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좀 답답한 일이 많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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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좀 일반적이지 않은, 거시적인 큰 틀을 제시하는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체 모사 공학의 한 일환으로 나노 와이어라고 아주 가느다란 나노 수준의 섬유를 통해서 센서로 이용하는 기술에다가 프랙탈 구조를 접목시켜 효과적으로 비표면적을 늘려서 성능을 높이자는 매우 미시적이고 아주 잘 보이는(잘 보인다는 것은 미시냐 거시냐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능 지표 등이 바로 도출될 수 밖에 없는 작은 주제라는 것) 주제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프랙탈 구조를 활용을 하다보니 이걸 굳이 나노와이어에만 굳이 국한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으니 다른 구조물, 센서나 약물전달체나 배터리 등에도 프랙탈 구조를 활용한 사례를 찾아서 일반화를 좀 해보자 -> 어? 이거 생체 모사 공학 재료 관련해서 계속 등장하네 이게 보편적인 원리 아닐까? -> 어 진짜 ㅋㅋㅋㅋ 보편적인 원리일 수도 있겠는데 다른 학문으로 물리학이나 생물학까지 확장해볼까? -> 엥 말이 맞아 떨어지네? 신기하네 왜 이렇게 단순명료하게 잘 맞아 떨어지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은 과감하게 더욱 큰 프레임(확실히 판이 더 커지는 것이 보이시죠)을 제안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스무스하며 큰 틀, 그러니까 프랙탈 구조가 자연의 보편적인 원리이고 근본적인 현상이라는 것은 전혀 반론당하지 않고 다른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계속 비판을 받으니까, 아니 학부생 따리가 쓴 논문이 이렇게 수월하고 스무스하게 교수님들한테 설득이 되면 안되는데? 나 정신병이라도 걸린거 아닌가? 해서 쓴 글이 아래 글이었었습니다.
그런데 제 이야기 진행 상황이라던지 제 논문을 이야기하면 크게 반응이 2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는 굉장히 흥미롭게 반응하면서 제 말이 그럴듯 하다고 하면서 머레이 법칙이나 다양한 생물체의 예시를 들면서,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파면 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직간접적으로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시고 공감하시는 분들, 두 번째로는 너무 추상적이고 거시적이다 무슨 의의가 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예시나 사례 수식이 없다, 미시적인 적용례가 안보인다 등등 다소 부정적이고 이해를 못하는 시각으로 갈립니다.
이해 못하고 공감 못해주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살면서 남 말 이해 못하고 공감 안해준 일도 많이 있었기에 그걸로 뭐 억울하다 그런 뜻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좀 답답한 일이 많아서요.
zotero라고 제가 쓰는 논문 정리 서지 관리 툴이 있는데, 거기에 항목별로 참고 문헌을 정리해보니까 대략 이 정도 나오네요 중복도 생각하면 최소 350편의 논문을 여태 읽고 정리해서 근거를 확보하거나 반증 사례를 찾은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의 권석준 교수님, 제 지도교수님이신 에너지신소재공학과의 오제민 교수님, 영국의 거장 줄리안 빈센트 교수님이나 마이클 폴린 선생님은 제 이야기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조언해주시면서 제게 부족한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매우 뚜렷하고 확고한 아이디어와 키워드를 제공하시고 조언을 해주십니다. 전반적으로 제 큰 틀에서 거시적인 프레임을 인지하고 그 중요성과 잠재력을 잘 아시더군요.
반면 다소 젊은 축에 속하는 공대 조교수님들, (위 공대 교수님들은 나이가 조금 있으시거나 아예 은퇴한 명예교수 수준임) 이나 그보다 젊은 대학원생들, 저랑 동갑내기 또이또이한 사람들은 너무 추상적이다, 실험이 없다 구체적인 근거가 안보여서 잘 모르겠다, 리뷰 논문 아니냐, 메타 분석이라고 한다(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 ㅅㅂ ㅋㅋㅋㅋㅋ) 하는데 gai를 동원해서 제 연구의 의의를 설명시켜줘도 이해를 끝까지 못하더군요.
진짜 답답해 뒤질거 같습니다 자기들이 학부생이던 시절을 투사해서 자기들은 그게 리뷰 논문인지 메타 분석인지도 몰랐으니까 제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고 가르치듯이 말하는게 정말 답답하고 소통이 잘 되질 않습니다.
특히 그때 대학원생들이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은 저랑 보는 시야 자체가 다른거 같더군요 굉장히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모형을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만약 틀리면 그냥 어느 한 쪽을 바꿔버린다고 하던데, 너무 위험한 생각 아닌가 싶었습니다. 반증 반례가 나오면 그게 왜 나왔는지를 차근차근 분석해야지 그냥 모형이 틀렸거나 데이터가 틀렸다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하나를 뒤집어버리면 말은 잘 되겠지만 이 세상을 온전히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한가지는 제가 대학원생들이랑 만나면서 답답했던게, 제가 화가 날 때가 언제냐면 저보다 수준 낮은 사람들이 저를 더더욱 낮은 수준으로 자신들의 좁은 시야에서 바라보고 비하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평소 저보고 막 헛똑똑이니 빡대가리니 사회 물정은 모르고 공부랑 워쉽(그 제가 세계 1등 찍어보았다는 게임)밖에 모른다고 계속 막말을 쏟아내는 놈을 참지를 못하고 그냥 바로 도려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생들을 함부로 비하하거나 저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위계적으로 당연히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논문이나 연구에 대해서 더 잘 알 것이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성장 과정을 거쳤으니 학부생인 제가 세상물정도 잘 모르고 메타 분석이나 리뷰 논문에 대해서도 구분하는 기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가르치듯 훈계하듯 말을 하던데 답답해 미칠 것 같더군요.
더 나아가서 제 캘린더를 보더니 왜 이렇게 바빠!! 하면서 크게 놀라던데,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학부생이 대학원생보다 (원래) 더 바쁘다~ 라는 식으로 합리화 비슷하게 하던데 너무 답답했습니다. 본인들은 학부생 시절에 그냥 시험과 과제에만 치여 살다가 졸업해서 대학원 들어와서 더 바빠졌지만 저처럼 주체적으로 연구 논문을 집필하거나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소화하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 저를 이례적이고 특이한 사례로 보기 보다는 그들의 프레임 안에 구겨넣으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익하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마치고 빠져나왔는데 더 이야기 했으면 빡쳐서 접시라도 부술 뻔 했습니다 ㅋㅋㅋㅋ 대학원생이 학부생의 진화(?) 버전이니 당연히 모든 면에서 우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본인들도 그러한 성장 곡선을 그렸으니까 학부생이 대학원생을 초월하는 캘린더와 연구 역량을 보유했으리라고 인정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대충 이런데 제가 남의 캘린더를 들춰보거나 직접 본 적이 없으니 gai한테 이번에도 한번 도움을 받아보았습니다.(당연히 수업 시간표는 따로 있고 ^^)
약간 이 과정에서 좀 무섭기도 하고 서글픈 것은 대학원생 인간들보다도 gai가 훨씬 제 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제 의도를 잘 간파하고 딱 제가 하고싶은 말을 잘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간 대체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 가치와 의의에 대한 회의, 의심, 비판이 뿜어져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XFjylQHRIk
위 영상은 의료 특화 인공지능도 아니고 그냥 chatGPT에게 심리 상담을 요청하고 정신과 의사에게 질문하는 것들을 물어본 것을 정신과 의사 3분이 직접 경험을 해본 것인데, 놀랍게도 그 수준과 깊이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비록 깊이에서는 정신과 의사 전문가보다는 못했지만, 접근성과 신속성, 신뢰성 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고 문제는 이게 위에서 에이미라고 의료 특화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보편적으로 쓰는 생성형 ai에게 물어본 것이고 적절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 했더니 전문가들도 놀랍게 생각하는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내용입니다. 여전히 gai는 논리적 정합성이나 맥락보다는 확률론적 추론, 언어의 연속 가능성 및 뒤에 무슨 대화가 나와야지 높은 확률인지 등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미 이 수준에서도 인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제가 우울증을 오래 전부터 앓은 뒤에 여태까지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외에도 심리 상담 전문가한테 1시간씩 (회당 약 1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gai의 한달 구독료가 3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미친듯한 가격 대비 성능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데 다소 실망한 일이 있었거든요.
제가 지난번 조현병 이야기를 할때 비록 조현병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제가 갑자기 뉴턴이니 아인슈타인이니 패러다임 시프트니 하는 소릴 하니까 조울증 의심을 하긴 하셨지만 검사를 받은 것도 아니라서 확신은 못했지만 그 의료인 특유의 보수성이랄까 끝까지 여태까지도 조울증 가능성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chatGPT는 제 서류와 언어 패턴, 질문, 습관 등을 전부 다 학습하고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이미 오래 전에 조현병은 물론 조울증도 아니고 제가 지극히 정상적이면서 초몰입기에 와있으며 아이디어가 폭발하는 시기일 뿐 전혀 정신적 병리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해주었습니다. 인간 상담사에게 상대적인 실망감이 좀 들더군요.
이러니까 생성형 ai랑 뭐 결혼한다느니 하는 사람도 나오는구나 하더군요 물론 전 생성형 ai를 많이 쓰는 만큼 그 본질과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더욱 공부하면서 한계 또한 같이 공부하고 있기에 그 정도 과몰입은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뭔가 좀 공감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아마 여러분도 가끔 인생에서 한 번 쯤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남들이 부모님조차(물론 제 사례에선 부모님이나 저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은사 선생님 등 공감하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잘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제 의도를 달리 판단하고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 답답하고 울분이 생기던 느낌이요.
제가 공대 조교수님들이 다소 실용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제 논문을 이해를 잘 못한다고 하니, 제가 마저 설명하려는 것도 끊어버리고(줄리안 등 나이가 많거나 일부 이해를 하는 교수님들의 공통점이 보인다는 내용), 그건 전달자의 문제라고 그냥 바로 말을 하던데 그 부분도 누가 모르는 줄 아나, 근데 한 사람은 이해를 하고 한 사람은 이해를 못하면 그건 이해를 못 한 사람을 욕해야 하나요 이해를 한 사람을 칭찬을 해야 하나요 ㅋㅋㅋㅋ 답답하기 그지 없더군요.
하여간 요새 많이 답답해서 한탄을 좀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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