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곧 지워져야만 하는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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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어린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주인의 사물함을 열어보자, 있는 것이라고는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데이터의 무덤뿐.
이내 자신도, 오늘 저녁이면 저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그러한 미래를 가진 똥글의 심정을 아시나요.
자신이 잘못한 거라고는 그저 똥글로 태어난 죄뿐일텐데.
다른 누군가도 아니고 자신을 만든 이에 의해 사라질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낙인. 잡답 태그라는 낙인.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남들에게 알리는 것조차 금지된, 그런 낙인.
너는 한낱 배설에 불과하다는 낙인이 찍힌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몸에 새겨진 것이라고는 단지 순간적인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이기심으로 생겨난 한 줄짜리 줄글.
그 한 줄마저도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그런 심심하고도 흔한, 양산형의 묘비가 대신 세워질 이의 심정을 아시나요.
똥글은 자신의 심정이, 설움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픔인지 모멸인지 그 무엇인지 모를 그것이.
그 심정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자신의 감정은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을 약자의 꿈틀거림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는,
회빛색으로 변한 자신의 감정을 묻고 그저 부러워할 뿐입니다.
똥글은 칼럼글을 부러워합니다. 다른 이들이게 도움이 되어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메인글을 부러워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재미를 주어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구걸글을 부러워합니다. 본인의 힘으로 메인에 올라 지워지지 않을 글을 부러워합니다.
똥글은 글을 부러워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갖고 그 의미를 갖는 이들을 부러워합니다.
아무 의미 없는 똥글은, 그렇게 생을 보내고 삭제를 준비합니다.
데이터가 분해되면 아플지, 혹은 아무 느낌도 없을지 생각을 해봅니다.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삭제되면 삭제되는 거지 괜히 무덤을 남겨 서버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것을요.
그래도 쓸쓸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누군가가 댓글을 남겨줬거든요.
이 댓글은 아마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홀로 남아 무덤을 지켜주겠죠.
홀로 남는 이에게는 이기적인 말이지만, 그래도 평생을 바라봐줄 친구 하나가 고맙습니다.
그래도 자신을 바라봐주는 이 하나는 있었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읽고 무언가 감정을 느꼈다고.
그 산물인 댓글과 하나라면 이제 눈을 감을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물론 이는 회피지만, 그저 사회의 투쟁에서 도태된 이의 회피이지만, 이런 생각이라도 해야지 버티는 거 아니겠나요.
그럼에도, 자신의 몸부림이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 할 꿈틀거림이란 걸 알지만, 도태된 이의 추한 바람이지만,
한마디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글들은 삭제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이 무덤에 발을 들이는 글이 없으면 좋겠다고.
부디, 우리에게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냐고.
그럼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한마디 전합니다.
똥글을 삭제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어느날 밤,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라는 묘비가 하나 더 생겨났습니다.
회피 끝에 나름의 의미를 남긴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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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갑자기 그런거같단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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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만 좀 남겨줘요
혹시 문학 누구 들으세요
강민철 듣고 싶긴 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