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이의 퍼니박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123375
나도 어렸을때
장난감이나 게임기 같은거
친구네집이나 친척집 가서 갖고놀고 부러운 티 내면
부모님이 너도 저거 사주겠다고 해놓고
꼭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까먹은척하고
그러다가 희망고문에 지쳐서 잊고살때쯤 되면
간혹 생일선물로 사주시는 경우 있었는데
사주면 꼭 저런 중국산 짝퉁이나
어디서 누가 버리는거 주워온 것 같은 유행지난 중고품이었음
정작 기대했던건 하나도 없고
얼마 쓰지도 못하고 고장나고 하자 생기고
처음부터 불량인 경우도 있고..
어렸을때 그게 너무 큰 상처였음
생일인데 내가 가장 중요한 날인데 (어렸을때 생각하기에)
심리학적으로 자아의탁이라고 하나 동일시라고 하나
'나'라는 사람이 그정도 하찮은 짝퉁 따위랑 동급이구나 난 못난 사람이구나 같은 생각도 들고
기대했는데 저번이랑 또 똑같구나 내인생이 그럼 그렇지 이런 생각도 들고
옆에 있는 아빠가 너무 원망스럽고 화나고 울분이 터지는데
부모님이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하고 선물받아서 기분좋은척 신나는척 그 감정을 숨기고 억눌러야 하고
그게 어렸을때 많이 상처였고
자기전에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많이 있음
어렸을때 친구네집이나 친척집이나 가보면
"아니 시1발(그땐욕안했음..) 왜 다들 하나같이 이렇게 멋지고 갖고싶은 장난감 게임기가 엄청나게 많지? 내가 부자들이랑만 사귀나?
왜이렇게 다들 돈이 많지?"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사람을 많이 알아갈수록 점점 친구들이랑 친척들이 부잣집인 게 아니라
우리집이 가난한 거였다는 걸 깨달았음
그걸 깨달은 뒤로 우리집이 너무 창피하게 느껴져서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정말 단한번도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음
별의별 핑계 대면서 집에 못 놀러오게 하고
그러다가 두번쯤인가 애들도 핑계라는걸 눈치챘는지
어떻게든 우리집에 오겠다고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길에서 한시간 넘게 실랑이 벌인 적도 있었는데
그중 한번은 돈 주면서까지 좀 가라고 해서 겨우 돌려보냈었음
차마 집이 창피해서라고는 말 못하고...
반에서 게임기, 컴퓨터 사양 이런얘기 나오면
거짓말도 정말 많이 했음...
없는데 있다고 하고 부풀려서 얘기하고
우리집 컴퓨터는 아빠 회사 사무실에서 쓰다가 버린거 주워온 거였는데
정말 쪽팔리지만
친구네집 놀러가서 몰래 장난감 훔친 적도 두번 있었는데
큰건 티나니까 못훔치고 카드 한 장이랑 레고 사람 부품 하나 훔쳤는데
두번 다 진짜 훔친거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작 이런 거 때문에 도둑질한 너무 스스로가 한심하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도 계속 들고
둘다 착한 애들이었는데 걔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걔들은 무슨 잘못인데
그외에도 일일이 다 설명하고 싶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어서
내 사춘기를 지배했던 가장 커다란 감정 중 하나는 수치심이었던 것 같음
수치심, 창피함, 부끄러움, 열등의식...
어렸을때 주변 환경의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난 일반 사람들이랑 다른 사람이구나..
그들의 범주에 못끼는구나 미운오리새끼 같은 사람이구나
근데 걔는 커서 백조라도 되지..
지금 자존심이 한없이 바닥을 치는건 어렸을때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음
그러니까 님들은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애 선물 살 땐 진짜 가성비 따지지 마요
오르비 사람들은 능력 있으니까 돈 많이 벌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물 비용에 미래에 아이의 올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투자 비용까지 들어있는 셈 치고
제대로 된거 사주셈
아 그리고 캐리어도 사주셈
여행갈일이 없으니까 캐리어도 없었어서
소풍갈때마다 남들 다 예쁘고 멋있게 차려입고 캐리어도 끌고오는데 나혼자 찐따같이 책가방에 츄리닝 입고왔던게 너무 창피했었음
그리고 아이 방도 꼭 만들어주셈
집이 좁아서 개인공간이 없었어서 쉬면 거실에서 쉬고 잘때도 침대가 없었어서 다같이 한 방에 누워서 잤는데
그래서그런지 커서 성격이 폐쇄적이고 자기만의 세계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음
그리고 돈이 없어도 기술배우고 취직이나 빨리 하라는 말은 죽어도 하지마셈..
암튼
저 퍼니박스 만화 보고 느낀게 많았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4점짜리 문제 몇 개 틀려야 2등급 맞을 수 있나요? 작년은 물이라 3개까지...
-
저메추점 22
-
epl순위표 2
나란히 16위 17위 유로파 결승에서 ㅋㅋ
-
훨 잘생겼네 으하하
-
죽는 법 4
내공 300
-
뭔가요..6모 치고 대충 어느 대학 라인인지 알고싶어서요!
-
히히히
-
난 안쓰는데 요즘은 보편화된거도 같아서 궁금함
-
사랑했나봐 5
잊을수없나봐
-
22 23 24 25 중에 추천해주세요
-
기분이 꿀꿀할땐 17
애니시청
-
미적적적 2
기하하하
-
문학 공부를 아예 해본 적 없는 정시러 고2입니다… 독서는 김동욱 선생님 듣고 있고...
-
진짜!! 11
수학 진짜!!!!잘하고 싶다 6평 1 맞고 싶다!!!!!
-
2026 수능 대비 문항 EBS 독서 p285 연계-2 0
직전 게시글의 문항과 다른 방향으로 EBS 연계가 된 아예 다른 문항 세트입니다.
-
와 천안문당함ㅋㅋ 12
그냥 단순히 “강의못한다”라는 말도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4112 6
6모 목표인데 이렇게 맞으면 어디 가나요? 지피티는 이렇게 답하는데 좀 아닌 것 같음
-
으응 ㅜ
-
선택권이 있는 사람들은 확통이나 기하하는게 여러모로 무조건 좋을듯.. 난...
-
이번에 과외 처음 하는데 내가 정시 파이터라 내신 챙긴 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
아 보고서 까먹고있었네 10
ㅋㅋㅋ 쓰기 싫은데
-
1등급이었나요? 2등급이었나요?? 기억이 안 나네엽 ㅠㅠ
-
확통런 커리 0
이번주부터 확통 시작할건데 시발점 건너뛰고 뉴런부터 들어도 될까요? 아니면 타선생님...
-
얼탱
-
귀찮노
-
심심하구나 0
ㄹㅇ
-
1. 홉스 (Thomas Hobbes) 자연상태: 전쟁 상태! “만인의 만인에 대한...
-
현역 5모 점수 3
안녕하세요 일반고 다니고 있는 고3입니다. 이번 5모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아져서...
-
기출 한번 보긴 했는데 실력 낮을때 본거라서 한번 더 볼까 고민이 되는데 한번 더...
-
베르톨트 라이너..
-
2등급 목표고 미적분 28번부터는 손 댈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27번까지만 다...
-
집에간다 히히 5
-
오늘도 수행 두 개... 내일도 수행 두 개... 심지어 체육대회 예선이라 점심...
-
지금 고2고 고2 교육청 모의고사는 다 풀었고 나비효과 완강했는데 평가원 기출...
-
어떻게해야하나요? 문법 아예 쌩노베입니다. 전형태 올인원 방금 구매했는데 후속...
-
미적 8문제중에 3문제맞히는데 확통런하는게 나을까요 학원선생님은 자꾸 늦었다고...
-
일루전 5 (6월 모의대비 그대로/듣기포함 완세트 70분모의) 0
1. 수능이나 전국 모의고사와 문제 풀이법이 동일합니다. ( 글의 중심 단어, 중심...
-
왜냐? 0에서 1사이의 선분이 있다고 하자 이 선분에는 무한한 수의 점과 그 점에...
-
얼버잠 1
-
나만 이렇게 생각함?
-
확신의 골렘상. 각종 빌런들 알아서 다 처리해주셔서 ㅈㄴ쾌적.. 근데 공무원...
-
My mother told me to go to church every sunday 3
She believes in god, but I was living in hell
-
이 문제에서 왜 덧셈이 아닌 곱셈을 하는건가요?? 선생님께선 이 문제를 f(1)로...
-
아파트 단지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뒤는 산, 앞은 큰도로인데 자연친화적인건 좋지만...
-
벤티로 때려야겠다 피곤해
-
샤?
-
만점자수, 점수별 백분위 등
-
내신영어 ㅅㅂ..... 평반고 고3애들이원래이렇게이를가나? 아니시발 맨날 5등,7등...
동현아..
솔직히 수많은 아이들을 울렸으니 사과해야함
동현이의 퍼니박스 리뷰
https://m.dcinside.com/board/dcbest/143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