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여의사로 다시 만난 썰.tx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185058
나 고등학교 때 유명한 여학생이 있었다.
모의고사 쳤다하면 1~2개밖에 안 틀리고, 내신도 전교 10등 안에 드는 공부실력이 굇수 그 자체였지.
자사고라 당연히 의대에 가겠지 했던 그 여학생은 심지어 학교의 퀸카였다.
동글동글한 얼굴형에 귀여운 이목구비, 뽀얀 피부까지.
단아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그녀는 단연 우리 학교 남학생들의 첫사랑이었다.
특히, 그녀가 웃을 때 짓는 눈웃음을 보면 누구나 심장이 요동치게 됐었다.
나도 그녀가 웃을때면, 멍하니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빠져들곤 했었지.
공개수업 때 걔 어머니가 오신 적이 있었는데, 역시 외모는 유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어머님도 미중년이셨지.
한번은 학교의 chad가 그 여학생한테 고백했다가, 개같이 차인 적이 있었다.
그러곤 chad가 반에서 펑펑 울던 걸 봤을 땐, 은근히 쌤통이었지.
물론 나도 관심이 있었지만, 난 티를 전혀 안 내는 스타일인지라.
오히려 무관심한 척, 쌀쌀맞게 대하려고 노력을 했었지.
그러다가 매점에서 만났을 때, 선심쓰듯 레쓰비 하나 사주면 좋아했었지.
하지만 내 여친이 될 순 없어. 남사친들이 너무 많으니까.
성격도 유순하고 착해서 별 병신같은 남자애들한테도 잘해줬던 아이였음. ㅇㅇ
또 갤 여친으로 맞으면 주변에서 시기질투가 얼마나 심하겠어?
그래서 난 다른 반에 여친 만들어서 놀았지.
야자 끝나고 여친 손잡고 하교하는데 걔랑 마주쳤을 땐 얼마나 민망하던지.
밤공기가 텁텁하게 느껴졌다.
사실 걔랑 나는 급차이가 너무 났다. 내가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여자였지.
그래서 일부러 단점을 찾고, 난 널 좋아하지 않아, 자기최면을 걸었나보다.
어쨌든 걘 수시로 메이저 의대로 진학을 했고, 난 호기롭게 0수시를 썼다가 수능을 조지고 교대로 진학했지.
그리곤 연락이 끊겼다. 연락처는 내 쪽에서 먼저 지웠을 것이다.
Time flies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대학 mt를 갔다왔고 술병이 났다.
실습을 갔고, 수업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학교 시험에 지각을 하고, 임용 교재에 필기를 끼적였다.
4학년 1년 동안은 임용 공부에 매진했다.
어찌어찌 임용에 괜찮은 성적으로 붙은 나는 당해 3월자로 바로 발령이 났다.
본가와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
에휴 ㅈ됐네 하고 열심히 다닌다. 군대에도 다녀온다.
돈을 모아 자취방도 하나 얻는다. 그렇게 첫 학교에서 5년을 보내고 만기가 찼다.
그리곤 본가 쪽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잘 있어라, 소패 동료교사들이여.
30대가 되니 집이 사고 싶어진다. 본가와 가까운 곳에 대출 풀로 땡겨서 집을 하나 샀다. 국평 주제에 존나 비싸다.
그러다 어느날, 절친했던 고딩 친구한테 연락이 온다.
결혼한단다.
청첩장 모임에 가서, 저녁을 얻어먹었다.
돈도 잘 버는 새끼가 고기 추가하려는데 눈치를 준다.
아내 사진을 보여주는데 아내 분이 굉장히 통통하다.
표정 관리를 잘 해야하고, 말을 아끼는 편이 좋다.
"결혼식은 언제 한다고?"
"다다음주 토요일이야. 근데 너 축의 얼마할거냐?"
"30만원."
"야 이 새끼야. 10만원만 해. 나도 나중에 10만원만 하게."
결혼식 당일에 난 늘 입는 양복을 꺼내 입는다.
향수도 두어번 뿌려주고, 정수리 쪽은 작년부터 애용하던 흑채로 덮어준다.
결혼식을 한 번도 안 가본 급식들은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다보면 결혼식은 그냥 뷔페먹는 날이다. 결혼식도 죄다 획일화되 있어서 재미 ㅈ도 없다.
그렇게 결혼식에 도착해서 축의를 뽑는다. 수수료 1300원을 내고 신랑쪽 통에 30만원을 넣는다. 식권도 스근하게 받아둬야지.
남편 쪽 입구로 살 들어가서 신랑놈을 찾아본다. 리허설을 하고 있다. 와줘서 고맙단다. 만약 나중에 내 결혼식 안 오면 뒤진다.
앉을 자리를 찾아본다. 아 죄다 친인척이라 앉을 자리가 없다. 잠깐 뒤에 서있다가 식 시작하면 바로 밥 먹으러 가야겠다.
그렇게 뒤돌아 가는 순간,
누가 날 빤히 쳐다보고 웃고있다.
그게 느껴져서 나도 그게 누군지 바로 쳐다봤다.
누구지?
이쁘장한 여자가 날 보고 방실방실 웃고 있다.
누구야 근데? 왜 날 보고 쪼개?
내가 빤히 5초 정도 그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근데 그녀도 말없이 웃고만 있는 것이다.
마치 자기가 누군지 거억나냐는 듯이.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기억해냈다.
10년 전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아이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냥 자유롭게 살게 해주는건 학대 아니지않나...? 너무 이상한 길로 빠지지만 않게...
-
https://youtube.com/watch?v=3pLAwoNoxC8
-
다들 알다시피 사다리를 미리 깨버리고, 어차피 축소시대에 찾아올 양극단의 이중사회를...
-
말을 아껴야겠슴다..
-
인생이 망해도 전문직이라는거임
-
내가 수학 3을 맞는 꿈을요.. 근데 그런 건 없더라고요
-
동사하시는 분 0
개념 나갈 때 동사 하루에 몇 시간씩 하심? 다른 과목 하느라 하루에 2시간씩...
-
국어 일기 0
한번 쭉 읽고 풀고 분석할때는 내가 했던 사고들 쭉 적고 문제는 뭘 묻는지 무슨...
-
작년 드릴이나 다른 문제집들에 비해 좀 술술 풀려서요 실력이 는건지 문제가 쉬운건지를 모르겠어요
-
부모님들이 학생들에게 공부시키지 않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합니다 6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을 각 학년 최소 기준을충족하지 않은...
-
격차와 현실에 대한 ㅈㄴ 적나라한 글을 써보자 했으나 1
반발이 ㅈ될거같아서 일단 stay....
-
이라는나쁜말은ㄴㄴ..
-
서브웨이먹어야지 15
쿠키는 첨먹어보는데 맛잇을까
-
(수학질문) 0
시행착오가 길면 님들은 보통 어떻게 하심
-
“내가 금수저로만 태어났다면 이렇게 피똥싸며 N수하면서 메디컬 가려고 노력 안...
-
수험생 여러분 12
여러분께 중요한건 메타 참전이 아니라 여러분의 수능 점수입니다..
-
확통이 너무 어렵노
-
신택스 현재 듣고있고 이명학 수능루틴 풀려했는데 조교븐께서 신택스 끝나고 하는게...
-
고퀄 칼럼과 무료 자료를 뿌려주던 고닉분들이 산화되니까 백수 늙은이들이랑 분탕들이...
-
현장 언매 10분컷 <<< 장사치들이 만들어낸 허상임 0
언매 모의고사로 연습을 하겠다 <<< 참 좋은데 언매 모의고사 양치기로 시간을...
-
주변인 증언에 따르면 대입보다 편입이 쉽긴한데 막 성인이 되서 대학맛을 봤는데도...
-
내가 앙 채가게
-
1. 지구를 못해서 다른 과목으로 튀었는데 불안하거나 2. 튀었는데 성적이...
-
뭔가 메타참전 마렵지만 10
쫄려서 그냥 구경만 하기로 했다
-
6시간 공부 성공! - 7시간 하면 책을 빼앗길 예정이에요. 6
제목이 이상하죠? ㅎㅎ 말 그대로입니다. 하루 순공시간 6시간 확보에 성공했어요!...
-
킬캠 2회스포있 2
222 진짜 한번씩 더 풀었다
-
댓글들 보면 나라가 소멸하길 바라냐, 돈이 인생의 다냐, 니네 부모는 금수저냐...
-
뉴런은 0
1.기출하고 들어야된다 2.들으면서 병행
-
1시까지 2시간동안 했어 너무 힘드러
-
난이도가 이상해..
-
확통 선택과목만 7문제 보면 9모 수능중 뭐가 어려웟음 2025 공통말고
-
에 나 의 넣어보라는데 최신 상품 -> 최신의 상품 안되는 거 같은데 됨.. 언제...
-
골딱이탱커한테젠야타모아쏘기슛~ 하 화작기하사탐너무좋아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5천원 커피값에 미리 하나...
-
진짜 좀 괴상한데
-
그사람의 뇌에는 "어떤 멜로디는 좋은것" 이라는 정보를 담고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
고기집에서 일하면서 월 100정도 벌엇는데 진짜 힘들었음 걍 말이안됨
-
수능완성 선지인데요 테일러도 ’인간은 물론 동식물도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지향하는...
-
정말 많이 하는군아 ,,,
-
독해 속도 1
갑자기 독서 속도가 느려졌는데 왜그러는걸까요 예전에 비해 독서를 더 생각하면서...
-
7등급임 화학 영어 생명 국어 일본어 다 7등급인데 어떡함 정시할까 참고로 모고도...
-
애초에 화자가 다리를 건너가면서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지만 심리적 거리는 멀어지지...
-
가기싫으어
-
이정수대기풀력다 1
오예
-
첫 번째 근거: 행동의 변화화자는 계속 차를 몰고 나아가다가([C], [D])...
-
음... 모론?
-
그냥 포기하면 편해요 남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
-
career low
-
불국어불수학불영어 킬러배제속신기루였나
뭐노
글은 모르겠고 닉보면서 싱글벙글 들어왔으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봤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왜 광고글이나 커리 추천 아님?
고등학교때 차여서 펑펑 우는거에서 주작의 냄새가
락스.
빨리 다음편좀 급함;;
더적어줘
여름이었다
유튜브 숏츠어떰 진지하게
조회수 잘 나올 듯
ㄹㅇ임?
우리는 혐오의시대의 시대에 살고있다
차단어캐함?
라는 내용의 애니 추천 받는거냐?
뭐 어디 경영학과 졸업하고 교대 갔다매..
제발 개연성좀 맞춰서 글써줘..
수능을 조지고 교대로 진학했지.
의치한약수교 라매;;
1112이라 그런지 썰을 복원해내는 기억력이 절륜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