 테지요
물론, 제 의견이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 누구도 정답을 줄 수 없어요
백 사람이면 백 사람
각자의 사고 과정과 학습법이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니까요
이 글을 읽은 단 한 사람이라도
정말 그렇구나! 라는 느낌과 함께
희미한 방향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현월
0 XDK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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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개 소름끼칠듯 지잡한에서 본가 올라갔는데 길거리엔 사람들 마약하고 쓰러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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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보니 생각보다 엄청 외진 곳에 있는 것 같은데 일요일에 대치 단과...
다읽었습니다 너무 좋은글이에요..
빠르시네요 ㄷㄷ
감사합니다
가독성이 넘무 좋아요

허거덩 컨관님이다이 글이 경 마 그 글은 아니죠?
맞습니다
중간에 투명 문자로 대체했는데 문제가 될까요?
아뇨… 경 마 풀어줄려고…
선댓후감상 했는대 이 글이 맞았구나… ㅠ
아 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분들께서 투명문자로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이렇게 했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다 읽었어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칼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감사감사
점심 먹으면서 읽어써ㅇ ㅛ ! 비문학을 거창한 걸루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는 경지까지 가보고 시퍼요
다른 모든 것은 이 위에 쌓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인드를 달리 하면 달라지는 것들이 많을 수 있어요
분명 할 수 있을 거에요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것들이군요. 제가 유독 과학지문을 못 푸는 것도 어쩌면 어릴때부터 과학을 기피해와서, 재미없다고 판단해놓고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칼럼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글이 나와의 대화를 거부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하듯이, 잘 맞는 글은 제가 궁금한 점을 탁탁 짚어내주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글은 내가 물음표를 띄워도 무시하고 넘어가지요. 그런 지문이 보통 과학지문이나 경제지문인 경우가 많은걸 보니 수능에서 요구하는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배경지식보다는 상식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술지문은 학생들 다수가 배경지식이 없다는 가정 하에 출제되는거 같아서 보다 친절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6모에도 과학기술 지문을 기피하려 했는데, 남은 시간동안 그동안 풀어본 기출들을 정리하고, ebs를 활용해서 과학쪽에 상식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조금은 과격한 표현으로 자주 오해받곤 하는 심찬우T께서 결국 이것을 전하고자 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현월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셔서 기분이 좋네요 ㅎㅎ좋은 칼럼 항상 감사합니다
강의를 들은 적이 없는데도 저번 문학 칼럼부터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네요
저보다 대단한 분과 비슷하다니
제가 틀리지는 않았나 봅니다
독서를 대할 때 긍정적은 물음표들을 던져가며 독해하는 것은 저도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인데 맞는 길을 가고 있었군요 ㅎㅎ
끝부분 말씀처럼 전체 흐름 맥락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은 잘 알지만 세부 정보 기억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기가 늘 어려워서 참,,,
항상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돌아가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전체 흐름을 잡는 것이 더 원활한 독해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시간을 더 줄여보려고 세부 내용 기억에 집착하고 있었는데 단축은 커녕 더 잘 안 읽히는 듯 했었는데 다시금 큰 흐름 잡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겠군요
항상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정보를 뽑아내기 위한 독해를 하고있었음을 느꼈네요 정보가 많을때 그 태도로 글을 또 다 받아들이려하니 막히고 .. 답답했는데 제 태도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문제를 푼다, 얼른 풀어제낀다
이런 생각으로 접근할수록 답답하고 잘 안 읽히더군요
제 실패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직관적합성이라는 단어를 통해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말로 잘 풀어서 표현해주신 것 같습니다.좋은 글들 항상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역시 중요한 부분을 알아보시네요감사합니다

https://orbi.kr/00073290344/%EA%B5%AD%EC%96%B4%20%ED%97%88%EC%88%98오픈북이긴 한데, 숨은 그림찾기+오픈북.. ㅠㅠ

전체 흐름을 잘 잡을 수 있다면돌아가서 확인해야 할 부분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제목 선정 ㅆㅅㅌㅊ
모솔이라서 비문학을 못하나봐요

헉…
비문학, 현대시 정답률이 문학에 비해 정말 높은 편인데 그 이유가음 얘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어디서 들어 봤는데?
이 마인드로 풀어서 그런 거였었네요..무의식 중에서 어느 정도 적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뿐만 아니라 제 기준으로는 영어 독해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은 글이네요
칼럼 감사합니다
정말 알고 싶다는 태도로 접근할 때 글이 더 빠르게 다가옵니다
마인드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와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