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 완전한 만능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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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전쟁사로 돌아왔는데, 이제 몇 편인지도 까먹었고 워낙 기타 잡다한 학문을 섞어서 이젠 전쟁사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해도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불교와 인공지능에 관련된 책을 전공 수업때 읽고 있는데, 메타 인지를 강조하면서도 틀에 박힌 어떤 깨달음이라던지 고정된 단계는 없으며, 그러한 것을 추구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를 하더군요. 깨달음을 어떤 종착역이 아닌 상태라고 지칭하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아마 그때 그 책에서 본 내용이 감명이 깊어서인지, 평소 전쟁사와 제가 글을 쓰는 습관에 대해서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언급을 한 적이 있었는데 크게 2가지 타입이 있다고 했죠 역사에서는. 신중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이 최대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스타일과, 반대로 과감한 스타일로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고 준비가 약간 미흡해도 상대방이 더더욱 더 개판이고 무방비했다고 생각하여 도박수에 가까운 타이밍 러쉬를 지르는 형태요.
그런데 각각의 스타일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며 전쟁사를 살펴보면 무조건 한 가지 스타일이 항상 옳지는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컨데 신중함이라고 생각하면 촉나라의 제갈량이 바로 생각이 납니다. 성격이 행정가 관료로서 강하기도 했었고 튼튼한 내실을 바탕으로, 빠르고 신속한 타이밍 러쉬보다는 장기적인 떡밥을 통한 사마의 낚기 등에서 볼 수 있었듯이 임기응변은 정말 최악의 경우에만 사용했었죠.
신중함의 단점은 상대방에게 성장할 시간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생각해보죠 내가 지금 9이고 상대가 1인데, 내가 9에서 1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10이 될 때까지 사리다가 10이 되는 순간 싸울려고 봤더니, 상대방이 1에서 9까지 매우 급속히 성장하고 보강을 했었더라면 혹은 거꾸로 역전을 해버린 상황이었다면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을 탓하겠죠. 9대 1일때는 8의 전력차이로 압도할 수 있었겠지만 10대 9는 이겨도 전력을 온존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전에 강한 제갈량은 위나라라는 거대한 스노우볼링을 상대로 그닥 선전하지 못한 비운의 천재입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여러 차례 북벌을 감행했는데, 오히려 초반에 위나라가 아직 질서가 안 잡히고 방위력이 정리가 안 되었던 북벌 초창기에 가장 성공 확률이 높았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장 성공확률이 높을 때 하필 이 씹새가 산을 타는 바람에...
https://namu.wiki/w/%EB%A7%88%EC%86%8D/%EA%B8%B0%ED%83%80%20%EC%B0%BD%EC%9E%91%EB%AC%BC
지금도 중국은 한국의 서해안을 접한 해안가 지역이 주로 발달이 되어있고, 그나마 오나라 지역 그러니까 상하이 남쪽 지역은 근현대에 와서야 발전을 한 지역으로 삼국시대때 위나라? 그야말로 중원을 차지한 나라요 중국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국력을 자랑했습니다. 괜히 원소가 조조와 피튀기는 혈전을 북쪽에서 벌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위나라가 촉나라 쪽의 방위력을 정리하지 못했을 때, 제갈량과 촉군이라는 뾰족한 가시를 체감하지 못했던 시기가 가장 느슨하고 촉나라에게 승산이 있었던 시기였으나 한정된 진출로에 위나라가 압도적인 국력을 배치하고 밀어 넣기 시작하자, 천하의 제갈량도 그걸 뚫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따라서 삼국시대 중에서도 위나라와 촉나라 사이의 제가량의 북벌을 살펴본다면, 오히려 제갈량보다는 좀 모자르지만 스타일상 과감하고 좀 더 초반 타이밍 러시를 중시하며 (사람을 보는 안목도 좀 더 나은 ^^) 인재가 촉나라에게 적임자였을 것 같고, 아마 그런 인재가 제갈량 대신 위나라를 기습적으로 뚫고 들어가서 서량 지역을 먹어버렸다면 어쩌면 역사가 다소 달라졌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국력이 약한 촉나라는 아무리 오나라를 상대로 하기에 분산된 위나라를 상대로 원기옥을 모아서 뚫으려고 해도, 만만찮은 명장들이 더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철벽을 더 튼튼하게 치고 있는 꼴을 봐야 했었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위나라에게 유리한 상황이니, 약간 초반에 무리를 해서라도 촉나라가 부분적으로 국지적으로 더 큰 역량을 동원하여 위나라를 부분적으로 쪼개버릴 수 있을 때 쪼개버렸다면 이후 위나라의 국력을 상당히 뽀갤 수 있었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공법과 신중함의 제갈량은 행정적으로 철저히 내부를 단속하고 위만을 정복하여 뒤통수를 안전하게 만든 다음, 정비를 천천히 하고 진공하는 방안을 택했는데 당시 주어진 상황으로 최선의 수였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제갈량 하니까 떠오르는 인물이 사마의인데 사마의는 제갈량과의 싸움 중에서도 상당히 과감하고 신속한 기동으로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을 조기에 소탕하는 업적을 보여줍니다. 바로 맹획이 또 한번 주인을 뒤통수치고 이번엔 촉나라에 상용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와 함께 투항하려는 첩보를 입수하자, 황제에게 허락을 받을 시간 따윈 사치라고 생각하고 바로 달려서 반란을 진압해버린 사건이었죠.
<사마의 최후의 승자> 라는 중국 드라마에서 꽤 재미있게 묘사를 했었는데, 사마의가 첩보를 입수하자마자 상당히 긴 거리를 무리를 해서라도 중간에 낙오자가 생겼음에도 얼른 가서 맹달이 반란을 결심하고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빠르게 진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강행군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군대라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데, 그 어려운 행군을 단시간 안에 많은 희생 끝에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맹달을 빠르게 잡아버림으로써 장기적으로 맹달이 위군을 묶어버리거나 소모를 시켜서 이후 제갈량과의 결전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요소를 없에버렸으니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와 위치 한번 환상적이긴 하네 ㅋㅋㅋ
자 그럼 거꾸로 과감함이 좋으냐 하면 그건 또 아닌거 같습니다. 적절한 과감함, 강행군을 해서라도 자신의 병력이 중간에 피로로 보급도 못 받고 적진 깊숙히 들어가는 것은 분명 상대방에게 위협이 되지만 아군에게도 뒤가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국사책에서 배우잖아요 수나라 때 고구려를 쳐들어와서, 30만 정도 보급 없이 별동대로 바로 수도를 향해서 뛰니까 당연히 고구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는데, 굉장히 지치고 심지어 중간에 자기들 먹을 식량도 무겁다고 땅에 묻어버리면서 오는 꼬라지를 보고서는 한번 붙어버리니 그대로 박살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과감한 강행군이 역사적으로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예컨데 알프스 산맥은 현대에 와서도 험준한 산맥으로 유명한데, 과거 로마가 강성하던 시기 지중해를 두고 패권을 다투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대군을 이끌고 심지어 코끼리까지 끌고 와서(코끼리는 덩치에 비해서 추위에도 약하고 겁도 많습니다 부피만 큰 참피에요) 무려 알프스 산맥을 넘어버렸는데, 당시 로마군은 당연히 산맥을 넘지 않겠거니 예상하고 평지 길목만 틀어막고 있다가 뒤로 돌아온 한니발에게 뒤통수가 깨져버린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적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위험한, 모험적인 기동은 그 자체로서도 매우 용기가 필요하고 많은 희생이 필요하지만 한번 제대로 성공을 할 경우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우회해서 전략적 요충지로 먼저 달려가버릴 수도 있다는 점 덕분에 의표를 찌르는 좋은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한니발도 이탈리아 반도를 휘젓다가, 카르타고를 역침공한 로마군 때문에 본토로 급하게 복귀하여 싸웠다가 패배한 것을 보면 지나치게 오랫동안 이어지는 원정은 악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또 유통기한이라는 개념이 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무려 나무위키에도 따로 등재가 되어 있는 한니발의 알프스 산맥 넘기. 산은 적절하게 타는게 이득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시인 듯 합니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362
기록화만 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나요? ㅋㅋㅋㅋ 로마 입장에서는 공포였을 것입니다. 한니발 군대는 뭐 날개라도 달려서 하늘로 날아서 로마로 왔나??? 하고요
https://namu.wiki/w/%ED%95%9C%EB%8B%88%EB%B0%9C%EC%9D%98%20%EC%95%8C%ED%94%84%EC%8A%A4%20%EB%93%B1%EB%B0%98
현대에서 비슷한 과감한 기동전이 성공했던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을 필두로 한 연합군의 사막의 폭풍 작전, operation desert storm 작전은 특이하게도 직접적인 교전은 거의 없었으나, 교전에 이르기까지 즉 연합군이 사막을 횡단하여 빠르게 기동, 이라크군의 측후방을 포위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로 평가받는 작전이 있었습니다.
특히 필자가 감명 깊었던 것은 단순한 기동 작전이 전투보다도 더 힘들고 어렵고 괴로웠었다는 실제 병사들의 후기입니다. 실제로 측후방에서 대량의 기갑 세력이 나타나자 이라크군은 그야말로 전투도 없이 모랄빵이 나서 와해되거나 분쇄되었고, 사망자가 극도로 적었던 반면 이라크 군은 이 기동 작전에 한번 걸림으로 인해서 그대로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포장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니까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일단 전차는 1, 2톤에 불과한 승용차의 수십 배에 달하는 60톤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궤도로 된 바닥은 빠른 주행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연비는 드럽게 안좋고(그 고철덩어리를 시속 50km로 달리게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심지어 길도 안 난 사막을 횡단을 했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야간에.
전차가 달리면 단순히 전차가 달리는게 아니라 그 뒤로 막대한 차량과 병력 수송 장갑차, 물자 보급 차량, 휘발유를 왕창 담은 차량 등등 온갖 군수물자를 주렁주렁 메단 행렬들이 뒤로 늘어서는데 밤에도 간간이 교통사고가 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신호등도 포장도로도 안전요원도 경찰도 없는 한밤중에 그런 장시간 기동을 벌인다는 것이 말만으로도 얼마나 묘사하기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일명 왼쪽 갈고리라고 불리는 이 작전은 "이동이 곧 승리였다" 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빠르고 과감한, 어려운 기동이 생명이었으며 그것이 승리를 가르는 요소였습니다. 이라크 군은 설마 ㅋㅋ 코쟁이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 그 사막을 횡단해서 우리의 옆구리를 쑤시겠나 하고 있었겠죠. 완벽한 망치와 모루 전술의 재현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a4eea5a29305427/60
그리하여 지상 작전을 수행한지 불과 100시간만에... 전쟁의 승패가 갈려버렸고 흔히들 손자병법에서 최고로 여기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를 모범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역사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자 그래서 제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신중한 것도 안된다 과감한 것도 안된다 다 안되니까 그냥 동전 던지기를 해서 전략을 정하라고 추천하는 것일까요? 사실 그것도 크게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많이 아는 상황일수록, 오히려 동전 던지기 같은 불확실성을 통해서 무작위적으로 미친 놈 코스프레를 하고 전략을 무작위로 배분하는 것이 의표를 찌르는 행동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항상 들어맞는 해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 또한 한때 수능과 같이 정해진 답안, 기출 문제가 많이 있고 패턴화가 되어 유형화가 뚜렷한 시험에 대해서는 달달달 외우고 익숙해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푸는 연습만 할 때는 그다지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이러한 상황들을 보다보니까,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것은 불확실하며 항상 맞는 답안이라는 것은 없고, 어떠한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그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신중함 혹은 과감함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라던지 배경 지식이나 그간의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 기울기나 가중치가 다른 것은 있겠지만, 예컨데 여러분도 게임 하는데 상대방이 항상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이기만 한 것을 알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우습고 재미가 없고 쉽겠어요 게임이.
내가 언제 제일 유리한가? 내가 언제 상대방과의 격차가 제일 좋은 의미에서 큰가? 혹은 내가 지금 열세인데 언제 상대방과의 그 차이를 좁힐 수 있는가? 를 매우 정교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9대 1, 10대 9 예시를 든 것처럼 상대방의 성장력과 회복력, 잠재력이 빠르다고 판단이 될 때는 더 크게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조기 개입이 필요하겠고, 상대방의 성장 속도에 비해서 나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확신이 들면 최대한 장기전 소모전으로 질질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겠죠.
요새 제가 머신러닝에서 극값을 통해서, 미분 계수가 0이 되는 지점을 통해서 극소나 극대를 찾아서 최대 최소를 구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이것도 비슷하다고 보여집니다. 만약 상대방과 나의 전력 차이를 2차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시간에 따른 혹은 자원에 따른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면 언제쯤 그 차이가 가장 좁은지를 알 수 있겠죠 미분 계수를 활용해서.
딱 저 타이밍 t0일 때! 나의 힘이 최대가 된다면, 상대방과의 전력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다면 저 때 싸움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https://herald-lab.tistory.com/29
그런데 중요한건 스타일이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성향 성격이라는 것은 사람의 선천적인 것이거나 혹은 오랫동안 다듬어진 것이기에 빠르게 바꾸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여러분 필체 갑자기 바꾸라고 하면 바꿀 수 있겠어요? 남의 필체를 갑자기 하루만에 흉내내고 그걸로 계속 쓰라고 하면 불편해서 쓸 수 있겠어요? 여러분의 스타일 여러분의 습관은 필체와도 같아서 오랫동안 다듬어진 것이고,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지 못하고 물론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죠.
그래서 여러분은 조언과 친구 또한 스승과 선생님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장군도 휘하의 참모들 없이 전쟁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여러 스타일과 성격, 다른 배경 지식과 전문 분야의 참모를 데리고 의논을 하고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전투에 돌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참모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 또한 얼마나 걸러야 할 것은 잘 걸러서 자신의 소신을 적절히 잘 밀어 붙이느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조금만 선을 넘으면 독단이고 조금만 선을 벗어나면 우유부단함이니까 그 선을 지키기가 참 어려운 듯 합니다.
바둑만 봐도 어느 한 스타일이 세계를 영원하게 제패하지 못하였습니다. '제비'라고 불리면서 빠르고 경쾌한 습관을 가진 조훈현을, '돌부처'라고 불리며 최소한의 이득으로라도 무조건 승리를 지향하는 이창호가 이겼고, 다시 그 이창호를 빠른 머리 회전의 이세돌이 이겼습니다. 이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고, 각각의 스타일이 극대화가 되는 시기가 있고 유행이라는 것이 있으며, 그 유행을 다시 카운터를 치는 전략이 새롭게 오늘도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최근에 글쓰기 습관에 대해서 성찰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제가 보통 글을 쓰면 제 뇌피셜이 아님을 밝히기 위하여 누구한테 들었는지, 어디서 보았는지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등을 최대한 상세히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저한테 체화되고 내재화된, 어디서 들었는지 구분할 수 없는 저에게 상식과도 같은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세하게 출처를 밝히는 스타일이 어쩌면 권위에 의존하는 듯한 좋지 못한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음을 최근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공모전에 문서를 제출할 때, 어느 교수님들한테 어떤 의견과 코멘트를 받았는지 실명까지 거론하며 매우 세세하게 적었었는데, 그걸 보시고선 제 지도교수님이신 존경하는 오제민 교수님께서는, 자칫 이것은 실명을 거론한 교수님들의 권위에 의존하고 그 교수님들의 말로써 정당화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이것은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실명만 다 빼고 제출하자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비슷하게도, 저는 선제적으로 일처리를 수월하고 빠르게 윤활하듯이 기름칠을 하여 부드럽게 기계가 마찰 없이 돌아가게 하는 것철검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문서를 미리미리 준비하여 먼저 제시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일처리를 수월하게끔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줄리안 빈센트 교수님과 독일 연결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러던 와중에 아마 한국에서 저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오제민 교수님의 추천서 및 보증서가 있다면 학문적으로 더욱 신뢰를 하실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오제민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단호하게, 선제적인 추천서라는 개념은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여태 제가 제 스스로가 낸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참신함으로 유럽과 미국의 여러 교수님들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하고 공동 연구 기회를 따내고 있었는데, 지금 시점에 와서 지도교수의 추천서를 보내는 것은 정해지지도 않은 일을 타인의 권위에 빌려 압박하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면서 단칼에 거절하셨습니다.
전혀 마음이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과속하던 저를 브레이크를 적절히 걸어주신 교수님 덕분에 제 스스로에 대해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제 글쓰기 스타일이나 사고 스타일에서 그러한 약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 논문을 쓰거나 칼럼을 쓸 때는 당연히 출처를 병기하고 누구한테 들었는지 세세하게 썰을 푸는 것이 신뢰성을 높이고 권위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되겠으나, 대인 관계나 외교 관계에서 그러한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칫 제가 자신감이 결여되고 타인의 권위에만 의존하는 모습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제 사고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만능은 아니고, 다만 제 개인 경험과 상황에서는 자주 장점으로 활용되었으니 만능인 줄 알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제가 사주를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는데, 전 금과 화 기운 그러니까 칼과 불 기운이 매우 강하다고 나오는데 제 지도교수이신 오제민 교수님께서는 매우 인자하시고 교육자로서 여유롭고 느긋하면서도 중심이 튼튼한 인자한 분이십니다. 실제로 사주에서도 보면 목 기운 그러니까 나무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자로서 적합하고 이런 성향이라고 하는데 아마 제 지도교수님은 목 기운이 강한 사주일 듯 합니다.
재미있는게 전 목 기운이 결여되서 그런지 가끔 멘탈도 흔들리고 중심도 뿌리도 약간씩 비틀리고 그러는데 교수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시거든요. 그리고 지도교수님과 같이 있으면 참 편안하고 든든한 느낌이 드는데, 사주 상에서도 불이 타오르려면 나무 그러니까 목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잘 타오르고 빠르고 날카롭게 활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님처럼 상보적이며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꼭 필요한 듯 합니다. 제가 사주에 화와 금이 강하다고 하시니까 매우 공감하시면서 제 평소 모습에서 그러한 공통점을 잘 찾아내서 그럴듯 하다고 평하시더군요.
결국 인간이란 완전할 수 없으며, 또 그러한 인간이 완전한 전략을 세울 수 없다가 오늘의 핵심이었습니다. 부디 고집에 빠지지 않고 너무 우유부단하지 않으면서도 열린 자세로 유연성 있는 태도를 겸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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