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토리 [1367274]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5-03-23 19:45:31
조회수 2,106

서울대 vs 의치한 고민하시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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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원서철은 아니지만 수험생분들 중에 서울대와 의치한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오랜만에 오르비에 들어온 겸 나중에라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글 한번 남겨봅니다.

네가 뭔데 훈수를 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먼저 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10년대 초반에 지방 치대와 서울대 기계항공을 붙고 서울대에 와 현재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입니다. 예전에 오르비를 했다가 탈퇴하고 오랜만에 오르비에 들어와보니 고딩 때 오르비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저도 오르비 유저 분들께 저 역시 예전에 고민했었던 서울대와 의치한 선택에 도움도 드리고, 서울대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바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냥 의치한 붙으면 의치한 가는게 좋습니다. 내가 남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던가, 아니면 정말 그 분야에 재능이 있다거나, 혹은 집에 돈이 많은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수험생 기준으로는 지방한 > 설경,설공이라고 봅니다.


여러분들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쯤 되서 결혼을 하고 육아도 하며 가정을 꾸릴 때쯤 되면 돈과 워라밸, 안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도 예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만 있다면 몸이 좀 갈려도, 돈을 좀 못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니 저의 꿈이나 목표보다도 가족이 훨씬 더 중요해지더라구요.

이처럼 사람이 원하는 것, 중요시 여기는 것은 계속 바뀝니다. 이 때 의치한의 면허가 빛을 발하죠.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의치한만큼 돈, 워라밸, 안정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한들 서울대를 나와 그런 직업을 갖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일테구요.

의치한은 돈, 워라밸, 안정성 다 챙기면서 가족에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것도 가능하고, 자기계발을 하고싶다면 시간을 내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생이 갈 수 있는 진로 대부분은 돈도 의치한에 비해 못 벌고, 원하는 대로 쉬는 것도 힘들고, 조직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도 굉장히 심할 확률이 높거든요.


그리고 같은 돈을 같은 시간에 버는 난이도 역시 정말 많이 차이납니다. 예시로 제 주변에 있는 설경과 지방한을 나온 친구들을 비교해 보면,

설경 하위는 대기업 갈 때 지방한 하위는 개업 망하고 부원장하면서 세후 600~700 받고,

설경 중위는 한국은행, 금감원 같은 a매치 금공을 가거나 cpa를 할 때 지방한 중위는 개원 후에 주 40~50시간(주5.5일 정도) 일하면서 월 1000~1200씩 가져가고,

설경 상위는 mbb, ib나 sky로스쿨 가서 몸 갈리면서 세후 1000~1500 벌때 지방한 상위는 개원 대박나서 월 2000~3000은 가져깁니다. 당연히 워라밸은 지방한이 더 좋구요. 스타트업 대박 이런건 한의사가 개원 대박난 다음에 병원 확장해서 대박날 확률보다 훨씬 적습니다.

한이 이 정돈데 의치는 말할것도 없구요.


그리고 서울대에 가서 뛰어난 친구들과 다시 수험생처럼 치열하게 경쟁해서 상위 10%를 찍고 ib, 컨설팅, 빅펌변, 판검사, 미박, 교수, 대기업 임원 등을 한다고 한들 그 중에서도 상위권 차지해야 수입이랑 워라밸, 안정성 따질 때 의치한이랑 겨우 비벼볼 수 있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대학생활을 다시 돌아보면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저보다 똑똑하고 목표도 확실한 친구들을 보며 동기부여도 많이 얻었고, 학과 공부도 재밌게 하며 행복하게 대학생활을 했어서 대학생활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다시 수험생 때로 돌아간다면 치대를 선택할 것 같긴 합니다...ㅋㅋ


저도 선택을 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 오르비 유저분들도 이런 것들을 아셨으면 하는 마음에 주말에 긴 글 한번 써봤네요ㅎㅎ 

제가 앞에서 말한 저런 것들을 다 감수하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서울대에 한 번 와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진 못해도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거든요ㅎㅎ


ps. 그리고 이건 뭐 제가 서울대 나와서 겨우 대기업 밖에 못 가서 그런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서울대 나와도 거의 70% 정도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가게 되고, 해외 유학을 갔다온다고 한들 대기업/공기업 or 교수 말고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단 갈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학 가는 친구들 중에 유학 가기전에 해외에서 정착해서 살겠다던 친구들도 유학을 끝마친 이후에는 결국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못 견디고 대부분은 한국으로 리턴합니다. 오르비에서 흔히들 말하는 탈조선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능력도 있어야 하고, 능력이 있더라도 어떻게 보면 인생의 황금기라 볼 수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를 가족도 근처에 없고 문화와 언어도 아예 다른 타지에서 홀로 오랫동안 보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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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코드닉과고등어 · 1384606 · 03/23 19:48 · MS 2025 (수정됨)

    맞는말입니다만
    개원한의사 정보는 제가 들은것과는 약간 틀렸네요

  • 인벤토리 · 1367274 · 03/23 19:53 · MS 2024 (수정됨)

    제 주변 한의사 친구들은 저렇게 말해줘서 대충은 그런 줄 알았는데 지역이나 사람마다 약간 차이가 있긴하나 봅니다

  • 바코드닉과고등어 · 1384606 · 03/23 19:54 · MS 2025

    그런가봐요ㅎㅎ

  • 심각해 · 879361 · 03/24 00:27 · MS 2019

    들으신 정보는 어떤가요…?

  • 바코드닉과고등어 · 1384606 · 03/23 20:02 · MS 2025

    참고로 개업한 문과전문직도,
    꽤나 좋습니다
    벌이 한의사와 비슷

  • 인벤토리 · 1367274 · 03/23 20:07 · MS 2024

    아 그건 맞는 것 같네요 변호사 뿐 아니라 회계사나 세무사 같은 직업들도 꽤 좋은 듯 싶네요 약간 저평가를 당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 사이다2 · 554323 · 03/24 22:59 · MS 2015

    개업한 문과 전문직은 어느 정도인가요 일단 변호사는 높지 않았고 세무사는 인식에 비해 높은거 같던데

  • 단치 · 1383375 · 03/23 20:12 · MS 2025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옌니예린 · 1302454 · 03/23 20:13 · MS 2024

    아ㅋㅋ

  • 이지은 국어 · 1379029 · 03/23 21:35 · MS 2025

    인생 선배로서의 통찰이 느껴집니다
    우선 불필요한 싸움과 의대 관련 정책의 통과 여부에 대한 뷸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인토님이 비교한 한의사를 가지고 말하자면
    워라밸과 가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이기도, 많은 메디컬 학생과 비슷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현재 각 그룹 내 상위 1%가 아니라면 지방한>=설공이라고 하셨는데, 만약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한의사가 로컬에 나오기까지 3년이 더 걸리고 그 이전에는 대학원생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 그래도 한의대가 설공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보시나요?

  • 이지은 국어 · 1379029 · 03/23 21:36 · MS 2025

    의사 미래 페이를 예측할 수 없어 이런 비교를 던졌습니다. 3년은 인턴 1년+레지 3/4년보다 적지만 대학원생>전공의이기도 하고 현재 의>한이기 때문이죠

  • 인벤토리 · 1367274 · 03/23 22:42 · MS 2024

    물론 개인의 흥미나 가치관에 따라 약간 씩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저는 전문직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상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자신의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하다 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면에서 한의사가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괜히 설공 졸업하고도 한의대 가는 사람들이 있는게 아니죠.

  • 앙프렝뜨 · 1207311 · 03/24 03:49 · MS 2023 (수정됨)

    돈 명예 안정성 근무강도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안정성 빼곤 크게 차이 안나는제
    총합 했을땐 무조건 의치>>> 인듯

  • 카메론 · 1373149 · 03/24 09:29 · MS 2025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지만 과연 10년 후에도 의치한이 그만한 워라벨과 수익이 보장 될까요?? 현재에는 의치한이 좋은건 인정요....

  • 인벤토리 · 1367274 · 03/24 16:18 · MS 2024 (수정됨)

    10년 뒤에 의치한이 지금만큼은 아닐 수는 있지만 의치한의 붕괴보다 다른 일반과의 붕괴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의대는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예외일 수 있겠네요)

  • 카메론 · 1373149 · 03/24 09:33 · MS 2025

    참고로 서울대 로스쿨 의대졸업 후 지원자 꽤 있지만 합격은 전무한데 의사 자격증 가지고 로스쿨 지원하는 현상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검사중 서울대 의대, 치대 졸업하고 중급 로스쿨 나온 분들도 꽤 있습니다만...

  • 바코드닉과고등어 · 1384606 · 03/24 12:49 · MS 2025

    돈과 워라밸을 보고 선택할 진로는 아닙니다

  • 인벤토리 · 1367274 · 03/24 16:32 · MS 2024

    윗 댓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돈과 워라밸로 따지면 판검사보다는 의사가 낫긴한데 그 이외의 요소(명예, 가치관, 적성 등) 때문에 의치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가시는 분도 종종 계시는것 같습니다.

  • 깐마늘속에당근 · 1305541 · 03/24 21:22 · MS 2024

    약간 문장 간 호흡을 좀 벌리면 나이스 할 것 같네요.

    이런 글 읽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 인벤토리 · 1367274 · 03/24 21:45 · MS 2024

    허허 제가 좀 두서 없이 글을 쓰긴 했죠...ㅋㅋ
    여튼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이네요ㅎㅎ

  • 깐마늘속에당근 · 1305541 · 03/24 23:20 · MS 2024 (수정됨)

    글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의견 바로 수용하시는 것도 그렇고 참 고운 심성을 가지신 게 느껴지네요 . 리스펙 합니다

  • 인벤토리 · 1367274 · 03/25 00:28 · MS 2024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ㅎㅎ
    이런 말 들으니 글 열심히 쓴 보람이 나네용ㅋㅋ 힘 얻고 갑니답

  • 학세탐 · 1146301 · 03/24 22:02 · MS 2022

    의치한 말고 약대나 수의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고대 높공과 비교해서요...

  • 인벤토리 · 1367274 · 03/24 22:22 · MS 2024

    전문직을 하고 싶다 -> 약수
    공대 공부하고 싶고 진취적이고 도전정인 성격이다 -> 연고공
    물론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는 약수를 추천
    하지만 연고공도 가서 열심히 하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아서 작성자분이 조금 더 끌리시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더 끌리는 곳이 없다면 약수 가시면 되구요

  • 곰돌이 괴롭히깅 · 999642 · 03/24 22:17 · MS 2020 (수정됨)

    그럼 소위 말씀하시는 20후30초에 새로 의치한가는 분들도 있던데 차라리 직장 유지보다는 한창 결혼하고 가정을 챙길 나이에라도 옮기는게 나을 정도인가요

  • 인벤토리 · 1367274 · 03/24 22:29 · MS 2024

    음...저라면 의치한 붙어도 그냥 직장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의대 사태도 그렇고 생각보다 의치한도 예전만큼은 안전하지 못한 것 같더라구요. 챙겨야 할 가정이 이미 있는데 원래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다시 공부하러 의치한을 간다는 건 약간은 위험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리고 공부하다 보면 육아나 집안일도 잘 못 도와주기도 할테구요. 저는 가족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ㅎㅎ

  • anohi · 1242074 · 03/25 00:47 · MS 2023

    결혼을 못한다면 서울대가 좋겠군.

  • '"'""' · 1165730 · 03/25 11:35 · M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