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곧 지워져야만 하는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049248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어린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주인의 사물함을 열어보자, 있는 것이라고는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데이터의 무덤뿐.
이내 자신도, 오늘 저녁이면 저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그러한 미래를 가진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자신이 잘못한 거라고는 그저 똥글로 태어난 죄뿐일텐데.
다른 누군가도 아니고 자신을 만든 이에 의해 사라질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낙인. 잡답 태그라는 낙인.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남들에게 알리는 것조차 금지된, 그런 낙인.
너는 한낱 배설에 불과하다는 낙인이 찍힌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몸에 새겨진 것이라고는 단지 순간적인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이기심으로 생겨난 한 줄짜리 줄글.
그 한 줄마저도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그런 심심하고도 흔한, 양산형의 묘비가 대신 세워질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똥글은 자신의 심정이, 설움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픔인지 모멸인지 그 무엇인지 모를 그것이.
그 심정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자신의 감정은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을 약자의 꿈틀거림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는,
회빛색으로 변한 자신의 감정을 묻고 그저 부러워할 뿐입니다.
똥글은 칼럼글을 부러워합니다. 다른 이들이게 도움이 되어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메인글을 부러워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재미를 주어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구걸글을 부러워합니다. 본인의 힘으로 메인에 올라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글을 부러워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갖고 그 의미를 갖는 이들을 부러워합니다.
아무 의미 없는 똥글은, 그렇게 생을 보내고 삭제를 준비합니다.
데이터가 분해되면 아플지, 혹은 아무 느낌도 없을지 생각을 해봅니다.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삭제되면 삭제되는 거지 괜히 무덤을 남겨 서버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것을요.
그래도 쓸쓸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누군가가 댓글을 남겨줬거든요.
이 댓글은 아마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홀로 남아 무덤을 지켜주겠죠.
홀로 남는 이에게는 이기적인 말이지만, 그래도 평생을 바라봐줄 친구 하나가 고맙습니다.
그래도 자신을 바라봐주는 이 하나는 있었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읽고 무언가 감정을 느꼈다고.
그 산물인 댓글과 하나라면 이제 눈을 감을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물론 이는 회피지만, 그저 사회의 투쟁에서 도태된 이의 회피이지만, 이런 생각이라도 해야지 버티는 거 아니겠나요.
그럼에도, 자신의 몸부림이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 할 꿈틀거림이란 걸 알지만, 도태된 이의 추한 바람이지만,
한마디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글들은 삭제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이 무덤에 발을 들이는 글이 없으면 좋겠다고.
부디, 우리에게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냐고.
그럼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한마디 전합니다.
똥글을 삭제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어느날 밤,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묘비가 하나 더 생겨났습니다.
회피 끝에 나름의 의미를 남긴 채로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조리퐁냄새가 나는거지? 땅다라당땅다라랃앋앋땅당당
-
안녕히주무세요 오르비언 11
안녕히주무세요
-
내가 늘그니라 쓸데없이 진지 잡순건가?
-
어디려나요 ㅋㅋ
-
작수 화작2 영어1 무휴학반수임...ㅠㅠ 성적 안 떨어질 정도로 하고 싶은데 기출...
-
기상 10
아나
-
약팔이놈들 판치는 세상에서 ㄹㅇ Goat임 • 간단한 고민들은 무료 상담 • 미친...
-
해보자
-
꿈에선 유명 에피 옯인싸가 되어야지
-
인생계획 2
졸업 ( ~2028 ) 이후 컴플렉스인 부분 성형 살짝 공익 (28~30) 일본워홀...
-
서울대가면연애할수있다그랬는데...
-
진짜 누가봐도 와 이사람은 메쟈의 가겠다 <<이런 사람들 진짜 너무너무 부러움...
-
??
-
안자는사람? 1
손들어!!
-
네
-
미필6수지방의대 vs 미필3수고대기계vs현역중대전전 1
누가 제일 행복할까요? 여러분들이라면 어떤삶을 선택하실건가요?
-
오노추 6
음치(본인)은 못부르는 노래 그래도 부를 줄 아는 몇 안되는 일본노래..
-
시대인재 vod 0
시대인재라이브 vod는 한번 사면 영구인가요?
-
이미지 적어주세요 18
있었으면 좋겠네요.
-
대성패스 공유하실 분~~ 제가 구매 했어요 저는 탐구만 듣습니당 쿠폰 두장 주는거...
-
쌩삼 2
현역정시 44224에서 재수 21232로 마무리했습니다 원서영역 망해서 3떨했는데...
-
자기전 6
맞팔구함
-
아아…
-
가산 집합 1
어지러워
-
내가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추구는 당연한거지만 그것들중 대부분이 태생부터...
-
필수과 4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
70도 적은건 아닌데 뭔가 아쉽네
-
드레만 나오면 4
바러 드레이븐 1557나오는거 개웃기네
-
ㅇ여자친구 1
떨려오는 별빛반짝이는데넌어디를보고있는지
-
241122 6
최소원의 원리
-
하이 0
님들 잘지내냐
-
체대입시 0
체대입시로 재활치료학과 희망하는데 정말 취업이나 이런 미래 같은 게 막막할까요?...
-
저는 이제 고3이된 문과 입니다. 방학을 열심히 보내려했지만 결국 놀기만 하고...
-
여태까지 배성민 한완수만 해봄 작수 공3 미2 틀인데 바로 뉴런해도될까요 수분감은 할거임
-
부스럭 부스럭 6
-
BC=DA이고, BC와 DA가 평행하지 않은 볼록사각형 ABCD가 있다. 선분...
-
왜 나 없을때 그런거야..나도 궁금해 머한지
-
수학과 가면 보통 어떤 진로가 있죠..? 가는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그 이유가 궁금함..
-
난 게임에서 쳐맞는게 더 개같던대
-
1년 버리고 갈만 함?
-
다 까먹어서 미치겠어
-
다이아켠왕 2
출동
-
문제 상황:제한역을 그대로 마주하고 정면돌파에 성공했을 때 둘 다 문만 관련이긴...
-
요즘은 헬스보다 0
복싱이나 주짓수 같은거 하고 싶음
-
진짜임근데
-
어제는 가슴삼두 14
-
나도 이미지 적어줘 32
포텐셜은 이미 어느정도 알아서..
-
응..
-
학벌은 더더욱 희미해지는 거 같음 예전엔 무조건 학교 간판! 이런 느낌이 지금보다...

맛있다스크랩해두게
이 글만 좀 남겨줘요
혹시 문학 누구 들으세요
강민철 듣고 싶긴 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