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붙었지만 쌩재수 고민인 06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0749201
안녕하세요 06 남학생입니다. 주변에 마땅히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서 글 올립니다
내신은 2.2고요(이과)
올해 수시 6지망에 교과로 쓴 숭실대 하나만 붙고 나머진 광탈했습니다.
제가 저희 학교 내신 대비 좀 못 간 케이스에요.. 저보다 낮은 2점대중반 애들이 중앙대, 경희대, 건대, 동국대 등등 더 높은 대학 붙었습니다.
근데 제 성격상 저의 친구들, 저랑 가까운 애들과 나 자신을 비교했을 때 그 어떠한 사소한 부분이라도 제가 더 못 하거나, 더 못 난 것이 있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스스로한테 화가 나고 죄책감이 듭니다.. 대학 간판, 운동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눈 오래 뜨기, 숨 오래 참기 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조차도 제가 제일 잘하고 우수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애들한테 티는 전혀 내지 않습니다만 예 인간으로서는 최악이죠… 아무튼 그래서 제 자신한테 너무 화가나고 억울해서 반수를 하려고 했는데
염병 숭실대가 휴학이 2학년 때부터 되더군요
그래서 1년을 다니고 휴학해서 27수능 볼까, 등록을 포기하고 1월부터 재수를 시작할까 고민 중입니다.
제가 절제랑 인내하는 걸 조금 타고났기도 하고 학원이나 독재처럼 딱딱 할 거 정해주고 공부 시간표도 딱딱 정해주는 그런 압박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집이나 독서실에서 인강보고 혼자 계획 세우면서 상황에 맞게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더 잘 맞는 스타일입니다. 3년 내내 이런 식으로 해왔어요
25 수능 성적은 화미생지 42333 나왔는데요. 사실 최저 때문에 거의 수학이랑 생명만 공부 했는데 이 두 과목 마저도 솔직히 설렁설렁 했습니다. 2학기 때 푼 게 수학은 4점코드 n제 한 권이랑 , 생명은 실모 15개? 정도 풀었어요. 영어는 2년 전부터 유기했고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2~3이 떴으니까 1년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면 전과목 모두 1~2등급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탐런도 할 계획이고요.
근데 문제는 오르비나 유튜브 댓글을 보다보면 1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다수의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아 내가 노력한 것과는 별개로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1년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건 그 사람이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안 오를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쌩재수를 해서 26수능을 봤는데 숭실대도 못 가는 성적이 나온다면 수능 끝나고 한 달동안 폐인마냥 집구석에서 못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숭실대를 다니자니 제 드러운 성격상 그게 쉽사리 용납되지가 않네요… ㅠㅠ
사실 이 고민의 시작은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내신과 더불어 수능을 준비하면서는 특정 목표를 세워서 “이 정도 등급까지는 무조건 올려야지“라는 생각보단, 내 등급이 떨어지든 말든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 없이 야채처럼 공부를 정말 아무 생각없이 끄적끄적 해왔습니다.
하지만 재수는, 특히나 저처럼 합격한 대학을 내팽개치고 쌩재수를 하면 남은 10개월 안에 반드시 내가 정한 목표까지 실력을 올리고 그 결실을 맺어야한다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심한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계속 풀다보면 언젠간 실력이 늘겠지 뭐~“ 이랬다면, 이제는 ”이 문제에서 내가 얻어갈 것이 무엇이고, 어떤 사고를 해야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지금 이 문제를 푸는 과정과 노력이 수능을 잘 보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심장이 벌렁벌렁 콩닥콩닥하니 좀 두렵습니다…
재수를 하면 당연히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흐려지고 주변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해도 나 자신만 믿으면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 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현실을 깨닫고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평소에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요. 다시 읽어보니까 뭐 어쩌자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으실 것도 같지만 암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요즘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사실 저도 어떤 조언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동갑인 친구들도 좋고, n수를 하셨던 선배님들도 좋고, 저와 같은 고민을 겪었던 분들도 좋고, 자기 전에 스크롤 내리며 가볍게 들르신 지나가던 분들도 한 마디씩 달아주시고 가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조언도 좋고 악플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작년 12월보다 3
딱 4000만원이 없어졌네 인생..
-
진짜 한의대 0
가보고싶다 하;;;
-
시대기출은 수학이랑 과탐원과목만 발간된 건가요?
-
아아 그립읍니다
-
하..
-
??
-
밸런스 게임 0
맞팔 vs 팔취
-
1. 지들이 한다한 의료개혁 벌집만 쑤셔놓고 얼렁뚱땅하고 연금받으러 도망가게 생김...
-
달달 떨면서 밖에서 안 마셔도 돼요
-
피적분함수가 연속이라 부등호있으면 항상 같다고 놓고 풀어도 된다는데 맞나요
-
영어 5등급이고 션티T 수강하려고 하는데요 어법 책도 사야될까요 3
처음 시작할때 부터 어법 강의 같이 듣는게 좋나요? 아니면 3등급 이상부터 들으면...
-
취업 ㅇㄷ가더잘하냐
-
이거 몇 월부터 볼 수 있나요??ㅠㅠ
-
한양대 의대생이 나도 한의대생입니다 이러고 만나면됨
-
트럼프를 죽이고 싶다 10
내 4000만원 물어내 ㅅㅂ
-
사실 13프로라 어차피 못 씀
-
札幌、旭川、函館、小樽 15
大好き( ≧∀≦)ノ 卒業後、北海道一周をしてみたいものだ。
-
사기꾼 인강강사 김범준 59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해봐도 사기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거 같음. 상식적으로...
-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림이 24시간이 넘을 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쳐서 제 머릿속을...
-
진심 인생 0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시발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
[국어] 공부할 때 해야 할 생각과 실전에서 해야 할 생각은 다릅니다. 0
모든 공부방법은 의견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독해력과 감상력이 부족한 분들은...
-
강의 어딧는지 아는 사람 ㅠ 제발
-
진짜 하.. 2
켄드릭 슈퍼볼 보고 올테니까 양전 해놔라
-
념글치트키 6
미장 보고 트럼프가 싫어졌으면 7ㅐ추눌러줘:)
-
나만그랬음? BIS가 난이도 원탑인거같은데
-
작수 세지3이엿는데 작수다시풀라니까 다시봐도 난이도에비해 등급컷이말이안됨
-
미분 적분 공부하느냐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좀 찡하더라
-
글 줄이겠습니다 7
이 닉네임으로는 안될거 같습니다...
-
공부잘하는 애는 대부분 주변에 친구가 많고 공부못하면 걍 벌레취급받던데
-
어떡하지
-
분명 전 슬픔도 마음의 안정이 깨진상태니 내적갈등이라고 배웠는데 해설엔 단지...
-
계좌중에서 2
코카콜라 버크셔만 빨간불인거 실화냐
-
아오 내 4마넌 7
-75퍼가 맞는 숫자냐
-
맨날 놀러다니고 가오잡는애들도 야자도 하고 열심히 살던데
-
얼버잠 0
내일 1교시부터 있기도 하고 오늘 뭐 하기에 집중도 안되네 ㅇㅂㅈ
-
내 돈!!!!!!!!
-
유일하기 반응하며 읽기가 자연스럽게 됨
-
학교에 조별과제가 ㅈㄴ 많은데 나만 빼고 모범생 수시파이터라서 눈치보이니까...
-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사건의 효과 평가' 지문(a.k.a 이중차분법) 첫...
-
어떤문제집인거임?
-
시발 내 계좌가 ㅠㅠ
-
김범준 올림? 2
대성 아니라 모름 ㅇㅇ 알려주쇼
-
쫄깃 2
잘자요오르비
-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
[단독] 尹 측 "탄핵안 통과 후 지지율 상승" 헌재에 계엄 정당성 강조 5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참고자료로 12·3 불법계엄 이후 윤...
-
와 얘 뱃살 4
개탱탱하고쫄깃해보임
-
삿포로에서 살고싶다 11
내 원대한 꿈 무조건 이룰거야
-
과학 지문은 진짜 재미 없네 대체 왜지?
붙여두는 거 추천합니다
재수해서 안될 경우도 생각하셔야함
낮긴하겠지만 분명 존재하니까요
수영탐은 잘 하실 거 같은데
국어 올릴 자신 있으신가요?
국어가 재수생의 늪입니다
1년동안 공부를 해도 안오르는건 열심히 했다는 착각이 아닐까? -> 일반적으로 맞는 말임
그렇다면 나는 착각에 빠지지 않고 뼈빠지게 공부할 수 있는가? -> 고민해봐야함
재수 절대 비추합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잘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봤지만
이 생각을 수긍하는게 글쓴이님과 같은 성향의 분들께 가장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있어서요.
세상은 성과로 판단하지 나의 감정,이상 따위는 의미가 없음을 잘 아실겁니다.
이런 성향,생각을 가진분들이 장수생이 되기 매우 적합한 케이스 입니다.
학벌로 나를 증명하려는 욕망은 보내주고 찬란한 스무살을 시작하는게 어떨까요? 진심 가득 조언드립니다..
그럼에도 학벌을 높이고 싶다면 무휴학 반수를 추천드립니다. 생재수? 하지마세요. 반수? 하지마세요.
공부 시간이 많으면 성적 더 올릴텐데? 아닙니다.
부모에게도 알리지말고 자신만 알고 지금부터 공부하세요.
단 대학생활은 절대 티내지말고 성실히 보내셔야합니다. 학점? 챙기세요. 동기? 억지로 배척하지 마세요.
진심이 통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청춘을 응원할게요:)
차라리 무휴반을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