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시 긍정/부정 잡기, 범주화에서 <보기>의 역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675813
본 칼럼은 3~4등급 대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현대시의 의미 구성에서 시적 화자(서정적 자아)의 관점과 태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시어의 긍정/부정을 잡아라, 범주화해라(A, B), 도식화해라(A, ~A)같은 방법론들을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결국 시적 화자의 지향을 전제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론을 사용하든지 간에 결국 화자가 지향하는 바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시험장에서 할 일입니다.
한번 가벼운 예시를 보고 갑시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 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 일장(一章)」 -
* 허적 : 아무것도 없이 적막함.
실제로 <보기>를 주지 않고 출제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파악하고 그 화자의 지향을 잡고 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게 생명력을 기준 삼아 '병든 나무'(부정), '원시의 본연한 자태'(긍정)라는 범주를 설정하셨을 겁니다.
향아 너의 고운 얼굴 조석으로 우물가에 비최이던 오래지 않은 옛날로 가자
수수럭거리는 수수밭 사이 걸찍스런 웃음들 들려 나오며 호미와 바구니를 든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던 석양······
구슬처럼 흘러가는 냇물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앉아 빨래들을 두드리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눈동자를 보아라 향아 회올리는 무지갯빛 허울의 눈부심에 넋 빼앗기지 말고
철따라 푸짐히 두레를 먹던 ㉠정자나무 마을로 돌아가자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에 인이 배기기 전으로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고향 병들지 않은 젊음으로 찾아 가자꾸나
향아 허물어질까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그만 내자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라리 그 미개지에로 가자 달이 뜨는 명절밤 비단치마를 나부끼며 떼지어 춤추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냇물 굽이치는 싱싱한 마음밭으로 돌아가자.
- 신동엽, 「향아」 -
이 작품은 모두가 '돌아가자'를 통해 과거는 긍정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읽어나갔을 겁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범주화를 해봅시다.
1. 시공간을 기준으로...
예) 오래지 않은 옛날(긍정적 과거) <-> 현재(부정적 현실)
2. 현실과 이상의 대립
예) 회올리는 무지갯빛 허울의 눈부심(현실) <-> 정자나무 마을(이상)
3. 자연과 문명의 대비
예)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자연) <->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물질문명)
이렇게 세분화한 범주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시험장에서 이러한 해석이 가능할까요?
이때, <보기>를 봅시다.
(가)와 (나)는 모두 부정적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다. (가)는 물질문명의 허위와 병폐에 물들어 가는 공동체가 농경 문화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건강한 생명력과 순수성을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작가 의식을 담고 있다. (나)는 환영(幻影)을 통해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대중을 획일적으로 길들이는 권력의 기만적 통치술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결국 '부정적 현실'에서 긍정과 부정을 나누어야 함을 파악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물질문명'과 '농경 문화의 전통', '생명력과 순수성'을 보고 앞서 말씀드린 자연과 문명의 대비를 파악해야 함을 눈치채셨을 테고요.
또한 눈치 빠른 학생분은 '회복하기'를 통해 시공간을 기준 삼아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설정하고 읽어 나가셨을 겁니다.
이처럼 <보기>에서 대부분 범주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기>를 분석할 때 이 기준점을 잘 잡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보기>를 보고 이러한 ‘기준점’을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3모의 현대시 <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보기>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평소에 기출을 학습하실 때, 어떤 것을 기준삼아 나눠서 볼지 고민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윤통께서 탄핵을 당하시니 벌써부터 물가가 오르네요 조기대선에 윤통이 재출마하셔서...
-
볼펜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서강대 각인되어있는 볼펜 드리는건 좀 아니겠죠?...
-
뭔 별의별..
-
근데 야발 뻘글 왤케 많음;;;
-
1. 자료가 부족하지 않음 뭐풀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음 2. 인강보다...
-
팬티 자꾸 찢어지네 26
남은게 몇장없는데 이러다 삼일에 한번 갈아입겟고만..
-
신기하당
-
화작 98 사탐 99라 했을 때 미적 어느정도 나와야함?
-
난 재밌는데 4
힝
-
군대 0
26년도 2학기에 휴학 신청하고 군대 가면 28년도 1학기에는 학교 가기 힘들게 되는 건가요?
-
기부좀
-
이런거 안 다니고 인서울 가는거 보여줌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5천원 커피값에 미리 하나...
-
현재 개때잡 1바퀴 다 돌리고 오답이나 취집공 뚫는 중에 같이 풀 문제집이 필요해요...
-
로망임.
-
과탐 투표좀요 2
수능 과탐 기준 수능 수학이랑 공부방식이나 성적 올라가는 방식이나 과목 특성 자체가...
-
대치가 그 정도임? 13
많이 큰가 나도 다녀야 되나
-
암산 3
50점대 겨우찍고 60점대에서 벽느낌 ㅋㅋㅋ ㅠㅠ
-
ㅈㄱㄴ
-
대학이라는게 수단이 아닌 목표로 인식되니 과정을 평등하게 하는 제도가 결과가...
-
신기록 으하하 5
하면 할 수록 계속 오른다는거
-
0도에서 20도로 수직상승
-
노베 수학 커리 0
이미지 선생님 세젤쉬하고 있는데 세젤쉬만으론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개념원리 사서...
-
수2는 드릴3부터 수1미적은 드릴2부터 안 풀어도 됨? 6평대비 킬캠은 없는 것도 많긴함
-
맞팔구 3
합니다.
-
더워 2
이제 반팔입을때가 왔냐?
-
수원에서 출발해도 우리집보다 대치동에 더 빨리 도착할 듯 1
아 그건 아닌감.
-
투표권 갖게 될 시기가 되면 입시판을 떠나있으니 고쳐질리가 없지 당장 06학번중에...
-
분명 현장에서 풀어서 맞혔는데 집에서 다시푸니까 틀림ㅋㅋ
-
그야 농어촌 제도를 싫어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음 그마저도 1년이 지나면 상당수가...
-
급합니다
-
되는곳 : 남양주시 별내면(중계동과 불과 20분거리) 남양주시...
-
농어촌 되는 곳 강남역에서 1시간도 안 됨 아파트도 나름 잘 되어있음 안 되는 곳...
-
개천에서 용난다 <-- 이말도 사실 이젠 통용 안됨 비학군지 일반고 다니는 친구들이...
-
현미새 아닌이상 지출이 진짜 적음 그냥 방에 가만히 있거나 밖에 혼자 있으면 돈이...
-
복소평면 드무아브르 정리 어드밴스드 조립제법 오일러공식과 일반해를 이용한 복소수...
-
일베,디시 드립 치는 애들 많이 봤고 얼마 전에 여시 사건도 학교에서...
-
Omr 마킹 1
문제 끝까지 다풀고 시험지 보면서 적으시나요 어디서 누구는 국어는 지문 한 세트...
-
수업하는데 뻐꾸기 소리 존나 나고 까치가 산에서 날아와서 카미카제하고 맹금류...
-
수능 막? 끝났을때 만들긴햇는데 나도 5달만에 본거라 풀이가 가물가물함
-
농어촌 깡촌동네에서 학구열 1도 없는거부터 차인데 뭔 ㅋㅋ 10
개깡촌 동네에 태어나서 공부할 동기 모티프 환경 지원 1도 안만들어지는거부터가...
-
새로운 소재 많고 풀이 여러개 있는 문제들 많은 거요
-
반 학생들 몇몇이 깃발을 하나 사서 거기다가 큼지막하게 본인들 학교 디시 갤러리를...
-
저 과외해주실분 3
있음뇨?
-
수학 실수 줄일 때는 어떤 방법을 주로 쓰면 좋나요? 4
계산 실수는 아닌데 자꾸 문제 90퍼센트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돼요 이미 미지수...
-
여러번 말하지만 3
인강이 있으니 사교육 격차는 줄었다 O 인강이 있는데 격차가 왜 있냐 X 라고 생각해요
-
일단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미적이고 이번 수능 수학 만점 맞아야해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