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어 빈칸 푸는 당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0800323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오르비!
안녕하세요. 심리학 공부하고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맞춰 국어/영어 가르치는 퍼런입니다.
칼럼 쓰러 카페 왔더니 사장님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부하러 오냐고 하시네요.. ㅎㅎ
원서 쓰고 결과 받아보면서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아닌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특히 내년에 고3되는 친구들이 더 그럴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에 영어 푸는 친구들을 위해 짧게 적어보려고요.
사실 아래 문제는 고난도 문제는 아니라서, 상위권 학생들보다는 빈칸 문제를 많이 틀리는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거에요 :)
아래 내용 읽기 전에 아래 문제 읽어보시고 간단히 짚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설명 읽고 나서 지문 보면 확증 편향만 하게 되니깐요.
[문제] : 2022 고2 9월 33번
[독해 전략]
(1) 빈칸을 통해서 문제에서 물어보려고 하는 게 뭐지?
문제를 보면 우선 빈칸이 지문의 첫문장에 뚫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죠.
As well as making sense of events through narratives, historians in the ancient world established the tradition of history as a(n) [빈칸]
: 서사를 통해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대의 역사학자들은 [빈칸]으로서의 역사의 전통을 세웠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죠? 당연한겁니다. 글 전체를 요약하고 흐름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는 문장에
빈칸을 뚫어버렸으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저희가 주목할 부분은 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내가 읽을 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느낌과 무관하게 이후 문장들을 읽어가면서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구분해서 체크해두는 것입니다.
(2)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올 때 빈칸 문장을 놓치지 않기
A : 여러 역사적 저술들을 예시로 제공하면서 해당 역사적 저술들이 황제, 장군의 캐릭터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면서 우리가 따라야 할 또는 피해야 할 예시들을 제공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B : A와는 다른 예시를 통해 사람들이 고무되어서(inspired) 그러한 예시들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역사적 저술의 목적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선 이 정도로 A와 B라는 구체적 예시들을 통해 제시한 설명이 빈칸이 포함된 글 전체를 요약하는 문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는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선지로 한번 넘어가볼까요?
[문제풀이 전략]
(1) 전혀 관련없는 선지 우선 소거하기
우선 전혀 관련 없는 선지들부터 제거해볼게요.
5번 제거 : 글에 혁신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음
4번 제거 : 갈등 및 충돌 자체를 다루는 내용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음
3번 제거 : 전쟁이 소재로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폭력과 억압적인 측면과 관련하여 제시되어 있지 않음.
(2) 키워드가 조금은 겹치는 듯한 내용이 나오면
사실 빈칸을 잘 못푸는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 못합니다.
위에서 사실 내용을 잘 잡고 내려왔다면 정답 선지를 어려움 없이 바로 골라낼 수 있는데요, 빈칸에 들어갈 단어들이 적당히 지문에 있는 것 같다면 1,2번 선지를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2번 선지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위에서 A 내용만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얼핏 보면 황제와 장군들의 사례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 또 rise and fall도 적당히 뭔가 lessons에 해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까 A와 B로 구분한 내용들을 다시 읽어보면 B에는 황제들이 아닌 다른 예시를 통해 사람들이 고무되어서 따라야 할 예시들을 제공한다고 나와있죠?
그러니까 1번 선지의 moral lessons and reflections와 2번 선지의 rise and fall of가 비슷해서 헷갈린다고 생각해도 글 전체를 포괄하여 담아내야 하는 문장의 빈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글의 전체 내용을 record of the rise and fall of empires 로 국한할 이유가 없습니다.
글의 내용은 제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역사의 좀 더 추상적인 기능에 대해 다루고 있거든요.
단순히 말하면 A, B중에서 B는 2번 선지는 확실히 담아내지 못하는 거죠. 이렇게 소거하면 정답은 자연스레 1번이 됩니다.
처음부터 글의 내용들을 구조적으로 구분하고 들어간 학생들은 오히려 1번 선지를 바로 고르고 넘어갔을 거에요. 그런데 만약에 그렇지 하고 못하고 선지 판단에서 고민이 된다면
(1) 빈칸을 통해 문제에서 물어보려는 걸 놓치지는 않았는지
(2) (1)을 잘했더라도 독해를 쭉 해나가다가 흐름을 놓쳐버리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국어 비문학 칼럼에도 적었지만 저는 독해력 차이가 이러한 이해 방식을 적용하고 잘 점검하는지 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 학생한테 질문하고 생각없이 문자정보로만 처리하게 되는 부분들을 짚은 다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편입니다.
비문학 칼럼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 https://orbi.kr/00070728305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통해서 질문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추가적인 문의 있으면 쪽지 주셔도 좋고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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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70809190 수요 적으면 모집글 안올릴거에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수능 영어에 대해 진득하게 이야기 많이 나누셨나요?
더욱 갈망할 뿐입니다 ㅎㅎ
그 포만한에서 댓글들 읽었었는데 저도 추상적으로 작성한 글을 독해함에 있어서 중심 독해 방향을 잡고 각 선지별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내도록 하는 것 같아요.
국어 비문학도 칼럼 하나 적었는데 영어와 평가영역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마 고득점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당
동의합니다! 국어와 영어 사이에 많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글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선지 사이에 올바른 사고를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 선지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문해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저도 학생들을 맥락 다루기와 지문 이해의 초점에서 지도했었네요 ㅎㅎ
작성하신 칼럼들을 보니 역시 칼럼이라는 것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들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