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짓는노인 [74538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5-02-13 15:43:02
조회수 903

[국어칼럼]독서에서 정보의 양 줄이기, 어떻게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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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 영역 강사로 활동하는 기출짓는노인입니다.


2022학년도 수능 이후로 국어 영역의 독서 지문 분량은 줄어들고,
또 현재 경향에선 등급컷도 90점 중반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심찬우 선생님께서는 '정상화'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맞습니다. 국어 영역에서의 부담은 이전에 비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구간에 밀도 높은 문장을 보며 당황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수업 현장에서 본 많은 아이들은, 

정보를 납득하는 것이 아닌 수집하는 것에 치중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강사들이 말하는 '정보의 연결'과 '납득', 

이를 통한 '이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굉장히 추상적으로 보이는 이 개념을 우리는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걸까요?


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과두제적 경영의 문제점]지문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문단]

정당과 같은 정치 조직이 민주적 방식과 절차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민주적 운영 체제를 갖추었으면서도 실제로는 일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직 운영에서 보이는 이러한 현상을 흔히 과두제라 한다. 이는 정치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1문단에서 필자는 정치 조직이 민주적 방식, 절차에 따라 운영됨이 '당연하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민주적 운영 체제임에도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경우'를 소개하네요? 

우리가 첫문장에서 잡은 그 당연함과 어긋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평가원 국어는 '문제'라고 논합니다. 


**'문제'를 어떻게 도출할까? -> 기존 서술의 방향, 당연한 방향에서 어긋나는 방향을 잡을 때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민주적 운영 체제 내에서 소수에게 권력 집중'이라는 내용을

 '문제'라고 판단한 뒤 다음 문장을 읽어나가야만 합니다. 계속 읽어보죠.


: 이러한 현상을 '과두제'라고 합니다. 방금 잡아냈던 '문제의식'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1문단에서 정의하는 정보와 개념은 꽉 잡은 채 넘어가야 합니다. 그 정보와 방향을 통해 글을 진행할테니까요.


 현재까지 제 머리 속에는 '과두제=민주적 운영 체제 내의 소수 권력 집중=문제 있음!'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과두제적 경영의 '문제'라는 방향에서 글을 읽고, 정보를 연결해 나갈 것입니다.


이는 정치 조직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이제 2문단을 보시죠.


[2문단]

모든 주주가 경영진을 이루어 상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며 의사 결정권도 균등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이를 ‘공동체적 경영’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기업에서 경영진은 모두 업무와 관련하여 전문성을 가지며, 경영 수익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은 주주들이 공동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성장하고 사업이 다양해지면, 소수의 의사 결정에 따른 수직적 경영으로 효율성을 지향하는 ‘과두제적 경영’으로 나아가는 일도 있다.


:이 문단을 읽고 '공동체적 경영'과 '과두제적 경영'을 비교/대조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그것을 틀렸다고 감히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같이 이해해봅시다.


'공동체적 경영'은 모든 주주가 상호 협력하여 의사 결정권도 '균등하게' 행사합니다. 


우리가 잡아둔 1문단의 방향에선 '소수에게 권력 집중', 즉 '균등하지 않은' 정보를 중시합니다. 

그렇지만 '공동체적 경영'은 그렇지 않죠? 즉 이미 잡아둔 문제의식에 직결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저의 사고 과정에서 '공동체적 경영'은 절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현장에서 이 정보는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반면 '과두제적 경영'은 어떤가요? 

기업 규모의 성장, 사업의 다양화로 인해 '소수의 의사 결정에 따른 수직적 경영, 효율성 지향'입니다.


우리가 1문단에서 잡은 그 내용,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그 문제와 직결됩니다.

따라서 저는 '과두제적 경영'만 머리에 남깁니다.


그리고! 과두제적 경영의 내용에 우리가 읽지 못했던 내용이 새로 추가된 것을 눈치채셨나요?


'효율성을 지향'한다는 내용은 1문단에서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정보가 맞습니다.


따라서 2문단까지를 읽은 뒤 제 머리 속에는

'과두제=민주적 운영 체제 내의 소수 권력 집중=문제 있음!' + '효율성 지향'

이 남겠습니다.  새로운 범주의 정보를 추가하는게 아니라, 기존 정보의 속성을 확장할 뿐입니다.



[3문단]

과두제적 경영은 소수의 경영자로 이루어진 경영진이 강한 결속력을 가지면서 실질적 권한과 정보를 독점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체제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경영진을 중심으로 안정적 경영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 기업 전략을 장기적으로 수립하고, 이에 맞춰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서 첨단 핵심 기술의 개발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기업과 경영진 간의 높은 일체성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효율적인 대처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첫 문장에선 우리가 이미 아는 내용을 조금 더 구체화해줍니다. 

소수의 경영자가 결속력을 바탕으로 '권한, 정보 독점'이죠?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네요.


이런 체제는 전문성,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 안정적 경영/장기적 전략 수립/과감하고 지속적 투자/첨단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강한 결속력으로 인한)높은 일체성은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 대처를 만들어줍니다.


무엇을 서술하고 있나요? 2문단에서 확보했던 '과두제적 경영'의 속성 중 '효율성 지향'에 대해 구체적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2문단 후의 머리 속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3문단을 통해

'2문단에 나온 효율성은 이런 거구나!'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분명히 '문제점'이라는 방향에서 이 글을 읽고 있지 않나요? 근데 3문단은 그 문제에 대해 정확히 직결되는 방향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3문단은 대주제에 직결되지 않는다!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판단해야만 합니다.)


때문에 저는 실전에서 이 문단을 읽을 때 큰 힘을 들이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4문단]

그런데 대체로 주주의 수가 많으면 개별 주주의 결정권은 약하고, 소수의 경영진이 기업을 장악하는 힘은 크다. 이를 이용하여 정보와 권한이 집중된 소수의 경영진이 사익에 치중하면 다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경영 성과를 실제보다 부풀려 투자를 유치한 뒤 주주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으며, 기업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들을 은폐하거나 경영 상황을 조작하여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의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된다. 


: 여전히 과두제적 경영이라는 큰 개념에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3문단 내용은 과두제적 경영이 객관적으로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서술했죠?


그런데! 4문단부터는 아닙니다.  주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개별 주주 결정권 약화', '소수 경영진 힘 증가'를 논합니다.

우리가 이미 확보해두었던 그 문제점, '소수에게 권력 집중'과 직결되네요? 

저는 여기서부터 굉장한 집중을 하며 정보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필자가 원하는 그 방향에 정확히 일치하니까요!


이를 통해 '정보와 권한이 집중된 소수가 사익 치중'하여 다수가 피해를 봅니다.

'경영 성과 부풀리기'나 '주요 정보 은폐', '경영 상황 조작'으로 또 피해를 줍니다. 


결국 1문단에서 꽉 잡았던 문제의 내용을 이제야 서술하고 있는 겁니다. 

많은 강사들이 1문단 독해를 매우 중시하죠? 그 이유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문단을 통해 명확한 방향이나 정보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2~4문단에서 방향에 따른 정보 초점을 두지 못합니다. 

서술된 모든 정보를 대비하고 정리하게 될 것인데, 이는 스스로 정보를 늘려가는 행위와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1문단을 통해 미리미리 글의 방향, 필자의 의도를 정립해놨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끝일까요?

'필자가 말해준 그 문제다! 집중하자!' 이 정도의 사고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평가원은 이제껏

 '문제'를 제시할 때 '문제의 원인과 양상'을 파악한 뒤, 이를 '해결'과 연결짓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문제의 원인/양상은 무엇인가요?


바로 소수 권력자가  '사익에 치중'하여 '정보, 권한 등을 독점/은폐/조작'하는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구체적 서술이 나올 때 이 내용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 정보를 어떻게 쓸지는...? 5문단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 : 

1)'과두제=민주적 운영 체제 내의 소수 권력 집중=문제 있음!' + '효율성 지향' 

2)'문제'의 원인과 양상 :  소수 권력자의 사익 치중, 정보 및 권한 독점/은폐/조작



[5문단]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경영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급여 이외의 경제적 이익을 동기로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 예를 들면, 일정 수량의 주식을 계약 시에 정한 가격으로 미래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톡옵션의 권리를 경영자에게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이 권리를 행사할지 말지는 자유이고, 경영자는 매수 시점을 유리하게 선택할 수 있다. 또 아직 우리 나라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의 주식 가치가 목표치 이상으로 올랐을 때 경영자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주식 평가 보상권의 방식도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읽은 문제를 완화, 즉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이때 방금 막 확보해둔 문제의 원인과 양상을 떠올리며 연결해보겠습니다.


일단 해결의 시스템을 읽어보니 

'경영자에게 급여 외 경제적 이익을 동기로 부여'합니다. 혹은 '목표치를 달성할 시 보상'을 줍니다.


이것을 문제의 양상과 어떻게 연결하냐구요?


이 문제는 '사익에 집중'한다는 한 속성을 가집니다. 

이기적 개인이 돈을 더 벌고 싶은거죠.


그렇다면...회사는 그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되겠네요? 

회사가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니까 사익에 집중하는 개인들이 잘못된, 적법하지 못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고, 반대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회사와 충돌할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매우 당연한 사고과정입니다.


왜냐? "이미 기출되었기 때문입니다."



(15학년도 6월 A형)

기업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보상에 비해 근로자가 더 많이 노력하기를 바라는 반면, 근로자는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 이처럼 기업과 근로자 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근로자가 받는 보상에 근로자의 노력이 반영되도 록 하는 약속이 인센티브 계약이다.


어떤가요? 이미 기출은 이 사고과정을 보여준 바가 있습니다.

 무려 10년 전 기출이에요. 그런데 기출분석을 3개년, 5개년만 하겠다? 


스스로 평가원이 던져주는 학습과정을 포기하게 되는 꼴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한 판단이죠.


기출 분석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사고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문을 익숙하게 푸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오래 전 기출이라고 방치하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이 부분의 결론은,

 '사익에 집중'한다는 문제의 속성과

 '사익 추구하는 자들을 위해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해결의 속성을 연결해 

정보를 납득하는 것에 있습니다.


따로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새롭게 서술된 해결의 내용 역시 매끄럽게 머리에 담을 수 있습니다. 


[6문단]

기업 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적 제도들은 과두제적 경영의 폐해를 방지하는 기능도 한다. 기업의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경영 공시 제도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진과 주주들 간 정보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기업의 이사회에 외부 인사를 이사로 참여시키도록 하는 사외 이사 제도는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견제함으로써 폐쇄적 경영으로 인한 정보와 권한의 집중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두제적 경영의 폐해(문제)를 방지하는 또다른 제도들을 설명합니다.

약간 특이점은 원래 의도가 그저 기업 경영의 건정성을 위한 것이라는거네요. 어쨌든!


간단히 요약해보니 '정보 제공 의무화를 통해 정보 격차 감소'와 '외부 인사 참여'

 정보, 권한의 소수 집중 억제'입니다.


이 두 가지 내용도 어떤가요?

문제의 한 속성인 '정보 은폐'와 그대로 연결되고, 

문제의 근본적인 시작이었던 '소수 권력 집중'과 그대로 연결됩니다.


마찬가지로 따로따로 보는게 아니라 한 번에 연결하여 해결 방식을 납득하는 것이죠.


이러한 새로운 정보의 납득이 바로 '이해'입니다.



최종적으로 머리에 남은 잔상을 살펴보겠습니다.


1)'과두제=민주적 운영 체제 내의 소수 권력 집중=문제 있음!' + '효율성 지향' 


2)'문제'의 원인과 양상 :  1.소수 권력자의 사익 치중, 

                                             2. 정보 및 권한 독점/은폐/조작


3)'해결'의 양상 : 1.사익 치중에 걸맞게 인센티브 제공. + 소수 권력을 못잡게 외부 인사 참여

                              2. 정보, 권한 독점/은폐/조작을 막기 위해 그 정보 제공을 의무화


커뮤니티에서 그읽그풀로 이해를 하는 자와 구조독해로 정보의 계열,범주 파악을 하는 자로 크게 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쪽 모두 각자의 맹점이 있습니다. 이를 잘 융합하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저는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속물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여러분들이 제 칼럼으로 큰 도움을 받아 저의 체급과 여러분의 체급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음주에도 독서 한 편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그리고 그 다음은 아마 문학이 되겠지요)

현재 모 학원에서 내신 대비를 병행하기에 내신 기간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정말 좋은 자료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꾸준히 올릴 테니 팔로우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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