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의 만은 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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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십, 백, 천의 고유어는 꽤 알졌지만(각각 하나<ᄒᆞ낳(<?)*ᄒᆞᄃᆞ낙<*ᄒᆞᄃᆞᆫ 열, 온, 즈믄), 만의 고유어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문헌 기록이 적은 게 문제입니다. 고대국어의 신라 향가라든가 고려의 석독구결 혹은 조선시대의 훈민정음 문헌에서도 온과 즈믄까지는 문증됩니다. 그런데 1000의 10배인 10000의 고유어는 없을까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매우 유력한 후보가 있습니다.
"골"입니다.
우선 최남선의 《신자전(1915)》에서 '萬 數命十千골'이라 하여 萬의 훈을 '골'로 실었습니다.
더 이른 기록은 없을까요? 딱 하나 있습니다. 12세기의 석독구결 자료인 《대방광불화엄경소》 35권입니다.
百隱 萬尸 阿僧祇叱 陀羅尼乙 以良厼 眷屬 [爲]三隱乙爲㢱
온 골 阿僧祇ㅅ 陀羅尼ᄅᆞᆯ ᄡᅥ곰 眷屬 사ᄆᆞᄂᆞᆯ ᄒᆞ며
백만 아승기의 다라니를 써서 권속 삼은 것을 하며
여기서 萬 뒤에 尸가 쓰였는데 尸는 흔히 말음의 ㄹ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습니다. '道尸(길)', '日尸(날)', '蒜尸(마늘)', '十尸(열)' 등이 있죠. 그렇지만 이 기록의 문제는 '만'의 고유어가 ㄹ로 끝난다는 사실만 알려주지 자음이나 모음 그 무엇도 알려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최남선의 '골'은 20세기의 기록이라 800년이나 차이가 나서 바로 엮기가 껄끄럽죠.
그렇지만 그래도 ㄹ 말음은 공통적으로 나오니 바탕으로 이승재 교수는 고려 시대에 쓰였을 만의 고유어로 '골'을 재구하였고, 조항범 교수는 구결을 다루진 않았지만 저서에서 '골백번'의 '골'을 '만'을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힌트가 될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동급문고본 《광주천자문》에서 萬의 훈으로 다른 사전에서 쓴 '일만'이 아니라 '구룸'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제시한 겁니다. 광주천자문의 훈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해서 '구룸'은 중세 국어 시기에도 이미 사어가 된 단어가 실렸는데 '구룸' 역시 그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받침 ㅁ이 미스테리하지만 모종의 접미사로 처리한다면 어근은 '*굴'이 될 것이고 '굴'에서 '골'이 되어 최남선이 '골'로 훈을 실었고, 그것이 일부 지역에서 꾸준히 쓰여 '골백번'과 같은 관용 표현에만 남아 있게 됐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석독구결의 萬尸은 '골' 내지는 '굴'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 '골'이라는 '만'을 뜻하는 고유어가 있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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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예요? 만우절거짓말아니죠?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골백번이나 하고많다같이
지금 말에 예전 말이 섞여서
예전 말의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이
왠지 좋네요
ㄹㅇ 그런 거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