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노 [1323308] · MS 2024 · 쪽지

2025-05-12 19: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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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평가원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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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둘째 주 목요일

서릿발 눈보라 작두에 서다


두번째 수능 0교시

매서운 북풍 정면에 맞대다


펜 하나에 의지와

수험표 하나에 가채점지와

도시락 한 통에 사랑과 어머니.

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느새 나는 재수를 하며

친구도 잃고, 연인도 잃고, 건강과

청춘도 잃어버리고, 그렇게 계속 잃다가

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흰 시험지가 있어


그 위에 친구며, 연인이며, 건강과 스무 살과 그런 것들을

하나씩 그렀다가 또 지우는 것이다


원래 재수는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지만


내 인생 좁다란 구석 가장 빛날 일년을 한 허리 베어내어

굽이굽이 접어 두었건만 서리서리 펼쳐지지 않으니

나는 그만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친구들은 반짝거리면서 캠퍼스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있단 말이 아니냐


괴로웠던 재수

행복한 10월 월례고사처럼

이 모가지에 결실의 꽃다발을 드리울 수만 있다면


초라한 경력을 이십대에 막은 다음

주름 잡히는 얼굴마저 성형해 버리고

나도 또한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


이번 수능도 국어가 타종하며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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