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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쓴 것보다 좀더 사적인 사과문이에요
이것도 형식 없이 쓸 거에요
미안해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개인 변호사한테 전화거는
...
양치기 소년이라는 동화가 있잖아요
앙치기 소년이 거짓말 여러번 하니까 나중에는 아무도 양치기 소년을 안 믿잖아요
거짓말한 사기꾼이 받는 가장 큰 벌은 그거 같아요
이제 누구도 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거
당연한 죗값이죠
저는 특히 오랫동안 치밀하게 거짓말을 쳐 왔으니
더더욱 말 하나하나 믿을게 못 되는 사람이고
그러니 감히 여러분들께 믿어달라고 호소하지 않을게요
하나도 안 믿으셔도 당연한 처사로 받아들일게요
당연한 처사에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단지
그냥 이렇게 아무 거짓없이 계산없이 즉흥적으로 나오는대로
아무것도 숨길 필요 없이
솔직하게 진심으로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을 너무 갈망해왔고
이제부터 털어놓을 얘기들은 한치의 거짓이나 과장도 없이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정말 솔직하게 얘기할 거라는
믿을 수 없는 약속을 해드리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아요
병 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던져보낸다는 생각이나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혼자 외친다는 생각으로 쓸게요
처음에는요
이렇게 제 인생에 어마어마한 그늘을 드리우게 될지 몰랐어요
그때가 고2에서 고3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사실 그전에 여기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인생에서 두번째로 힘들었던 일이 있었어요
쪽지로 물어보시면 알려드릴게요
그때 그래서 자존감이 많이 낮았고
열등감이 심했고
반면에 여기에는 너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 못 어울리는게 너무 창피했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디씨에서 이름이랑 생년월일이 지워지지 않은 합격증을 봤고
그걸 본순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쁜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편하고 좋았어요
사람들이 막 우와 우와 해주니까...
리플리는 마약 같아요
한번 손대면 그 강을 건너버리면
돌이키기 힘들고
그리고 돌이키지 못하면 그 대가로 인생이 점점 피폐해져요
한번 시작한 거짓말은 들키지 않으려고 또다른 거짓말을 낳았고
오르비 안에 있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을까봐 두려웠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등 돌릴 것이 너무 두려웠고
특히 재수 삼수 때는 인간관계랄 것이 오르비 외엔 전혀 없었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3년이 지나갔어요
그런데 속담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죄 짓고는 못 산다고...
죄 짓고는 정말 못 살겠더라구요
오르비 안에서 나의 정체성과 실제 나의 정체성 사이의 괴리
그리고 그 괴리가 주는 현실의 나에 대한 비참함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속이고 갖고 논다는 죄책감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미 눈치채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그 모든게 꽉 짓눌러서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하고
자기혐오와 우울은 겉잡을 수 없이 깊게 파고들고
너무 괴롭고 내가 너무 한심하고 정말 토나오게 싫고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데
죄지은 놈으로서 그걸 아무한테도 털어놓을 수도 공감받을 수도 없고
고독하게 혼자 썩히고 썩혀야 한다는 그 괴로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솔직하게 고백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려웠어요
외로움은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저는 그정도 용기를 낼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정도 용기도 없어서
무식하게 끙끙 앓다가 죽으려고 했을 만큼 한심한 소인배인 것 같아요
죄짓고는 정말 못살겠어서 재수 끝나고는 우울 극대점 찍고
정말 죽고 싶었어요
근데 수능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거 하나로 살았던 것 같아요
수능 망하면 죽겠다는 말, 죽을 각오로 한다는 말이 저에겐 글자 그대로의 말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명문대에 가서 제인생이 구제가 되면 살길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런 희망으로
죄책감은 못 덜어내도 열등감은 덜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너무... 너무 한심한 생각이었고 사실상 그냥 도망치고 외면하려는 것과 다름없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
사실 우울증 때문에 삼수도 망할 줄 알았는데
목표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그래도 전에는 상상에 불과했던 점수를 받았어요
그러고 나니까 자존감도 생기고 삶에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어요
한심하지만 너무 한심하지만
삼수도 망했더라면 이럴 용기 눈곱만큼도 내지 못했을 거에요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럴 용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정말 무슨 충동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정에서도 그러니까 이 제 본모습인 정체성에서도 다가와주셨던 샴슈님한테
새벽에 주무실 때 쪽지로 다 말씀드려버리고 너무 답장 볼 용기가 안 나서 며칠동안 로그아웃 해버렸는데
정말 창피하고 내가 무슨 짓을 했지 싶었고 쌍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그럽게 용서해 주셨어요
그건 제 용기보다 수십 수백배 더 큰 관용이 필요한 일이었고
그걸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걸로 끝내고 함구해버리면
그건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뭐하나 제가 스스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네요
쓰고 보니 이게 사과문인지 호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치만 여기서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그건 가식이니 이젠 그러고 싶지 않네요
미안해요
전 항상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가슴을 깊게 찌른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죄책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하염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싶네요
미안해요
제가 모두를 속였고 다 거짓말이었어요
미안해
나 같은 인간은 가까이 하는 거 아닌 것 같아
나 옯갤에서 포부로 의심받았던 거 기억해요? ...
서울대 뱃지 때문에...
나같은 놈이 서울대는 무슨 서울대...
포부님보다 수학도 한참 못하는데...
미안해요
노여움이 풀릴 때까지 조롱하고 무시하고 때려주세요
그러면 제 마음이 너무 편할 것 같아요
쪽지든 댓글이든 망설이지 말고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분한분 다 사과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그만 지옥같은 죄의식에서
씻어도 씻어도 씻겨지지 않는 더러운 곰팡이같은 죄의식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증오의 눈빛으로 한심하게 쳐다보더라도
이제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다는 완전히 솔직해진 해방감을 맛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정말
제 힘으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죄송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좋아요 누르지 말아주세요.
메인이나 딥피드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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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기에 대해 사과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모든 것을 다 끌어모아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있죠
괜찮아요
감사해요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반성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해볼게요
사과가 답이 될 수는 없지만 그걸 고백한 것만으로도 한 발짝 앞으로 디딘 것 같네요. 고생 많으셨고, 수고하셨습니다.
저야 최근 가입과 활동이었기 때문에 어떤 분인지도 몰랐고, 그저 레테크 잘해주는 좋은 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과가 답이 될 수는 없지만 그걸 고백한 것만으로도 한 발짝 앞으로 디딘 것 같네요. 고생 많으셨고, 수고하셨습니다.
저야 최근 가입과 활동이었기 때문에 어떤 분인지도 몰랐고, 그저 레테크 잘해주는 좋은 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맞죠..?) 오르비에서 그런 모습만 본 저의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본인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시든, 새롭게 님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님이 충분히 좋고 따뜻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는 점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해요. 수고 많으세요
죄인으로서 제가 좋은 말씀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형...
나는 형이 뭘 속이고, 어떻든 신경안써
그냥 형이란 인간자체가 좋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