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아도 길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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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서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제 나이가 xx살인데 지금 의대 도전해도 늦지 않을까요 입니다.
당연히 늦죠.
늦었고 불리하다는 점은 감수하고 가야 합니다.
본과 공부할 때도 나이 많이 들어서 공부하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고
한참 어린애들과 같이 다니면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 윗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레지던트 선발 때도 훨씬 젊은 동기가 나와 비슷한 성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나이 많은 사람은 밀리기 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길은 없는 건 아닙니다.
나이 많더라도 동기와 선후배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어레인지 해주는 과에서 뽑히는 경우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이 붙더라도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고 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다보니 어찌어찌 모교에 남기 어렵다고요?
타교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CMC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있습니다.
물론 인기과는 좁은 문이죠.
하지만 이 문을 뚫는데는 나이보다는 성적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나이 많은 것은 불리합니다.
젊은 사람들보다 대인 관계도 신경써야 하고, 성적도 잘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의대는 길이 좁아지더라도 없지는 않습니다.
나이 40넘게 먹고 대학 간 뒤 대기업 취직하는 사람 봤나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의대에는 40넘게 가서 3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과 간 뒤
전문의로 자리 잡은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그런 분 만났거든요.
그러니 내가 나이 많은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내가 의대 들어가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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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동감합니다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공감 못할 생각이기도 합니다.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nicewing님 저는 2004년 부터 오르비에 가입한 10년 넘은 오르비언이구요.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예전부터 오르비 오래해서 네임드이신 선생님 글이나 댓글 가끔 읽어서 이렇게 여쭙게 되었습니다..저는 선생님 또래인 84년생이구요. 군대 갔다온 후 의대 입학해서 이제야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말씀드리면 길긴한데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의전없는 지방의대 졸업해서 나이 어린 동생들과 학교 다녔고요. 공부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서 내신 3등급 받았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과 몇가지 이유 때문에 인턴 도중에 일을 열심히 못한 시기가 있었고 결국 인턴성적이 C가 나와버렸습니다. 그래서 학부 시절 희망했던 인기과는 아예 생각조차 할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에는 수련을 1년 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년을 로컬에서 일한다고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건 아니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마 이점수로 갈수 있는 과인 내과에 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내과에 대해 너무 안좋은 말이 많고 그런 글을 볼때마다 인생이 제대로 꼬인것 같아서 우울감이 장난이 아닌데요. 또 학부때도 내과 전공의들 보면서, 또 다른 인기과 전공의들 보면서 했던 생각들이 나면서 심정이 매우 괴롭습니다.
제가 인턴성적이 이렇게 나와버린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저는 교수나 종병취직에도 별 뜻이 없어서, 내시경 초음파 알려주는 2차병원 내과 전공해서 펠로우는 안하고 대신 로컬에서 타과 부원장 하면서 배운후에 가정의학과처럼 이것저것 다 보는 잡과 개원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로컬경험이 있으신 선생님들이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저는 다른길에 비해서 이 방법이 괜찮겠다 싶었던거죠. 가정의학과를 하는것은 정말 하고 싶지 않고 지피로 사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원래는 영상의학과 하고 싶어서 모교 병원에 남았는데 서비스과의 한계에 대해 주위에서 말을 많이 들었고 결국에는 환자보는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 중 제겐 수술 안하는 과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비수술과중에서 과를 고민했고 그중에서 고르라면 내과가 그나마 할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영상의학과는 저보다 모든 성적이 좋은애가 들어갔으니 썼어도 떨어졌겠다 싶어서 영상의학과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다만 저랑 성적비슷했던 상위권 남자 동기들이 전부 인기과에 합격해서 저는 마치 고등학교때 나랑 비슷했던 애들이 명문대 가고 나는 수능망해서 안좋은 대학가는 심정이 들어서 매우 비참한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저랑 성적이 비슷하고(3등급)저보다 한살 많은 형도 피부과 들어간거 보고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학부때 SCI 논문도 썼고 그떄는 정말 기대에 벅차올랐는데..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타병원(2차병원)에서 인턴을 다시 하는 것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턴을 다시 해서 점수를 잘받고 피부 재활 같은 환자 보는 인기과를 들어가면 지금의 이런 비참한 기분이 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인턴을 하는 동안 너무 심신이 힘들어서 다시 한번하는것에 대해 선뜻 결심히 서지 않더라고요. 피부 재활같은 인기과는 다시 한다고 해도 나이도 많고 해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수있는것도 아니고요.
재활은 법안 하나 바뀌면 사정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피부는 시켜준다면 당연히 하겠지만 평소에 미용에 대한 관심이나 사업소질이 제게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걸위해 불확실성을 품고 인턴을 1년 더하는것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다른 중위권 경쟁과인 소아 마취등은 그걸 위해 1년 인턴 더하느니 그냥 내과 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튼 요약하면, 학부때는 성적 나쁘지 않았었는데 인턴성적이 안좋다. 인턴을 다시 하지 않는 이상 그래서 비인기과 밖에 갈수가 없다. 내과가 하고 싶은 과도 아니었고, 동기들 보면 비참한 기분이 든다..
인턴을 다시해서 피부 재활을 노리느냐 아니면 인턴안하고 로컬 부원장 하고 내과 들어가서 잡과 개원하느냐 이 둘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빚도 상당히 있어서 빨리 갚을수 있는 후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는 하는데요. 현직 피부과 선생님의 의견도 여쭈어 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만약 피부과 합격만 할수 있다면 내과랑은 비교도 안되게 나중에 벌이에서 차이가 나는지.. 불확실성을 안고서라도 1년의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것인지..
이번주가 인턴 모집기간이라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심란합니다. 선생님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는지.선생님 생각을 좀 말씀해주시면 제가 진로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전자를 선택하려면 리스크도 높을 뿐더러 딱히 돈을 많이 버는 개념은 아닙니다. 좀 더 편하고 펠로우 과정이 필수가 아니라서 그렇죠.
그런데 내과를 갈거면 이미 지원했어야 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요즘 내과가 기피과가 된 것은 수련과정이 어렵고 펠로우가 필수여서 그렇죠. '내시경 초음파 알려주는 2차병원 '이 예전에는 있었을텐데 요즘에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네요. 그리고 내과 전문의 시험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대학병원도 아닌 2차병원 출신들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알아본 내시경 초음파 알려주는 병원은 다 마감이 됐더라구요. 내과를 한다고 해도 바로 할까 아니면 원하는 병원에서 일년 쉬었다 할까도 고민했었는데 원하지 않는 병원들 밖에 안남아서 그냥 안썼습니다.
마음은 이미 인턴 안하고 일년 쉬고 내과 하기로 기울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사라지지 않는 씁슬함이 자꾸 걸리네요. 사실 피부도 재활도 학부때는 전혀 목표로 생각지 않았는데 남들과의 비교의식 때문에 이러는것 같습니다.
그럼 내과가 힘들고 펠로우 필수인 점인것 말고 일단 전문의가 되고나서 로컬에서 개원했을때 피부나 재활이나 오공 소아 등 타과에 비해서 개원이 어렵다거나 수익이 현저히 적다거나 하지는 않은건가요?
내과포화고 개원 힘들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여쭤 봅니다.
또한가지는 내과와 비교해서 마취과는 어떻게 보시나요?
마취과는 수련은 내과보다 편한건 확실한데 나중에 개원도 내과보다 수월하다거나 수익도 더 높다거나 할까요? 마취과도 통증으로 개원하려면 펠로우가 필수라고 봐야 할까요?
메디게이트에서는 실비 이전되면 마취과도 장밋빛은 아니라고 하던데 그럼 앞으로 통증 개원도 많이 힘들어지게 되는건지.. 개원생각하면 내과가 더 나은건지..
제가 개원가 사정을 잘 알거나 주위에 개원가 선생님을 잘 알면 이런 고민을 덜 하고 쉽게 결정할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 이렇게 여쭈어 봅니다.
딱히 개원이 어렵거나 수익이 현저히 적지는 않은 걸로 압니다.
마취과도 현재는 괜찮긴 한데 통증이 펠로우 필수화되고 있고 4,5년 뒤에도 지금처럼 유지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비 이전 뿐 아니라 심평원 자체 삭감도 강화될 수도)
요즘 개원가는 어느과 전공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어느 전공이든 포화 상태니까요.
사실 저도 개원가는 빠삭하지 못합니다. 직접 나가보진 않아서요.
개원한 학교 선배 찾아뵙는게 제일 낫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선생님이시라면 제 상황에서 인턴 다시 해서 피부과 노려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인턴하는 대신 로컬에서 1년 일하고 내과 하시겠습니까?
인턴을 다시 하면 육체적 심적 고통+기회비용으로 수천만원 손해. 대신 피부과가 된다면 전문의가 된후 수입으로 나중에 그 손해를 역전 가능할것 같기도 하고.
잠이 안옵니다. 마음이 착잡합네요.
피부과 같은 과를 한다고 돈을 특별히 더 많이 버는 것은 아닙니다.
네 선생님 조언 감사합니다 잘 선택하겠습니다
네 좋은 선택하도록 하세요.
인턴 끝나고 과 선택할 때 피부과 갈 수 있으면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만,
다시 1년 인턴하고 그 뒤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도전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 리스크를 안을 만큼 피부과 벌이가 유의미하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