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의 만은 萬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666719
일, 십, 백, 천의 고유어는 꽤 알졌지만(각각 하나<ᄒᆞ낳(<?)*ᄒᆞᄃᆞ낙<*ᄒᆞᄃᆞᆫ 열, 온, 즈믄), 만의 고유어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문헌 기록이 적은 게 문제입니다. 고대국어의 신라 향가라든가 고려의 석독구결 혹은 조선시대의 훈민정음 문헌에서도 온과 즈믄까지는 문증됩니다. 그런데 1000의 10배인 10000의 고유어는 없을까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매우 유력한 후보가 있습니다.
"골"입니다.
우선 최남선의 《신자전(1915)》에서 '萬 數命十千골'이라 하여 萬의 훈을 '골'로 실었습니다.
더 이른 기록은 없을까요? 딱 하나 있습니다. 12세기의 석독구결 자료인 《대방광불화엄경소》 35권입니다.
百隱 萬尸 阿僧祇叱 陀羅尼乙 以良厼 眷屬 [爲]三隱乙爲㢱
온 골 阿僧祇ㅅ 陀羅尼ᄅᆞᆯ ᄡᅥ곰 眷屬 사ᄆᆞᄂᆞᆯ ᄒᆞ며
백만 아승기의 다라니를 써서 권속 삼은 것을 하며
여기서 萬 뒤에 尸가 쓰였는데 尸는 흔히 말음의 ㄹ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습니다. '道尸(길)', '日尸(날)', '蒜尸(마늘)', '十尸(열)' 등이 있죠. 그렇지만 이 기록의 문제는 '만'의 고유어가 ㄹ로 끝난다는 사실만 알려주지 자음이나 모음 그 무엇도 알려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최남선의 '골'은 20세기의 기록이라 800년이나 차이가 나서 바로 엮기가 껄끄럽죠.
그렇지만 그래도 ㄹ 말음은 공통적으로 나오니 바탕으로 이승재 교수는 고려 시대에 쓰였을 만의 고유어로 '골'을 재구하였고, 조항범 교수는 구결을 다루진 않았지만 저서에서 '골백번'의 '골'을 '만'을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힌트가 될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동급문고본 《광주천자문》에서 萬의 훈으로 다른 사전에서 쓴 '일만'이 아니라 '구룸'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제시한 겁니다. 광주천자문의 훈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해서 '구룸'은 중세 국어 시기에도 이미 사어가 된 단어가 실렸는데 '구룸' 역시 그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받침 ㅁ이 미스테리하지만 모종의 접미사로 처리한다면 어근은 '*굴'이 될 것이고 '굴'에서 '골'이 되어 최남선이 '골'로 훈을 실었고, 그것이 일부 지역에서 꾸준히 쓰여 '골백번'과 같은 관용 표현에만 남아 있게 됐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석독구결의 萬尸은 '골' 내지는 '굴'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 '골'이라는 '만'을 뜻하는 고유어가 있었을 수 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얼버기!!!!! 10
-
션티 키스타트 4회독쯤 하고 NF 2회독 했는데 뭔가뭔가… 아직 부족한 것...
-
과외 같은거 안 할 생각이라 지금 땡겨둬야할 것 가틈 짧은 방학동안 동기들이랑...
-
남녀혼합 자습실 1
별로임 신경개쓰여
-
시중 스킬 모두 마스터한 의대생이 집필한 생명과학 1 책 2
경북대학교 의예과 23학번 지니입니다. 아래는 제 간단한 소개입니다. [저자 소개]...
-
지방고에선 의대가기가 서울대가기보다 훨씬 쉽네
-
?gpt에서 갈아타볼만함?
-
인문논술용 최저 맞춰야해서 수학 빼고 국영탐(탐구 2개) 4개를 해야하는데 3합...
-
힘들다네요..
-
쥐뿔도 안 해줬는데 또 그걸 자랑하는
-
https://www.suneung.re.kr/sub/info.do?m=0401&s=...
-
예아, 무슨 돌아버린 일이 있길래 이리 떨떠름하게 있노
-
6모 신청 했음 0
학원 직접 안 가도 되는 거 개꿀이네
-
직통열차 예매한 자리 앉으려는데 그 자리에 모르는 독일인 앉아있어서 당황했네
-
어떤 교재 살까요? 원문풀이가 가장 좋나요
-
과외를 위해 수2 공부를 시작해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네
-
국정원 고1이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인가요?
-
작수 3컷이었고 공부 거의 안한 수준이었어서 이번에 처음 해보는데 비문학은 마더텅...
-
이젠 진짜 코파뿐이야... 그리지 코케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는데 제발 코파만이라도 따게 해주세요
-
진짜 개 압도적이다 이게
-
뒤져도 별상관없자너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있나요...? 갑작스러운 약 처방 이슈긴 한데..........
-
https://atom.ac/books/13231-InDePTh+%EC%98%81%E...
-
종강안하나 0
할때됐는데
-
연계 지금 시작해서 낯선 주제 지문이 많아서 너무 많이 틀림 주제도 어렵고 근데...
-
80프로 회복 완뇨
-
안녕하세요 한방국어 조은우입니다....
-
내가 이해한 지문 내용이랑 해설이랑 논리가 달라서 질문했더니 말은 해설이 틀렸다는...
-
60대 부부 일터 나간 오전 10시, 29살 아들은 방에서 나와 TV 켠다 6
2월 경제활동인구 통계 55~64세 女 61.5%가 일해 10년전 52%보다 확...
-
갑자기 삼도극을 빼질않나 과탐 죽이지않나 문학으로 승부보려하지를 않나 킬러배제같은 x소리를 하질않나
-
외야되...
-
얼굴뿐만 아니라 인성도 문제 있음
-
한완수 시작 0
기대된다 이걸 끝내면 나도 기하 고수가?
-
누가 또 기만런데
-
제가 논술을 아예 몰라서 그런데요.. 지원하는 과에 따라 지문과 문제가 다른 건가요??
-
집안에 고양이가 엄청 많았는데 무슨 고양이 요양원처럼 대부분이 아픈 고양이었음.....
-
베이스 소리가 날 자극해
-
아니면 그냥 정석적인 풀이 써져있나요??
-
군수 밸런스게임 3
04년생 지금 대학교 1학년이고 26,27수능만 본다는 가정하에 1. 25.8월...
-
피램 좋나요? 6
ㅈㄱㄴ
-
아....
-
이게 그냥 게임이었다면 GG치고 나갔을듯
-
현역 수학 0
현역 고3입니다. 작수 92(28, 30틀)이고, 평소에 수능이나 모의고사 보면...
-
잠을 깨긴 깨야하는데 이거 어카지 ㅅㅂ
-
sol 1. (나), (다) 조건에서부터 함수 f(x)의 증감 파악이 중요함을 알...
-
또 졋어요?? 12
보니까 또 가르나초 당신입니까..
중국인이라 잘 못알아듣는.
이거 진짜예요? 만우절거짓말아니죠?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골백번이나 하고많다같이
지금 말에 예전 말이 섞여서
예전 말의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이
왠지 좋네요
ㄹㅇ 그런 거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