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자라는 게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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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되돌아 보면 대필이나 뭐 글쓰는 일들은 닥치는 대로 다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당시엔 몰랐음
태생
외조부가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였음
고1
토론 동아리였는데 무대본 라이브로 연설해서 동아리 부장됨 다행히 이 폐급 부장을 업어 키워주는 선배들이 있어서 굴러갈 수 있었음
뭔 대외활동이라고 시켜서 보고서 썼는데 대회였고 최우수상 받음 이때 당시엔 당연히 주는 상(?) 이라고 생각하고 오 그렇구나 함
고2
코로나와 맞이하는 상쾌한 십팔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교내 대회들 많이 나감 책도 마니 봄
다 에세이
그냥 할 줄 아는 게 글쓰기뿐이라서 코딱지 파는 감자 정도로 임함 무엇보다 보상으로 주는 뱃지가 너무 탐났음
학생 기자부도 이때 해 봄
또 무슨 특별한 날이라고 에세이 공모전을 한대서 아 생기부 이건 못 참지ㅎ 하고 내보낸 게 있음 까먹고 살고 있었는데 담임이 부르더니 ‘지돌아 그거 교육감 오셨을 때 연수 자료로 잘 썼다 고마워’ 하시면서 낭독까지 시키심(집에 진짜 가고 싶었음)
한 번은 지과 수행으로 글쓰는 거 있었는데 어차피 문과니깐 쉬엄쉬엄 쓰자~ 하다가 제출 기한 넘김 그래서 아모르겠다~ 하고 그냥 글쓴 거 냈는데 지과쌤이 호출하시더니 ‘지돌이 그날 혹시 집에 사정이 있었다거나 뭐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니?’ 하며 무언의 Yes를 강요하심 근데 말했듯이 전 지과 욕심도 없었고 저보다 착실하고 간절한 친구한테 상이 주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본인 과오라고 말씀 드림
더 웃긴 건 선생님이 문자로도 ‘지돌아 잘 생각해 봐 그날 진짜 아무 일 없었는데 제출 기한을 넘긴 거니? 혹시 생각나거든 교무실로 와 주렴’ 하며 압박하심 (죄송해요 선생님 이런 제자라서)
고3
고삼 땐 그냥 남들 하는 대로 인강 듣고 졸리면 처자고 꿈도 없는 감자로 삶
사실 전교 20등 안에 들고 그랬는데 공부하기 싫어서 때려침 전 진짜 공부는 아닌 것 같네요
재수
7월부터 동네 조그만 논술 학원에 다님
사실 논술은 그냥 로또라고 들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배웠음 당시엔 정시가 주종목이었어서..
선생님도 출강 강사셨나 그랬음
그렇게 구잘수망충이 되어 한양대 인논 예비 1번을 받다
솔직히 다시 생각해 보면 합격보다 이게 더 어려울 듯
이후 삼수하기 싫어서 추가모집 전문대로 도피
그나마 양호한 전문대라 우연히 글쓸 기회가 생김
뭐였지 암튼 있었는데 담당 교수랑 그거 가지고 상담함.. 웃긴 건 담당 교수님이 논술 반수를 추천하셨음ㅋㅋㅋㅋㅋ 교수님..
그렇게 대치동에 다니고 논술을 더 빡세게 배우며 마이클 샌델 뺨치는 글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고민함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더라고요 (이래서 대학이 나 안 뽑아 준 듯 장기적 학문 연구에 소질이 없어서)
무슨 예쁜 말로 자라는 양파 키우듯이 첨삭받음
얼굴도 모르는 쌤들이 나 기죽어 있을 때마다 특별 상담인지 뭐시기를 하심 (대치동의 열정은)
근데 결과적으로 뭐 된 건 없음
이후로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선 논술로 불리며 대필 아닌 대필을 맡게 됨
내 친구들 단골 멘트: 글써 봐
맡겨 놨니
아무튼 사과문, 연설문, 인간 챗지피티 정도로 쓰이며 살고 있습니다..
아 문창과도 준비했어서 단편 소설도 쓸 줄 알고 문창과 친구 아이디어 구상 때 도와주기도 함
사실 ㄹㅇ 코딱지 파먹는 감자 수준이라 글쓴다는 말도 낯간지러운데 암튼 어찌저찌 살고 있네요
그간 건강이 좋지 않아 쉬고 있었는데, 이제 슬슬 몸도 풀고 여행도 다니면서 글을 개많이 쓸 예정입니다 뭐 여기저기 투고도 하고 공모전도 나가 보고.. 할 예정 요즘엔 간간이 주변 사람들 헌정문을 쓰며 그들의 반응을 보고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글쓰는 게 재미있기도 해요
그래서 전 ㄹㅇ 글쓸 팔자인 걸까요
태어났을 때 사주 본 거 보면 기예나 학문으로 먹고 살 팔자라고 하긴 하던데 맞으면 신기할 듯
한 번 지켜봅시다
사진은 그냥 외조부 원고와 제 입시 시절 논설문..
몰라 학원 정도는 나와도 되겠죠 머
뒷광고 아님 아무튼 ㅅㅍㅅ 좋았음 굿굿 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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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뱃지 간지나네요 그쵸 재미있는 걸로 돈 벌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 공부 쪽은 아닌 것 같아서...^^ 댓글 감사합니다 물개님도 엘리트로서의 즐거움을 맘껏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