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330767
현역 때 32221을 쳐 받고 난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학사를 돌려 본 결과
건대 공대 정도가 안정으로 뜨더군요. 근데 당장 집에서는 "건대보내려고 너를 이렇게 지원해준게 아닌데" 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건국대 너무너무 좋은 학교고, 쉽게 가기에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 당시엔 중학교 1등 출신이고, 중1 부터 고등 수학 선행하고, 나름 고3 5월부터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기에
건국대를 제 평생 대학으로 삼기에는 조금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모 교대라도 써볼까 하고 원서를 냈고,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한 결과 XX교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처음엔 다닐까 진지하게 생각도 했지만, 결국 4월에 수특을 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한창 코로나 풀리기 직전이었는데, 5월부터 수업을 들으러 대면강의에 오라고 문자가 온 순간,
지금 대면하러 가면 쭉 다니게 될 것 같아서, 그 날 곧바로 XX러셀에 등록하고 학고반수를 때리러 결심하게 됩니다.
5월 한 달 열심히 공부하고.. 6평을 본 결과, 화작 미적 물1 지1 순으로
98 / 99 / 2 / 87 / 95 라는 성적을 받게 됩니다.
한 달 공부한 것 치고는 엄청난 성과였고, 특히 국어의 약진이 두드러졌기에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6평 잘보고 자만했다가 망했다는 썰을 너무 많이 봤기에, 자만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쭉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9평의 결과는 92 / 98 / 1 / 99 / 99
지방 약대 수의대 정도가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너무 힘들고 고되었지만, 뿌듯하고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즈음부터 슬슬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성적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조현병 증세였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길가다가 차에 치일것 같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거나,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서 깔려 죽는 상상,
뭔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죽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쉴새없이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학원 바깥이 시청이다보니 어떤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데, 그 시위대의 노래가 머리에 꽂혀서 2달동안 국어지문을 푸는데 시위 노래가 생각나서 글을 읽기가 힘들어지기도 했구요.
결국 수능날에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분명 핸드폰을 냈는데, 갑자기 패딩 안에 숨어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서 퇴장 당하는 상상이 국어 지문 풀다가 쉴새없이 생각나게 돼서
결국 국어도 망치고, 수학도 평소보다 4개 더 못풀고, 무너진 멘탈로 영어와 과학까지 망치게 됩니다...
그렇게 받은 성적은 22213, 작년 현역 때의 성적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낮았습니다.
같이 재수한 친구들은 모두 성공했지만 저만 실패했습니다. 이때 진짜 하염없이 우울했고,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현역 때 좋은 대학을 간 친구들은 모두 행복하게 지내고, 재수한 친구들은 나름 성과를 거뒀는데,
나는 1년동안 뭐한거지? 대체 나한테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누워있었습니다.
이렇게 있다간 정말 내가 나에게 뭔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수능본 당일에 입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나마 좋다는 공군을 가기 위해서 수능 끝나고 2주동안 봉사 56시간, 헌혈 1번을 하고 미리 따둔 1종보통으로
공군 병 3월 입대를 신청하게 됩니다....
3편에 이어서 쓸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책산거때문인가..
-
과방에왔어요 0
유후
-
3학년 이상이신분 디지털논리설계 필수과목인가요? 그냥 책사서 독학해도 되죠?
-
에러 야발 2
인터널 서버 에러 좀 어케 해 줘요
-
혹시 ebs 수특 pdf는 제공 안해주는 건가요?? 2,3년?전쯤에는 무료로...
-
9x5/6 =3x5/2 로 바꾸고 곱하는것도 약분이라고 하나요?
-
3월2일에 월간조정식이랑 김기현 아이디어 수1.2 시켰는데 월간조정식 정기적으로...
-
ㅈㄱㄴ
-
뭔가 이상한데 내가 컴공과를 온건가
-
아까 밑에 언매미적사문정법 글 보이길래..
-
다음 칼럼 주제 5
난이도의 기준 극한총론 한국어 단서를 통한 문제 찢기
-
어싸 적분 뒤쪽 마무리하고 스팀팩풀어야징
-
올해 1학년인데, 아쉬움이 남아 다시 수능 도전하려고 합니다. 현재 치한계열인데,...
-
이도저도 아니고 3
이게 뭐하는거지ㅋㅋㅋ 급현타
-
43324 언미생지고 생명이 백분위 94라고 하면 가능한가요
-
의대 과목 선택 1
나 오타쿠여서 일본어2 골랐는데 교양과목도 뭐 보건 같은거 골라야 하나? 학종 쓸...
-
181121(가) 풀이 10
가형이라 그런지 계산으로 밀고가서그런진 모르겠는데 미적이 계산이 있긴 하구나
-
내가 시발 며칠을 기다리니
-
동의 경희 가천 빼고 거의 지방 아닌가
-
이번에 대치학군(중대 휘문 경기 경기여자 진선 숙명) 0
거의 다 재수함?
-
윤하, 깜짝 결혼 발표 “인생의 든든한 짝 만났다” 2
윤하 [윤하 SNS]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가수 윤하(36)가 깜짝 결혼...
-
의치한보다 좋은 면허는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그래도 일단 전문직 준다는거 그리고...
-
작수 재수 화미생지 53344 입니다 자퇴하고 삼수 해볼려고해요 사탐으로 바꿀...
-
SKY 환경관련 학과 합격하려면 몇등급대 정도 나와야하나요
-
콘클라베 무난하게 볼만한듯
-
평가원 #~#
-
있잖아 2
베이베 베이베 나랑 사귈래
-
더프 1
러셀 대치 바자관 다니면 3덮 필수인가요?(재수기준으로요)
-
“‘내리막길 가속도 붙은 한국’…위기 극복 신화에 기대지 말아야” 사회학자의 경고[2025키워드, 한국인④] 2
[신년기획 커버스토리 : 2025 위기극복 키워드 한국인④] “사회적 연대가 부족한...
-
이해 팍팍되면서 진도도 술술 나가고 문제 푸는 것도 다 이해하면서 풀리네 나는...
-
나만큼 이성 친구(human) 많은 게 흔하진 않나 봄 12
오르비 보는데 흔하진 않은가 봄? 오히려 너드같이 생기면 진짜 친구로 사귈 사람은...
-
안가람 숙제 양 2
어느정도인가요? 시즌1 수1이요!
-
휴 정상화
-
스벅 슈크림말차라떼 먹으러 가야지
-
동아리 홍보회 3
재밌네 활동같은것도 많이하고
-
인설 맹문대 노기능사<<<< 공고 졸 2기능사 ㅋㅋㅋㅋㅋㅋ
-
시대인재 컨설턴트 친구한테 입결 관련해서 들었는데 23
인서울 약대 지방 한의대 선택 비율이 올해들어서 9대1까지도 갔다고 들음 대체...
-
문과 서성까지는 다 정리됐는데 한양대 이하로는 커트라인이 영 추적이 안된다는 듯...
-
신청햇는데 집으로 보내주나요?
-
대성패스만있습니다
-
성적 보고 뽑나요 6모 잘봐야함?
-
쪽지 가능하신가요?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
정리하는게 필요할까요
-
민주당은 190석 먹고 대체 뭘한거냐
-
용돈받음
-
스블 인강 듣다가 현강으로 넘어가보려고 하는데.. 담배냄새에 극예민해서 혹시 현강...
-
사회성이 죽음 2
개강했는데 밖에 안나가고싶어짐 새터가고 어제도 과사람들이랑 술마셨는데 그때 당시에는...
-
이돈으로 빨리 교재사서 돈을 없애버려야지 게임에 현질하기 시작하면 끝이없음..
-
ㅎㅇ 12
학교를 갔더니 휴학해서 갈 데가 없어졌어요 1년만에 오비르 방문.
와 재밌네요 엄청 빨리 읽힘요
국수 3, 2에서 한달공부로 98 99 나온게 진짜 대단하네요..
고생많으셨네요ㅠㅠ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