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知何偈 [1314511] · MS 2024 · 쪽지

2025-03-07 2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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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과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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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성 질환은 세균성 질환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엄밀성을 약간 희생하자면, 여러 세균은 공유하는 기전이 있고, 이 기전을 타겟으로 하는 항생제를 쓸 수 있다. 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기전이 거의 없고, 일부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세균에 비해 바이러스 대응 전략은 예방 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


바이러스성 질환 중 홍역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공기 감염'이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 즉 미세한 침방울 같은 입자로 감염된다. 반면 홍역 바이러스는 입자가 작아, 수 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며 같은 공기를 들이마신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당연히 감염력이 뛰어나다.


감염병이 전파되는 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가 R0이다. R0는 이론적으로 첫 감염자가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의 숫자인데, 한 자료에 따르면 홍역의 R0는 12-18이다. 같은 자료에서 코로나 델타 변이가 5-9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공할 만한 수치다. 더 직관적인 수치로 보자면, 홍역은 노출된 사람의 90%를 감염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다.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홍역은 볼거리(Mumps), 풍진(Rubella)과 함께 MMR 백신으로 접종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2개월경에 1차, 만 4세경에 2차를 맞는다. 미국은 2000년에 홍역 전파가 중단(elimination)되었다고 선언했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안티백서가 늘어나면서 간간히 홍역 유행이 발생하고 있다. [1]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 중인데 [2], 홍역은 의과대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질병이지만 정작 홍역을 경험한 세대는 근자에 별로 없어 우려스럽다.


정확한 기전은 모르지만 홍역 치료에서 비타민 A 복용은 치명률을 낮출 수 있어 권고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진단 시 즉시 한 번, 다음 날에 한 번 경구로 비타민 A를 줄 것을 권고한다. 비타민 A 결핍 증상이 있다면 세 번까지도 투여하라고 한다. [3] CDC와 미국감염학회(IDSA)도 이와 유사한 입장이다. 


하지만 비타민 A는 홍역을 예방할 수 없다. 1998년 MMR 백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잘못된 연구가 발표된 이후, 일부 안티백서들은 백신보다 더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느껴지는 비타민 A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 A는 치료 보조제일 뿐, 백신을 대체할 수 없으며, 지용성 비타민으로서 체내에 축적되어 과다 복용 시 두개내압 상승, 간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 https://www.cdc.gov/measles/data-research/index.html

[2] https://www.kdca.go.kr/board/board.es?mid=a20501010000&bid=0015&list_no=727299&cg_code=&act=view&nPage=1&newsField=

[3] https://iris.who.int/bitstream/ha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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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거또 · 613724 · 03/07 23:54 · MS 2015 (수정됨)

    이런거 재밌습니다...
    그런데 비타민A는 대체 왜 저런걸까요

  • 아무거또 · 613724 · 03/07 23:55 · MS 2015

    약간 암환자들 검사해보면 비타민D수치가 낮다
    그렇지만 그 수치가 낮다해서 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비타민 D를 높혀둔다해서 암이 예방된다는 근거는 없다
    이런거랑 비슷한걸까요..

  • 無知何偈 · 1314511 · 03/08 00:10 · MS 2024

    네 그런거같아요.. D도 참 그래서 광고가 무서운거같습니다
    비타민 A는 진짜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