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5-05-08 23: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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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체력 기르기이고 글은 생각의 기본기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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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요새 철학을 공부하는데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평소 수학도 못해서 열심히 공부 중인데요, 수학은 수식으로 생각을 전개하여 꽤나 흥미로운 새로운 결론에 도출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르네 데카르트가 특히 강조한 선험적 종합판단이라고 하더군요 철학에서 배운 내용이 수학에도 적용이 잘 되어서 신기했습니다), 철학은 수식이 아닌 논리와 정합성, 일관성을 바탕으로 전제와 정의를 통해서 생각을 전개하여 새롭고 흥미로운 깨달음에 다다르는 학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의견을 들은 철학 교수님도 실제로 수학과 철학이 매우 비슷하고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하시던데, 아마 제 생각에 철학과 수학은 우리의 사고력을 함양하는 양대산맥이자 문과의 핵심 이과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전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철학을 잘 할 것이라 생각하고, 철학을 잘 하는 학생은 수학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잘 하는데 수학을 잘 못하는 것은 단순무식하게 암기나 잘 해서 시험에서 성적을 잘 받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전혀 몰랐지만, 고등학생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가 배우는 여러 지식들은 생각보다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예컨데 의대생을 예로 들자면,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득점이 필요하고 그 고득점의 핵심이 바로 수학입니다. 수학 못 하는데 의대를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고 극히 일부의 예외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의대 가면 뭘 하느냐? 수식으로 정리하거나 뭔가 인체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게 합니다. 보통 생물학처럼 뭔가를 빠르게 외우거나 처치법을 배우거나 근거와 증상을 바탕으로 수련을 받고 임상 훈련을 받습니다.




 그럼 수학 공부를 전혀 쓸모가 없다고 보고, 수학적 지식이 전혀 의미가 없냐? 그건 아닙니다. 도형 감각은 인체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여러 CT MRI X레이 등등 에서 정사영 벡터 개념 등을 응용하여 판단을 잘 해야 하고, 수학적 개념이 은근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분명 수식은 쓰질 않지만 수학에서 사용해왔던 논리나 추론 과정, 연역적 사고 방식, 전제를 통해 결론을 새롭게 이끄는 능력 등 핵심적인 사고력 연습은 결코 여러분을 배신하거나 쓸모 없는 자산으로 쓸데없이 머리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미적분 등이 왜 쓸모가 있는지, 당장 쓰지 않는 도구를 연습하고 하는 것이 어째서 해마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의 학과장이신 이인아 교수님이 아주 잘 설명해주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SW-TqPOonI





 혹시 런던의 택시 기사들에 대해서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충격적이게도 런던의 택시 기사를 따는 것은 매우 힘들며, 일반 택시 기사와 차원이 다른 역량이 요구됩니다. 바로 공간 지각 능력과 암기력입니다. 그들은 네비게이션을 절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구석구석 골목을 잘 외우고 거리감을 통해서 목적지까지 효과적으로 가는 경로를 잘 추론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매우 오랫동안 공부하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돈도 많이 버시고요.




 

https://blog.naver.com/whycar/223753719968


ㅋㅋㅋㅋㅋ

https://m.thisisgame.com/webzine/community/tboard/?board=33&n=268325





 특히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특별히 발달하고 비대해진 영역이 바로 해마라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갑자기 서울대 교수님을 한 분 소개한 것은 그 분도 마침 해마를 연구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해마는 말 그대로 바다의 해마처럼(?) 생겨서 그 이름을 붙였다는데 원래 뇌에서는 압축되었기에 쭈글쭈글하고 형태가 없는데 아마 해부를 해서 따로 분리를 해놧더니 해머처럼 휘어져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과학자였으면 찌그러진 종이조각 정도로 명명했을 법 합니다.




 해마가 왜 중요하냐면 공간 지각 능력과 공간감에 대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네비게이션도 없이 잘 길을 파악하고 가는 것, 지도를 보고 파악을 하고 사물을 통해서 유추를 하고 방향 감각을 동원하여 목적지를 향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원시 시대에 생존 역량에 핵심이었을 것입니다. 사자가 저기 멀리 있는데 저게 가까이 있는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등을 잘 파악해야 먹이를 먹든 도망을 가든 할 것이었기 때문이죠. 해마는 가장 기초적인 기능을 하면서도 굉장히 근본적인 역량을 하는, 뇌 깊숙히 들어있는 기관인데 뇌 깊숙히 들어있다는 것은 생물의 발달 초기부터 있었다는 말입니다 다른 동물에도 해마가 보통 있기 마련이고 인간처럼 고등하면 고등하게 매우 발달했습니다.




 

런던 택시 기사들은 특히 이런 공간 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웬만한 뇌과학 책에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 잘 발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기에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157916





 신체 기관은 자주 쓰면 발달하고 덜 쓰면 퇴화한다는 매우 강력한 기본 전제를 깔고 그 위에서 우리는 놀고 있습니다. 당장 근육도 그렇고 뇌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친다던지 아니면 고스톱을 친다던지(물론 고스톱 자체보다는 왕성한 사회적 활동과 의사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등의 활동이 치매를 예방하고 뇌 기능의 저하를 막는다고 유명하죠.




 그리고 흥미롭게도 저는 작년 말부터 뇌과학 동아리를 하면서 해마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했는데, 해마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일을 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뇌 깊숙히 있고 단순히 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것 같지만, 저는 처음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인슈타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공간이 서로 하나이고 구분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하 그래서 시간 정보도 같이 인코딩하고 저장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논문을 찾아보니 해마는 공간 정보를 따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같이 쌍을 이루어 저장을 한다고 합니다. 시간 따로 공간 따로 저장을 해서 나중에 언제 어디를 갔는지 혼란하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 우리는 시공간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해마는 처음부터 시공간이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해마가 시공간 정보 정도까지만 처리했어도 상당히 놀라웠는데, 알고보니 더 많은 추상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을 최신 연구에서 알아내었습니다. 단순히 공간 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특정 공간에서 발화하고 강조되고 흥분되는 세포가 있다는 것을 통해서 2014년 노벨 의학상이 수여되었는데 이후 매우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해마가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리며 이 세상에 대한 관계도를 그리고 관게를 추론하고 유추하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려서 저와 여러분의 관계를 알고, 여러분의 각각 부모님의 관계를 알고 있으면 전 저와 여러분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등을 매우 뚜렷하게 추론하고 상상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해마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이 복잡한 그림들은 단순한 도식도가 아닙니다. 해마가 공간이나 방향성을 통해서 각 인물의 관계라던지 아니면 카테고리 분류 등의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최근 연구가 알아내었습니다 매우 놀랍지 않나요?

<The Tolman-Eichenbaum Machine: Unifying Space and Relational Memory through Generalization in the Hippocampal Formation>






 그러니까 해마가 발달했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 지각 능력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차원적인 추론과 사고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여러분이 근육 운동을 통해 아령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면 단순히 아령을 더 무거운 것만 드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밀거나 누구랑 싸우거나 아니면 부수거나 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운동을 직접 돈을 내고 배워본 적이 있나 싶습니다. 전 이상하게도 참 신기하게 어머니가 예체능 계열이라서 그런지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어릴 때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배웠으며, 운동도 탁구 축구 수영 등의 여러 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취미로 한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프로들에게 돈을 내고 배워보았는데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본기를 미친듯이 강조하고 그것만 단순 반복 동작을 엄청나게 늘 하면서 습관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탁구를 처음 배울 때 서브를 하고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공을 치는 자세를 잡고 엄청나게 반복적으로 팔을 휘둘렀습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모두 동일했고, 축구도 그러하였고 수영도 그러하였습니다 기본기 자세를 일단 배우고 그게 고착화되고 잘 자세가 잡히면 공이 잘 날라가거나 몸이 물 속에서 잘 움직였습니다. 생각해보니 골프도 배웠는데 가끔 기본기 훈련이 잘 안되서 자세가 무너지면 공이 이상한 곳으로 휘어지는 현상을 자주 겪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공부라는 것을 하는 것은 결국 사고력을 기르고 해마 등의 뇌 기능을 강화하고 발달하기 위한 훈련일 뿐이고 어떤 예시이자 교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수학으로 그 훈련을 누구는 과학으로 그 훈련을 누구는 철학으로 훈련을 하고 그 시대나 역사에 따라서 유행하는 교구재가 달라졌을 뿐 근본적으로 뇌의 기능을 발달시켜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대학교를 가고 2학년이 되면 각 학과의 본격적인 어려운 기초 교과목인 전공 기초 수업을 듣게 될 것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여러 2학년 교과목을 배워보니까 이때 멘탈이 아주 쉽게 나갑니다. 저의 경우 재료공학도로서 재료열역학이라는 물리1 내용의 심화 과정을 배웠는데 너무 어려워서, 이 산이 아닌가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대단히 의심하고 공부에 몰입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도 겹치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한양대로 가신 존경하는 최창순 교수님은 당시 재료열역학을 가르치시던 분인데, 전 여전히 고등학생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해서(실제로 대학교 1학년 내용은 공부를 대충 해도 잘 받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인데 이게 대학교 2학년 전공 기초를 배우면서 질적으로 확 달라집니다) 뭔가 문제집이라던지 더 연습할 수 있는 교재를 요청드렸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답장은 매우 간결하고 당시 저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이 그냥 도서관을 가서 알아서 책을 더 찾아서 문제를 풀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학원 강사처럼 문제집 여러 권을 가지고 공유를 해주고 프린트를 해서 나눠주지 않고 스스로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큰 뜻을 몰랐으나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gai라던지 검색이나 서적, 논문 등을 스스로 찾으면서 지식을 더 익혀 나가고 있습니다. 대학교 이상이 되면 이제 슬슬 교과서라는 개념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알아서 공부를 하고 새로운 길 새롭게 변화하는 학문은 아직 정립된 교재가 없기에 논문을 알아서 찾아서 읽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교수님의 말씀에 고등학생 기준으로 실망을 하고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했고 어떻게 스스로 공부를 하라는 것인지 무책임하다고 여겼지만, 이내 시험을 쳐보니까 알겠더군요. 열역학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이 주로 나왔으나 고등학생때처럼 단순 사칙연산을 통해 테크니컬하게 빠르게 시험을 푸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길게 서술형으로 자신이 배운 것을 암기한 것을 바탕으로 적어서 냈어야 했고(코로나라 비대면인 덕분에 절대평가 + 자연스러운 오픈북이라는 환경도 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확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최창순 교수님께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무려 5년 전의 이메일이네요. 제가 굉장히 적은 사례를 통해서 과감한 일반화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유추해낸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잘 납니다.







새 탭으로 여시면 커지는데 굳이 뭐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체 뭘 공부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매우 실존적인 질문을 하며 흔들렸던 저의 모습이 기억이 잘 나는군요







 제가 이제 글에 대해서, 글쓰기를 강조하시는 분들의 의미를 좀 느낀 것 같아서 또 한번 더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시는 조던 피터슨 같은 지능을 강조하시는 분들도 글쓰기를 핵심 역량으로 보시는데 전 개인적으로 악필이기도 하고 손으로 쓰면 손이 아파서 글을 오랫동안 쓰질 못해서 좀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그 분은 뭔가 글을 휘황찬란하게 번쩍이게 예쁜 글씨체로 편지처럼 쓰는 것을 강조하신 것이 아니라, 생각을 그저 글이라는 형태로 정리 정돈하는 연습을 누차 강조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과서 읽는 것도 짜증났는데 왜 다들 자꾸 글 쓰라고 잔소리를 할까요






 2024년 4월 즈음에 서울대 뇌인지과학과의 전현애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1시간 가량 면담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타대생 타학과 학생임에도 아주 친절하게 따뜻하게 면담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여러 이야기를 오갔는데, 특히 교수님은 저의 글쓰기 역량을 매우 인상깊게 보시면서 저에게 당장 과학 칼럼니스트의 길을 향해 달리라고 과감한 제안을 하면서 추천의 이메일까지 써주셨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대단히 감사하고 아직도 종종 연락을 드립니다.




 당시 서울대를 나오고 다이렉트 박사라고 학부 졸업 이후 석사 없이 바로 미국 박사를 간 아주 똑똑한 중학교 동창 친구 또한 전현애 교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면서 대체 왜 당장 잘하는 것으로 빠르게 성공할 생각을 안하고 돌아서 가려고 하냐고 매우 답답해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절대 그 친구를 원망하거나 탓하는 마음은 없고, 저를 정말 진심으로 생각해주었기에 그러한 고민을 같이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크게 흔들렸으나 저를 현재 지도하시는 지도 교수님, 저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과학과 수학 과외 선생님들은 매우 강력하게 반론을 제기하면서 반박을 했습니다.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는 유명한 칼럼니스트 등을 보면 학력이 결코 만만치 않고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다. 어차피 어느 분야든 깊이 파본 경험이 있어야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지,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니가 간단히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뭔가 깊이 있는 공부를 해봐야 특히 박사까지 공부를 해봐야 니가 과학 대중화를 하든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든 할 수 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일단 내세울 스펙도 없지 않느냐는 여러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당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부분은 과연 제가 글쓰기를 잘 하는데, 나중에 연구자로서 논문도 잘 쓸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대를 나온 제 친구는 글에도 종류가 있고 제가 평소 쓰는 것은 교육 칼럼이니까 대중적이기에 논문과 달라서 결코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제 지도교수님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연구 논문도 잘 쓸 수 있다는 잠재력이기에 전혀 문제되거나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불과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제 지도교수님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논문도 아닌 논문의 요약본인 프리프린트를 영국의 여러 석학에게 공유했고 그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하였으며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여러 군데에서 받았습니다. 제가 평소 일기장처럼 휘갈겨쓰는 글들은 단순히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제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고 정돈된 생각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IQ검사에서는 여러분들을 이길 자신은 없지만 아마 글쓰기와 담당된 뇌 부위의 부피나 크기 밀도 등에서는 좀 자신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사후적으로 어느 누구를 비방하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둘 다 논리적으로 그럴듯 했으며 저조차 확신이 없었지만, 특히 부모님의 경우 단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제안을 주셨기에 저는 좀 더 challenge하고 저를 성장시킬 수 있고, 다소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제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박사 과정을 향한 뇌과학을 향한 공부와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1년도 채 안되어서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당시 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강조하던 선생님과 교수님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이번에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문학가이자 시쓰기(근데 시도 좀 써본 적이 있어요 ㅋㅋ) 등 전혀 상관없는 글쓰기를 가져다가 무슨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논문을 잘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연관성이 부족한 것을 억지로 연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름의 개연성이 있고, 제가 평소 논문은 아니지만 제 생각을 정돈하고 좀 부족한 퀄리티라던지 가독성이지만 날것 그대로 생각을 뽑아내서 글을 구조화하는 연습을 하니까 체화가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제 생각도 마치 글을 염두에 둔 것처럼 미리 정렬되어 잘 뽑힙니다.




 지금 통계학의 근본 사고력을 가르치는 수리통계학을 수강 중인데 놀랍게도 교수님이 다이렉트 박사 출신이더군요. 미국 박사 출신이던데 저보고 조언하시길 생성형 ai덕분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너무 세세하게 따로따로 다 배울 필요가 없다 이제 하나의 언어만 잘 하면 그것을 번역을 하거나 다른 문법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다고 말씀하시면서 저보고 근본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수업을 추천하시지 세세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수업은 비추천을 하시더군요.









 확실히 느낀게 저도 이번에 영국과 미국 등 여러 해외의 명문대의 교수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한글로 일단 제 생각과 사고, 교수님 분야의 접점 등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영어로 변환시킨 다음 문법이나 어휘에서 제 수준에 맞게 약간 다듬어서 이메일을 보내면서 그 말씀을 많이 느꼈습니다. 여러분 영어나 한국어나 전부 다 잘할 필요가 없습니다 딱 한개라도 깊이 있게 확실하게 여러분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언어 심지어 그게 음표라도(물론 좀 한계는 있겠죠 언어의 특징에 따라서) 표현을 하고 정돈할 수 있는 어떠한 양식을 잘 갖춘다면 스페인어든 영어든 포르투칼어든 여러 언어로 생성형 ai의 도움을 쉽게 받고 바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거나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 여러분에게 글쓰기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뭐 영어가 되었든 스페인어가 되었든 언어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언어든 독일어든 한국어든 중국어든 특정한 문법 체계 안에서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 정돈하여 남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충분했겠죠 번역가를 빌리면 되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덕분에 딸깍 한 번이면 충분한 시대가 왔습니다.




 결국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가장 우리가 중심에 두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근본적인 것이고, 그것은 바로 사고력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아주 핵심적인 수단이 글이기에 조던 피터슨 같은 여러 교수님들이 꼰대마냥 글쓰기를 그렇게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하고 제 생각을 길게 써봅니다.





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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