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들 중에 좋은 게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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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 상황이랑 너무 비슷한….
특히 <슬픈 목가>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더욱
희망적인 시들은 진짜 희망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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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떨어진다
빗속에 동백꽃이 시나브로 떨어진다.
수(水)
평(平)
선(線)
너머로 꿈 많은 내 소년을 몰아가던
파도소리
파도소리 부서지는 해안에
동백꽃이 떨어진다
억만 년 지구와 주고받던
회화에도 태양은 지쳐
엷은 구름의 면사포(面布)를 썼는데
떠나자는 머언 뱃고동소리와
뚝뚝 지는 동백꽃에도
뜨거운 눈물지우던 나의 벅찬 청춘을
귀대어 몇 번이고 소근거려도
가고오는 빛날 역사란
모두 다 우리 상처 입은 옷자락을
갈가리 스쳐갈 바람결이여
생활이 주고 간 화상(火)쯤이야
아예 서럽진 않아도
치밀어오는 뜨거운 가슴도 식고
한 가닥 남은 청춘마저 떠난다면
동백꽃 지듯 소리 없이 떠난다면 차라리 심장(心)도 빙하(水) 되어
남은 피 한 천 년 녹아
철 철 철 흘리고 싶다.
-신석정, <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