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군 [1374613] · MS 2025 · 쪽지

2025-04-06 06:12:31
조회수 246

입시 커뮤니티는 되도록 안 하는게 약인 것 같음 (오르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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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못자고 쓰는 뻘글이며 삭제할지도 모름. 


현역 때까지는 입시 커뮤니티 같은 곳 잘 들어가보지도 않았는데,

재수하면서 같은 처지의 사람이 주변에 안 보이다보니 너무 외로워서

자꾸 여러 커뮤니티들을 들락거리게 되었음. 솔직히 중독성이 있기도 하고.


여기 말고 다른 커뮤니티(네이버 카페 류)에서 진짜 답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있으셨는데,

도대체 왜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성껏 이야기를 해주었음. 근데.. 어.. 알고보니 꽤 오랜시간 동안

사람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그런 글만 작성하고 계셨던 것임. 수많은 분들이 초장문으로

댓글을 달아주어도 전혀 듣지를 못하는 것 같았음. 정말 총체적으로 답이 없었음.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는 일단 하지 않겠음) 도대체 무슨 사명감인지, 나를 특정해서 물었던 질문도 아닌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어야만 하는건데, 그저 선의에서만 했던 행동일까? 왜 그랬을까? 정성 들여 댓글을 달고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음을 재확인하고.. 나쁜 말 못하는 성격인데 나쁜 말이 많이 떠올랐음. 그 분한테 화가 난게 아니라 괜한 시간 낭비를 했던 나에게 화가 많이 났음. 


크게 깨달은 점이 있음.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지능과 사고 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임. 물론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들도 많겠지만, 나보다 훨씬 높은 식견과 두뇌를 가지고 계셔서 내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대단한 분들도 무척 많을 것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와 반대인 경우도 당연히 꽤 존재한다는 것 역시.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만, 타인을 나 혹은 나와 비슷한 존재로 가정해서 행동하는 것은 어떨 때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이 정도로 말을 하면 아주 조금은 알아 듣겠지? 했지만, 모든 사람이 나같지 않다는 것을. 어느 방향이든,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것을. / 물론 나보다 아주 대단한 분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기도 함. 뭔가 이야기를 하시더라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이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음. 간혹 있더라도 내가 잘 넘어간 걸 수도 있고. 내가 도움을 받은 것들도 많기도 하고, 내가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했을 때 진심으로 듣고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음. 정말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분들이 많았음. 내가 시간을 써서 뭔가 길게 댓글을 달았다면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임. 절대 내가 막 옳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느끼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다면 이를 공유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음.


그럼에도.. 입시 커뮤니티 때문에 내 학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곤 했음. 분명 언제까지는 필요한 정보, 궁금한 정보를 얻는 이점이 더 컸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턴 의미 없이 수시로 확인해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됨.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격이랄까. 게다가 나의 조언이 답이 아닐수도,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저 많은 의견들 중 하나일 뿐인데, 귀가 얇은 내가 쉽게 휘둘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음. 내가 직접 물은 것만을 이야기 하는게 아닌, 혼자 검색해서 찾아본 것들도 모두 포함임. 그저 조언일 뿐이며 절대적인 답이 아닐텐데, 나의 길은 내가 가장 잘 알텐데, 내가 혼자 고민해서 내린 결론보다 커뮤니티 여론을 더 우선시하게 된 것은 아닐지 회의도 들었음. 또 꼭 필요하지도 않은 답글을 기다리며 내 정신과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사용하고 있진 않은가 의문도 들고, 사이버 공간에 내 흔적과 정보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찝찝함도 있기도 하고..


새벽에 흥분해서 글이 술술 써졌는데 하고 싶었던 말이 안 담기기도, 다소 잘못 담기기도 했을 것 같아요.

다시 밝히지만 입시 커뮤니티들 덕분에 정말 재미도 있었고, (아무래도 주 관심사를 다루다보니),

학업과 관련하여 얻은 유용한 정보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분들도 정말 많았고요.

별 존재감도 없던 사람이 뭔 갑자기 입시 커뮤니티가 어쩌고 글을 잔뜩 쓰니까 웃기거나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계실듯 한데.. 이 새벽 감성이란게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진짜로 이 글 곧 삭제할 것 같습니다.


새벽에 병먹금 하나 실패했더니 생각이 너무 길어졌네요. 입시 커뮤니티를 아예 안 보거나 하진 못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정도가 어떤 것일지를 더 신중히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잘못 활용한다면 독이 되겠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득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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