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문학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455925
나는 의대생들이 무섭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공포감에 이를 떤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약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꿇으라면 꿇어야 되는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사...그것을 업으로 삼을 약대생이니까..
어느날 나는 컴공에 다니는 친구 알파고에게 물어보았다
"인공지능이 약사를 대체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약사? 약 포장이랑 식후 세번은 30년전에도 대체될 수 있지 인공지능도 필요없는 수준이야"
................
부끄럽다...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때 나는 속으로 수십번씩 외쳐댄다...약대 최고다 약사가 QOL은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캠퍼스를 걷는 의대생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위압감 ‘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들이 옆구리에 두꺼운 전공서적을 끼고 최신의 임상의학을 들으러 갈때
나는 비굴한 교수에게....자판기도 할 수 있는 약 포장학 따위나 들으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처방점검', '복약지도', '임상약사'이란 단어들로 표현된다.
목줄을 쥔 주인 앞에 개처럼 도저히 저항할 수도 없는...완전히 종속되어 무릎을 꿇어야 하는 대상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처방점검'따위의 구질구질한 접사를 붙여 마치 의사들이 우리들의 '처방점검'없이는 약을 제대로 모른다는 듯이 교묘하게 대중과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오후 7시 반....모든 수업이 끝나고 시내로 나가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신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본4선배가 약사 업무의 전문성을 열심히 설파한다....우린 모두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다....약사 업무가 얼마나 쉬운 단순노동인지... 우리는 평생 갑질하는 의사에 공포감을 느끼며 무릎 꿇으며 살아야 할것을...
그들이 매일 빠르게 축적되는 부로 전문직의 직능의 요새를 쌓아올릴때.... 우린 한칸 조제실에서 약이나 싸며 수십년 전에 대체되도 남을 만한 직능과...의사의...갑질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고
그들이 무서운말투로 처방전당 상납금과 인테리어비를 요구할 때 우린 아직 약사의 성분명 처방권은 커녕 정원 증가도 막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신입생때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술에 젖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큰 목소리로 건배를한다.
본4 선배는 술이 오를대로 올라 계속 의새들의 갑질과 약에 대한 무지에 대해 미친듯이 떠들어댄다..
이때 술집의 낡은 문이 열리고...의대 예과생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본4는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듯이 이제 아무도 성분명처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레 학우들의 밀애사와 추문 같은것으로 옮겨간다....
두시간 후....
다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동아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을 나온다...
의대생들이 아직 이야기꽃을 피우고있는 그 술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졌을 즈음
동기인지 선배인지....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다...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페약만해도 월 400!!!"
"우리가 qol하난 최고야!!!!!"
"성분명처방, 일차의료처방권!!!"
"의새 로딩 14년!!!!"
어쩐지 힘이없는 외침들... 비내리는 저녁의 공허를 담은듯 너무도 쉽게 골목 뒤로 바스라진다...
만취한 본4 선배가 계속 외친다... "페약만해도 월400!!!!"
ㅡ아직 약대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수년 전..... 수의대를 예비 3번 차로 떨어지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페약만 가도 월400!!!!!"
ㅡ 젊고 푸르던 고등학생 시절...그의 꿈은 유기견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수의사였다고 했다...
"페약만 가도 월400!!"
ㅡ약 싸는 수업을 들으며 몰래 수학 문제를 풀던 신입생시절... 동아리 선배들에게 끝없이 세뇌당해 반수를 접었다고 했다...
"페약만가도 월 400!!"
하늘과 같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약사에 대한 전문성 회의감이 들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선배가...
"페약만 가도 월 400!!"
6년의 긴 울음을 삼킨 외침이다...
선배는 완전히 실패했다...그는 의사 갑질에서 자유로운 진정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가 될수도 있었다....
그는 명석한 두뇌를 길고 긴 청춘 내내 약을 포장하는 방법에 바쳐넣은 것이다.... 그 댓가로...
"페약만 가도 월 400!!"
무엇이 선배를 무너뜨렸을까... 선배는 비겁한 사람일까? 아니 단지 한명의 피해자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인생은 이제 처참하게 무너졌다...그의 졸업 후 봉급은 얼마일지 모르겠으나...적어도 수의학에 뛰어들어 한몸 불사르려던 재기넘치는 청년 ooo는 이제 죽어버린것이다..
"페약만 가도 월 400!!"
선배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길
뒤를 돌아보았더니
학교 언덕 위 눈부시게 희고 큰 대학병원 건물이 보인다... 그 아래를 한개의 작은 약국에서... 간신처럼 웃으며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는 작고 보잘것 없는 약사가 나온다...
나는 의대생들이 무섭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공포감 이를 떤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약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꿇으라면 꿇어야 되는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사...그것을 업으로 삼을 약대생이니까.
시대갤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따뜻한 날씨 벚꽃 곧 피고 옷도 예쁜 거 골라 입을 수 있고 부럽다!
-
에너지냐
-
아니 살 4
아 살은 안찌는데 얼굴만 붓는거 개빡치네 ㅅㅂ
-
담배,클럽,술 등등 안번도 안해봄 아싸라는 나쁜말은 ㄴㄴㄴ
-
서울대 화학부의 품격
-
후자는 집에서 오르비 할 확률 높음 전자는 스카 가서 오르비 할 확률 높음
-
나만 0
문학풀때 보기에 부모관련내용 나오면 그시 볼때 좀 울컥한가
-
하는 게임이 마크 뿐임
-
이거 어떻게 푸는거임..?? 그냥 (1/e^0.8)^x 그래프 생각해서 무한대...
-
삼겹살 먹을 걸 5
빵 말고
-
제발
-
올해 수능보고 내년에 군대 들어가서 수능 준비하려고 했는데 군대가서 처음 수능 보고...
-
이거 물리 9등급 각임?
-
약속생겨서씻어야됨 씨
-
+3살 이상이면 좀 위험 살아온 세상이 달라서
-
요루시카 로파이 2
요즘 수학 풀면서 요것만 딥다 듣는중...로파이 너무 조아
-
1~2 진동하는 현역임 스블 확통 사탐런 김범준 현우진 뉴런 kbs 지인선 드리블 반수
-
이럼해야되는데
-
한국 경제 좆망해감 어차피 공부 열심히 해도 점점 나라 망해가니 모두 본인 하고 싶은 일을 하자.
-
시대인재 김성호 선생님의 시즌1 수강 후 시즌 2교재를 보니 n제 하나 둘 정도는...
-
어린이를 좋아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았던 남자, 그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었습니다.
-
귀여운거보고싶다 7
우리집고양이쓰다듬고와야지
-
4점4개냐 4점5개냐 싸움인데 확통은 확통에서 거의 다 맞아야되지않나요?..
-
컴공 일기276 1
프로그래밍 언어론 과제 중 하나인데, LaTex을 이용해서 문서 작업으로 자기소개...
-
하루에 1편 정도 쉴 때 보는 것 같은데
-
덕코 뿌림 8
1000덕 선착 5
-
방금 입학처에서 가져옴 물론 난 저거 지원 못함 현역애들만 지원가능해서
-
질문 해줘여어 9
질문을 받고싶어ㅓ
-
5년을 친구 없이 사는 중 코로나 때문에 신세망침
-
매월승리랑 올오카에 있던거 꽤 많이 들어있음
-
저만 안가나 급식안나오ㅏ서 그냥 안가늗데
-
올해 가을야구는 7
기아 한화 두산 엘지 삼성 이렇게 갈 거 같다
-
그냥 자퇴하지 말고 결석이나 조퇴 박을걸 그래도 애들하고 있는게 좋더라 자퇴 후에...
-
오티랑 맛보기로 들었을 때 유대종이 더 잘맞겠다 싶었어요 강의말투나 전달력같은게 좀...
-
계속 internal server error 뜨는데
-
좃목이 제일 싫음 11
저번주에 오티가니까 애들 현실에서까지 좃목하더라 서로 알지도 못하면서 친해지려고 발악을ㅋㅋ
-
싸강 ON 2
교수님미안해요
-
물1에 나올법한 순수 등가속도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수시 내신 5
옛날에는 z 점수 계산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도 그런가요
-
밤 12시까지 초딩도 학원 굴리는 울산으로 이사 가수 5살때부터 황소 대비 학원...
-
뭔가 피부 뒤집어질 것 같네
-
ㄹㅇ 친구 같음.
-
사실 학교가 좋긴한데...
-
27년에 침공한다고 여기저기 그러는데 무섭네요 ㅜㅠ
-
부모님(나 포함): 그래도 지거국은 가야하지 않겠냐 동생: 4년제만 가도 되고,...
-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다 기숙이나 대학 가버려서 얘기할 사람이 가족밖에 없네 진짜...
-
내얼굴 4
민지
-
장난
와우
명작이군
파이팅
ㅋㅋㅋㅋㅋ 개웃기긴 한데 냉정하게 팩트라 안타깝네
약사들의 자랑거리 '처방전 이중점검' = AI로 지금도 순식간에 대체 가능하긴 함
솔직히 AI 진료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썩 잘 보는 편이긴 해서 의사마저도 내과 계열은 대체되네 마네 하는 마당에 약사는 대체 안 돼요~ 하는 게 웃음벨이긴 함
다좋은데 약대에는 본과가 없어서 비추드림 아 ㅋㅋ
헉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