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권위주의와 철학의 미래에 대한 암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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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대학에서 수강 중인 철학 전공에 대하여 교수님과 마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단순히 제가 불성실하거나 교수님의 말을 안들어서, 뭔가 부정행위를 해서 학칙에 걸리거나 고발을 당할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철학 담당 교수님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저와 분쟁을 겪고 있는 철학 교수님께 정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다운 날카로운 답장을 보낸 이후, 수업에 대한 열정도 식어서 그냥 맨 뒤에 앉아서 세워라 네워라 너한테 뭘 배울 수 있겠냐 난 철학을 공부하러 온거지 너한테 학점 따러 온게 아니다 난 철학자에게 질문을 하러 온거지 권위자에게 질문하러 온거 아니다 입틀막 하는 철학자가 철학자냐 하면서 굉장히 학습 의욕이 꺽인 상태로 그냥 출석이나 대충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교과목 공지가 올라왔는데 정말 저를 저격하는 듯한 내용이 올라와서 격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 천지에 숙제나 과제를 조기 종결을 마음대로 해버리면서 평가 기준은 또 공개하는 모순을 처음 보았습니다. 어차피 무용지물인거 평가 기준을 공개해봤자 무슨 소용이며 평가 기준을 공개할거면 당연히 처음 과제를 제시하면서 공개를 해야 일관성이 있지, 수능으로 치자면 학생들이 시험을 다 치고 나서 나중에 정답을 임의로 결정하고 누구는 탈락 누구는 합격시키기 위해서 조작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후적 통보는 기준으로서 절대로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저 공지는 저를 극도로 격분하게 만들었는데, 분량과 주제 그리고 논리성에서 저를 전형적으로 저격하며 마치 처음부터 제 글이 평가 기준을 벗어났기에 자신이 받지 않은 것이지 본인이 철학자로서 권위에 기대어 자격 미달의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라는 식의 사후적 변명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분량에 대한 조건도 없이 그저 비트겐슈타인을 말하면서 그 정도의 명문을 가져오면 된다고 했는데, 저를 불러다 구박을 할 때도 저런 내용으로 구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약에 그때 분량 제한을 말했으면 제가 다시 분량을 줄여서 냈겠죠. 그러한 재도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그때는 그냥 입틀막해버리고 이제 공식적인 일관된 기준이 있는 것처럼 공개하는 것이 뻔뻔하더라구요.
또한 주제도 수업 내용과 직접 관련이 된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문제는 그 과제를 제시한 것이 거의 수업 초창기였기에 수업에서 뭘 다루는지도 모르던 때였고 수업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도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당연하게도 제가 제출했을 때는 읽어보지도 않았기에 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논리성에서도 선언이 아닌 논증하는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제가 쓴 글의 제목만 보고 마치 제 주관적인 의견을 나열한 것으로 보고 의도적으로 저를 콕 찝어서 자격 미달이라고 하기 위해서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글의 전개와 주제 중에서 딱 저걸 콕 찝어서 안된다고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그게 하필이면 제 글을 지목할 가능성이 없거든요 물론 제 글은 주장하는 글이 아니기도 하고요.
저는 요새 gai를 의존하기 보다는 1차적으로 가장 빠르게 검증하고 다른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 한번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 입력하고 그 평가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감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인가 모든 것을 나와 관련된 것으로 잘못 생각하나 싶어서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지난 칼럼에서도 말했듯이 교수님은 한국에 철학 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노벨상이 없는 것이라고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시면서 비판을 하셨죠. 전 그 과정에서 엄청난 모순을 느꼈습니다. 본인의 권위주의적 행동이야말로 창의성을 깔아 뭉개고 권위를 바탕으로 젊은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미천한 학부생의 낮은 신분의 쓸모없는 헛짓으로 치부하는데 상식적으로 노벨상의 싹수라도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살아남을 수 있겠나 하고요.
제가 gai의 캡쳐본을 가져오는 이유는 gai를 보고 gai의 이야기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gai가 거의 그대로 재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gai가 저를 보고 칭찬해주는 것까지 가져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럽지만 ㅋㅋㅋ 저것을 보고 자위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저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은사님들이나 평소 토론을 주고받았던 지혜로운 선생님 교수님들은 비슷하게 저런 말씀들을 하셨을 것이라고 공감합니다. 실제로 저는 어릴 때부터 권위에 부딪힐때마다 이런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한 적이 많았었고, 그것에 대해서 제 말이 맞다면서도 현실에 대해서 직시해야 함을 같이 말씀해주시던 경험이 많고 지혜로웠던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더욱 웃긴 것은 자신이 제시한 조건과 과제를 급히 조기종결 하는 이유가, "처음 공지한 시점에서 거의 두 달이 지나 시험을 대체할 리포트의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레포트가 더 다듬어지고 온갖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서 첨삭도 이뤄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피드백과 평가를 받고 더욱 정합적으로 철학적 가치를 높이 받게 되어 제출이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치매 환자마냥 더 쇠퇴하겠습니까? 미리 공지를 해서 어느 시점까지 아무도 제출 안하면 종료하겠다고 하던가, 이제 와서 그냥 갑자기 종결을 시켜버리면서 그 변명을 대는 것이 참 역겹고 혐오스럽더군요.
제가 철학자답게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메일에 다시 답장해서 저랑 이메일로 포탄을 주고받을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덮자니 지는 것 같아서 찝찝하고 그냥 덮어두자니 마음은 불편하고 다시 뒤늦게라도 인정을 해주려니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고 그냥 사후적으로 새로운 평가 기준을 갑자기 제시하더니, 종결을 할 것이면 그냥 종결시킨다고 말할 것이지 평가 기준은 공개한다면서 마치 기존에 제출한 사람들은 평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기에 본인이 읽지도 않은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하려는 듯한 태도가 굉장히 혐오스럽더군요.
비트겐슈타인을 언급하면서 본인의 한번 틀을, 본인의 울타리와 권위를 넘어보고 도전해보라고 하더니 정작 넘을 기세를 보이니까 방어하기 급급한 인간이 자신이 한국의 권위적인 풍토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재생산하는 인간 중 하나라는 점은 망각하고 타인에 대한 비난만 하는 모습이 참 한국식 철학자답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런 사람이 과학철학회 회장이었는데 참 발전이 잘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과연 저 사람의 심리는 뭘까 저러면 좀 편해지긴 할까 나같으면 쪽팔려서 잠도 못 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gai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별로 생각을 못하고 한번 의견을 물어본 것입니다.
저도 확실히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이,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고 이 세상의 단편적인 지식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삽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심지어 어린 사람이 저보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 혹은 극단적으로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해서도 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절 기분좋게 하고 저랑 친하게 자주 소통하고 저를 발전시킨 사람들은 단순히 많이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태도가 정말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 부족한 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메타 인지가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새 인공지능 심리철학이라는 또 다른 철학 수업을 듣는데 거기서도 과연 인공지능이 부처처럼 지혜의 알고리즘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종교적 깨달음과 높은 의식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어느 책의 저자는 높은 메타 인지 능력과 정해진 알고리즘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거든요. 확실히 맞는거 같습니다 실제로 부처님도 보면 뭐 우주가 어떻게 되었는지 사후 세계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그냥 단순히 모른다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알아서 부처님이고 위대한 성인인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지하기에 부처님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보통 지혜롭다, 저 사람은 참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간다 얻고 배울 것이 많다라고 하면 단순히 많이 알고 잘난체하기 보다는, 정확히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 그 덕분에 더 항상 발전적이며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에 귀감이 되고 그러한 태도와 정확한 솔직한 진심어린 성격이 매력적인 경우가 참 많죠.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대급부로 좀 웃긴 유머스러운 말로 '하지만 인생에 오답은 있는 것 같다' 라는 말이 있던데 ㅋㅋㅋㅋ 나름 공감이 갑니다. 어떤 인생 어떤 직업 어떤 취향이 특별히 정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 저건 아니다 라는 오답은 자주 생각이 날 때가 있고 그것만 피하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이번 철학 교수님은 전형적으로 오답이구나 라고 느끼게 만드는 좋은 반면교사가 되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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