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닛몰캐쉬 08 [1282655] · MS 2023 · 쪽지

2025-04-11 16: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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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소설] <너와 만났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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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만났다>

하루하루 그저 그날의 고통을 견디어 내고 잠에 들면, 눈을 뜨고 다음 날이 밝아와있다. 과거에 대한 원망과 향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지독하리만큼 비관적인 전망...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 울컥, 하고 올라오는 이상과 낙관... 이것들이 내 지난 17년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그래, 중학교 때부터 지금은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미래에 대한 경각심과, 그 다음 연도에 할 것들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불어넣는 말들을, 정말 수도 없이 들어왔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그 다음 연도에 대해 난이도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그렇게 매년 강조하면서 한시도 쉬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는 걸, 이미 눈치를 진작 채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조금은 특별한 학년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매체에서든지 노래를 하지 않는가. 청춘과 성숙, 우정과 사랑의 계절.

 오랫동안 학생이라는 나이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어른들의 부러움에서, 더 불행해질 것이니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인생에 대해 잘 모른다고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은, 그저 내가 삐둘어진 탓인가. 사랑.... 특히 온갖 소설들에선 18살 첫사랑의 추억을 참 애틋하고도 아름답게도 그려낸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할 수가 없는 영혼이 되어버렸다. 이미 예전, 한참 예전에, 내 모든 양심과 따뜻한 감정이라는 것들은 찢어지고 불태워져, 오직 가끔씩 그 고통의 여운이 느껴질 뿐이다. 사랑? 우스운 초등학교 시절, 미숙한 중학교 시절. 내가 나 자신을 아껴주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에 행복했던, 꿈처럼 아름다웠던 진정한 나의 청춘.

 지금 나를 보아라.

 이렇게 말을 하고, 사회에 부조리함을 느끼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독하면서도 거만하여 타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자. 그런 자에게 누가 등불을 밝혀주고, 세상의 따뜻함을 알려줄까.

이미 검붉게 물들어버린 내 도화지에 무엇을 덧대서 다시 하얗게 만들 것인가.

  대체 그 누가. 아름답다고, 과거라는 망각의 망토를 두른 채, 고통은 다 잊고 좋았던 부분만 기억하는 어른들 중 누가, 이것을 이해하겠는가. 이리 삐뚤어지고, 이리 세상을 욕하고, 이리 마음도 몸도, 삐뚤어진 자를.


 그래, 그날도 그런 생각을 하던 날이었다.


 하늘은 그날따라 너무도 맑았고, 벚꽃은 예쁘게 개화해, 며칠 뒤엔 사라질 아름다움을 붙잡고 분홍으로, 사랑으로 물들어 있던 날이었다. 


 날이 좋아선가. 하늘이 유독 맑아서였던가. 그날따라... 저기 멀리서 맑게 걸어오는 네가, 원망스러울 만큼 잘 보였다. 


 그래, 너, 바로 너 말이다. 


 그날, 비가 내렸다면, 우린 그토록 지독했던 1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까.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옯소설 <너와 만났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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