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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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32221을 쳐 받고 난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학사를 돌려 본 결과
건대 공대 정도가 안정으로 뜨더군요. 근데 당장 집에서는 "건대보내려고 너를 이렇게 지원해준게 아닌데" 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건국대 너무너무 좋은 학교고, 쉽게 가기에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 당시엔 중학교 1등 출신이고, 중1 부터 고등 수학 선행하고, 나름 고3 5월부터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기에
건국대를 제 평생 대학으로 삼기에는 조금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모 교대라도 써볼까 하고 원서를 냈고,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한 결과 XX교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처음엔 다닐까 진지하게 생각도 했지만, 결국 4월에 수특을 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한창 코로나 풀리기 직전이었는데, 5월부터 수업을 들으러 대면강의에 오라고 문자가 온 순간,
지금 대면하러 가면 쭉 다니게 될 것 같아서, 그 날 곧바로 XX러셀에 등록하고 학고반수를 때리러 결심하게 됩니다.
5월 한 달 열심히 공부하고.. 6평을 본 결과, 화작 미적 물1 지1 순으로
98 / 99 / 2 / 87 / 95 라는 성적을 받게 됩니다.
한 달 공부한 것 치고는 엄청난 성과였고, 특히 국어의 약진이 두드러졌기에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6평 잘보고 자만했다가 망했다는 썰을 너무 많이 봤기에, 자만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쭉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9평의 결과는 92 / 98 / 1 / 99 / 99
지방 약대 수의대 정도가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너무 힘들고 고되었지만, 뿌듯하고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즈음부터 슬슬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성적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조현병 증세였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길가다가 차에 치일것 같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거나,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서 깔려 죽는 상상,
뭔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죽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쉴새없이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학원 바깥이 시청이다보니 어떤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데, 그 시위대의 노래가 머리에 꽂혀서 2달동안 국어지문을 푸는데 시위 노래가 생각나서 글을 읽기가 힘들어지기도 했구요.
결국 수능날에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분명 핸드폰을 냈는데, 갑자기 패딩 안에 숨어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서 퇴장 당하는 상상이 국어 지문 풀다가 쉴새없이 생각나게 돼서
결국 국어도 망치고, 수학도 평소보다 4개 더 못풀고, 무너진 멘탈로 영어와 과학까지 망치게 됩니다...
그렇게 받은 성적은 22213, 작년 현역 때의 성적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낮았습니다.
같이 재수한 친구들은 모두 성공했지만 저만 실패했습니다. 이때 진짜 하염없이 우울했고,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현역 때 좋은 대학을 간 친구들은 모두 행복하게 지내고, 재수한 친구들은 나름 성과를 거뒀는데,
나는 1년동안 뭐한거지? 대체 나한테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누워있었습니다.
이렇게 있다간 정말 내가 나에게 뭔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 수능본 당일에 입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나마 좋다는 공군을 가기 위해서 수능 끝나고 2주동안 봉사 56시간, 헌혈 1번을 하고 미리 따둔 1종보통으로
공군 병 3월 입대를 신청하게 됩니다....
3편에 이어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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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재밌네요 엄청 빨리 읽힘요
국수 3, 2에서 한달공부로 98 99 나온게 진짜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