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한 [881758]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5-01-06 13:20:57
조회수 2,120

[칼럼] 도약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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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우 약속대로 비문학 칼럼을 들고 왔습니다. 


올해 첫 칼럼이다 보니 상당히 가벼운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서론은 차치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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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독해'는 문장에 명시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문법적인 답안입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을 치를 때 혹은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글을 읽을 때 글자가 눈에서 튕겨 나가는 듯한 경험을 겪어본 독자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수차례 겪어보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도약 독해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므로 주의 깊게 읽기를 권장합니다.






하나의 문장은 단어로 나눌 수 있고, 단어는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어가 둘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한 단어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라는 네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한 단어는 '책'이라는 한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죠.






형태소는 뜻을 지닌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는 어휘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문법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함께 쓰여 그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나는 오늘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실질형태소는 ‘나, 오늘, 밥, 먹-’이고, 형식형태소는 ‘-는, -을, -었-, -다’입니다. 


형식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오늘’, ‘밥’은 표상이 되지만 ‘먹-’은 표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중간에 '표상하다'의 정의를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잠깐 끊겠습니다. '표상하다'는 '글이 담고 있는 것을 뇌 안에서 모델링하다'라는 뜻입니다. '글이 담고 있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 혹은 그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한 것을 말합니다. 오감을 통해 감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은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제가 검정 포르쉐를 타고 대치동에 있는 김밥천국에 도착해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가 가져다 준 맛있는 참치 김밥과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고 해봅시다. 직전 문장을 읽고 머릿속에서 모델링하셨다면 바로 이것이 직전 문장을 표상한 것입니다. 이때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에서 억척스러운이라는 요소와 매운 떡볶이에서 떡볶이라는 요소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억척스러운 떡볶이'라는 얼핏 보기에 말이 안 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하여,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 경험할 수 없는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는 것이죠.






비록 실질형태소 하나만으로도 표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문장을 원활히 독해할 때를 생각해 보면 문장을 형태소마다 끊으며 읽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장을 형태소 분석을 하면서 그 전체를 표상하려 한다면 잘 되지도 않고 매우 비효율적인 독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문장을 어떻게 독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문장을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실질형태소는 그 자체로 표상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질형태소마다 끊어가며 읽지 않죠. 


적절한 텍스트 단위란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독립적으로 표상이 가능한 적당한 텍스트 단위를 말합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가 너무 작아도 혹은 너무 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위가 너무 작으면 문장 자체를 조합했을 때 문장 초반부에 표상한 것을 잊어버려 조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단위가 너무 크면 대충 읽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단위 크기가 적절할까요? 


예를 들어, ‘일반 사용자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라는 문장을 독해해봅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이 정도가 적절합니다. 


‘일반 사용자가 /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단위의 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를 슥 읽고, 넘어가서 그다음 단위를 슥 읽고, 이러한 과정을 문장이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마지막엔 문장 전체를 조합하여 표상하는 것이 마치 도약하는 것 같아서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는 것을 ‘도약 독해’라고 명명했습니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이미 도약 독해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도약 독해를 의식적으로 연습하시길 권장드리고 이미 도약 독해를 체화했더라도 혹여나 긴장된 상황 속에서 글자가 튕겨져 나간다면 의식적으로 도약 독해하여 최악을 방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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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다룰 칼럼들은 모두 『독해분석』에 있는 내용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판매 페이지 혹은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독해분석』을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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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칼럼은 대망의 '물음표 띄우기'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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