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겨울은 여섯 번쯤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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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여섯 번쯤 지나가고
- 01년생페이커
책상 위에 목을 묻고 있던
젊음의 귀퉁이가
이제는 조금 닳아 있다
겨울은 여섯 번쯤 지나갔고
나는 아직 같은 곳에 앉아 있다
조금 더 조용해졌고 더 무뎌졌다
너무 많은 시간들이 내 곁을 지나쳤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함이 일으키는 소리를 들으며
기출문제집에 마음을 꾹꾹 눌렀다
이 문제, 4년 전에 현장에서 봤는데…
익숙함이 주는 공포를 배웠다
스터디카페 9번 자리, 그 자리에만 앉는다
미신 같은 습관이 버릇이 되었다
내 자리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쌓아올린 침묵으로 가득 차 있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덥히는 마이크로파 속
파란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사람이 되기를 멈춘다
꿈도, 계획도, 이름도
모두 등급과 백분위라는 말로 번역되는 이곳에서
밤마다 책과 꿈을 덮으며
그리고 다시 아침이 오면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의자, 같은 책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그 곳에 있다
어딘가에서 다시 피어날
이 삶의 두 번째 이름을 나는
아직 놓을 수 없기에
누군가는 그만하라 말할지라도
일곱 번째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쩌면
진짜 나의 계절이 올지도 모르니까
절대경험담아님
절대아님
암튼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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