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 할머니랑 대입 얘기 안 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116482
걍 끄적끄적 적어보는 글이라 음슴체예요.
중2 때 실음과 가고싶다고 하루에 연습 5시간씩 하고 그럴 때 할머니는 내게 경복대 실음과를 목표로 하라 하시며 거기가좋제일 좋은 학교라고 하셨음. 난 경복대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실용음악에선 서울예대, 호원대나 서경대 같은 학교들이 좋은 학교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호원대는 지방대라고 안된다고 하셨고 서경대도 인서울에서 별로 좋진 않다고 하심. 참고로 실음과에선 인서울이 아닌 대학이 상위권임. 나중에 좀 알아보니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가수 임영웅이 거기 출신이었음.
중3 때 대가리 봉합하고 집 근처 자사고를 준비하는데 뜬금없이 공주 한일고를 얘기하심. 우리 외삼촌이 한일고 나왔다고 나도 한일고를 보내려 한 거... 엄마랑 할머니랑 1주일 내내 엄청 싸우더니 집 앞 자사고 지원하는 거로 함.
하지만 내가 자소서에 희망 진로를 인공지능 개발로 잡았다가 나랑 2차로 전쟁이 또 발발함. 할머니는 내게 기계공학이나 화공을 가면 지방대를 가도 LG에 들어간다며 할머니의 조카들 얘기를 하심. 할머니의 조카들이 지방에서 면접 볼 때 면접관들이 평소 할머니의 남동생, 즉 할머니 조카들의 아버지와 친한 사람들이라 이점이 있었다는 것은 모르셨음. 기계공학은 외삼촌이 연대 기계공학과였고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서 나온 얘기.
자사고는 떨어진 후 방학 동안 아무리 고민하고 공부해도 내 적성엔 공대가 영 아니라는 걸 느꼈고 진로희망을 역사교사로 바꾸니 할머니는 문과를 가면 결국 패가망신이라며 불같이 화를 내심. 문과 들어가면 결국 간암으로 죽는다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할아버지의 둘째 형님, 즉 둘째 큰할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던 거...
학기 시작하고 시작과 동시에 세특 채우려고 전교 회장 선거 선관위 활동 등등에 참여하고 어떤 동아리를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으니 할머니가 고등학생 때 동아리 한다고 놀면 인생 망한다고 하셔서 학종에 뭐뭐 들어가는지 자료 가져와서 보여드렸지만 그런건 평생 본 적도 없고 할머니 자식들 조카들은 다 수능으로 대학 갔다며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심.
그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그냥 세특 잘 써준다는 화학 동아리 들어감. 솔직히 잘못 들어간 듯. 아무튼 동아리 활동 하면서 단체사진 찍은걸 가족 단톡에 올렸더니 결국 동아리 들어가서 노냐면서 혼내심. 화학 실험하는 동아리라고 했지만 할머니 머리엔 동아리는 노는거라는 인식이 박혀있어 어쨌거나 놀지 않았냐고 하시며 혼내심.
친척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무슨 과에 가고싶냐는 질문에 역사교육과라고 했다가 사학과는 돈 벌어먹는 과가 아니라면서 그 자리에서 잔소리 들음. 뭐 여기까진 역사교사가 정원이 좀 적어서 그런가 싶었고 사학과랑 같다고 착각하신 것 같아서 그런가보다 했음. 근데 할아버지의 친척 중 역사교사 하나가 경북 어디 살면서 역사교사 하는데 자기 과목 아닌 것도 한다면서 화를 내심. 알고보니 그 지역은 BYC였음. 대한민국에서 애 가장 적은 곳.
이런 일들은 겪다보니 우리 할머니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잦으신 것 같아서 할머니랑은 대입 얘기 안 하게 됨.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만 미치도록 난해하고 적응 못하는건가요…내용 정리가 안됨;;;;;;;ㅜㅜㅜ...
-
오르비 안녕히주무세요! 10
오르비 잘자요~
-
진짜 모름
-
생윤 이지영 출제자의눈 13~31강 (강의O) 하루종일 19강 내용을 필기하느라...
-
안오나봄 2
자고옴 만약 먼 일이 일어나면 누가 다 캡쳐해놔주셈 글고 내가 깻을 때 싹 모아서 올려주셈
-
https://orbi.kr/00073082844/ 교수님들은 이런 실수 안 한다
-
오르비에서 엉덩이주사 맞았다고 남들한테 말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 갑자기 현타오네
-
화작 미적 정법 사문기준으로 수학97이면 다른과목은 어느정도 나와야 될까요?
-
잇올기숙 0
잇올기숙 다니는사람잇냐 잇으면 댓좀 물어보고싶은거잇
-
왜 지금 아프지 앉을때마다 따갑네
-
가끔 헷갈림
-
사실 당사자 안 등장하면 걍 자러갈꺼
-
사건 전개의 인과성에 입각해서 읽는다가 무슨 말인지 알려면 4
이 문제를 아래처럼 분석할 수 있도록 읽는게 사건 전개의 인과성에 기반해 읽는거임...
-
저번주에 머리자르러 갔는데 고등학생 소리 듣고옴
-
닉변완. 15
닉네임을압축한다
-
가성비좋게 토목공학과 가서 러시아감 ㅇ
-
언매: 4문제정도는 쳐다도 안보고 나머지 몰빵해서 최대한 다맞추기 기하: 한두문제...
-
으악우씨 아쉽네 3
같은 통통이로써 응원했는데
-
ㅇㅋ?
-
심장을 바치겠습니다 크아아아ㅏㄱ
-
최저맞추려고하는데 영어랑 수학은 해야해서요, 셋중에 등급맞기 쉬운과목 무엇인가요?...
-
한 고정 백분위 98 미만은 그럴 듯 작수 긴장 존나하니깐 뇌가ㅅㅂ 글읽기를 거부함
-
기숙 고민 4
담주에 기숙들어갈건데 머리 미는게 좋나요
-
내일부터는 계획표도 같이
-
퇴 9
근
-
탐구 기출 1
국어랑 수학 기출 n회독 하는 것 만큼 탐구도 기출 많이 보는게 좋은가요?? 지구랑...
-
기다린다
-
으악우장례식임 0
덕코는나에게
-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다름아니라 최저를 맞추고 수시&논술로 간다는 생각으로...
-
진짜 으악우 갔네 10
왜감?? 갑자기?
-
진짜 캐리어에 타고 여행 갈 수 있겠네
-
그냥 원래 내던 유형 내줘라제발ㅠ 이래도 변별된다며.. . . 5모 29번 같은...
-
기다리고 있는데!!!!!
-
씨빨 올해는 의대갈거니까 딩딩딩딩딩
-
주인 잃은 레어 2개의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공군페페"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
시발개새끼들아
-
중경외시뱃 달고 저능아인척 하고 싶다..
-
원래 눈팅만하다 글쓰기시작한날부터 너무 나태해짐
-
졸려서 이제 자야겟음
-
지문이 뭐 이래 추상적임
-
작년 지구 16
찍맞은 영향이 없는걸까요 왜케 잘하는겨 사람들
-
어떤 오르비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
으으
-
킹누 /일도 요루시카 /카틀레아 콧치노 켄토 /결과 올라잇 이런 신나는 노래 좋아함요 많은추천부탁
-
중딩여르비 질문해도 되ㄹ까요 ? ♡ཾֻ. ᩙ.?ꛒྀི 22
상위권이 극상위권이 되려면 어떤 걸 해야 할까요 n제들 풀고 실모 보고 ㅎㅏ고 있긴...
-
학평기준 국(언매) 수(확통) 영어 223 떠요
-
Baby 오늘 넌 내 여자 아님 ㅂ
-
공부 안했어서 거의 5뜸 지금 미적분 c단계빼고 쎈 반절이상까지 밖에안함 개념 너무...
할머니랑 대입 이야기 가능하다는 거 자체가 신기함
우리 할매는 수능이라 하면 못 알아먹어서 학력고사라고 말해드리는데
아직 칠순도 안 되셨고 외삼촌이 나랑 19살 차이라서
아 나이가 거의 큰고모 수준이구나 하필 제일 말 안 통하는 세대네
ㅇㅇ 나랑 52살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