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wing [72210] · MS 2004 · 쪽지

2015-12-08 10:00:22
조회수 2,906

의대 선택에서,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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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빅5 의대 갈 정도 점수를 받지 않는다면,

결국 비슷비슷한 의대 속에서 고민하기 마련입니다.

의대를 고를 때 여러 요인을 찾아봐야겠지만,

이건 나에겐 중요할 수 있지만 저건 나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집에서 등하교 가능

집에서 학교 다닐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축복입니다.

일단 혼자 살면 식사부터 해결하는 게 막막하고, 추가적인 생활비가 듭니다.

(생활비 직접 버는게 아니라면, 그 생활비 결국 부모님이 부담하시는 겁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면 정말 좋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20년 가까이 산 고향이 지겹거나

서울 생활이 동경되어서 훌쩍 떠날 수도 있습니다.


2. 서울 생활 & 캠퍼스 라이프

서울에 있는 의대는 두가지 다를, 지거국 정도 되면 캠퍼스 라이프 정도는 즐길 수 있습니다.

상당수 지방 의대는 학교 전체의 규모도 작을 뿐더러, 의대와 타 학과 간의 격차가 커서

제대로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 살 수 있고,

고등학교 때 동경한 대학생활해 보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지만 6년 후 졸업할 때 성적표를 보면서 어느 병원에 지원할 지 고민할 때

결국 별로 남은 게 없는 그깟 서울 생활과 캠퍼스 라이프가 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3. 많은 전공의 TO 
 
병원이 크고 전공의 TO가 많다면 졸업할 때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남들은 TO가 적거나 지방에만 병원이 있어서 자의반 타의반 모교를 떠날 때,

수도권에 위치한 모교 병원을 남든 성적이 좋아서 더 큰 병원을 가든

고를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그렇지만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한 채 20대를 보내고

다시 인턴-레지던트 5년 간 고생할 생각을 하면 우울해 질 수 있습니다.


4. 장학금과 싼 등록금

의대 등록금은 6년 동안 대략 5~6천만원은 듭니다.

이거 여러분이 내는 돈이 아니라면, 결국 부모님 노후 자금에서 등골 빼 먹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액 장학금을 내주거나 등록금이 싼 국립대학은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지만 의대 등록금 정도는 충분히 감당해 줄 수 있는 집안도 있고,

장학금 많이 주는 곳은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성적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 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를 가면 서울 생활도 포기해야 하고, 전공의 TO도 적고,

모교에서 수련 받으려면 10년 넘게 지방에 살아야 하니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봉직의나 개원의로 성공한다면, 내가 그 때 그 장학금 받기 위해

왜 다른 걸 포기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5. 오래된 전통과 많은 동문 수

전통이 오래되고 동문이 많은 학교에서 나오면 이래저래 도움 받을 일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병원에서 수련 받을 지, 어느 전공에 남을 지, 수련 후 봉직하거나 개원할 때

동문 네트워크가 강하면 이런 저런 정보를 얻고 도움을 주고 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어야 도움이 되는거지,

그게 직접 나를 먹여살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벗어나면 대부분 영향력이 많이 약해지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간다면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20년 열심히 공부만 했을 텐데,

내 점수가 고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지 않는 이상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고 내가 선택하는 경험을 해 보세요.

물론 들어가기 전 정보는 최대한 많이 모으세요.

인터넷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지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서울 버리고 지방 가서 살 수 있을까?

주말에 컴퓨터만 하지 말고 내가 쓰려고 하는 지방의대 캠퍼스라도 가서 보고 오세요.

뭔가 느껴지는 게 있을 겁니다.

저에게 물어봐도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답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본인이 하는 겁니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게 나에겐 중요하고, 그 반대일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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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MLT6 · 466012 · 15/12/08 11:46 · MS 2013

    저 하나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정원 TO가 적은데 입학 정원 자체가 적어서 TO 비율이 88%인 학교는 어떤 점에서 애로사항이나 강점이 있을까요?

  • nicewing · 72210 · 15/12/08 12:00 · MS 2004

    대충 어느 학교인지 알겠네요.

    일단 그 경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졸업생을 고려하면 모교병원에서 수련 받기 부족함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절대적인 TO가 적은 경우에는 여러 변수에 부딪힐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현재 인기마이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는 TO를 줄이면서 TO 1명인 병원은 돌아가면서 TO를 자르고 있습니다. 즉 내가 인턴하는 해에만 피부과나 성형외과 TO가 없을 수 있습니다.

    2. 3명 뽑는 곳에 3명이 지원했는데 누군가 한명 맘이 바껴서 지원을 하면 1.3:1 지원율이 되겠죠. 그런데 1명 뽑는 곳에 1명이 지원했는데 한명이 더 지원하면 갑자기 2:1이 되버립니다. 아니면 소위 '낙하산'이 날아올 때 2명인 곳과 1명인 곳의 파급효과가 완전히 다르죠.

    3. 인원을 적게 뽑는 곳일수록 소위 '어레인지'라는 것을 많이 시행합니다. 원서접수 전 미리 내정자를 뽑는 건데,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여성은 다소 불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원을 많이 뽑을수록 어레인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험으로 뽑게 됩니다.

    한마디로 절대적인 TO가 많을수록 외부 변수 영향을 적게 받고, 적을수록 크게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 k7al8en2vR3Um · 613510 · 15/12/08 18:54 · MS 2015

    전공의 인원을 많이뽑는다는건 보통 몇명이상정도를 말하시는건가요?

  • nicewing · 72210 · 15/12/14 01:07 · MS 2004

    과당 3,4명 이상은 뽑아야겠죠.

  • 훌리퇴치기간 · 533974 · 15/12/08 12:22 · MS 2014

    지방을 한번도 안가본 사람에게 직접 다녀와서 판단하라는 말은 좋은 말이에요.
    뭐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아요. 밥도 사먹어보고.

  • poka123 · 584758 · 15/12/08 14:29 · MS 2015

    의사 후배들을 위해 늘 유용한 정보 알려주시고 수고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 섬섬옥수 · 615855 · 15/12/08 15:16 · MS 2015

    오르비에 이런 선배들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 치이이킹 · 597480 · 15/12/13 22:43 · MS 2015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기초의학을 하면 본과를 마친 후에 인턴 레지던트 등을 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해 더 공부하게 되나요?? 그리고 연구소같은곳에 들어가나요? 또 지방의대에 가게되면 기초의학을 하기가 힘든가요??

  • nicewing · 72210 · 15/12/14 01:09 · MS 2004

    대학원 가고 군대도 연구원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 가고요. 하기 힘든 건 아닌데 정보 얻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보통 서울대 같이 기초교실이 큰 타교로 가야 할 테니까요.

  • 치이이킹 · 597480 · 15/12/14 01:23 · MS 2015

    감사합니다!!
    의대 졸업 후 공부하는 곳을 기초교실이라고 하신 것 맞나요? 그럼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이 있을까요?ㅠㅜ

  • 키엘 · 596341 · 15/12/17 00:30 · MS 2015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저는 진짜 돈을 많이벌어서
    돈걱정없이 살고싶어요
    그런데 저는 생물도 싫어하고
    의사라는 사명감도 못가질것같은데
    제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질수있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기위해 공대를가서 삼성에 취직하는게 낫나요?

  • UUCM30! · 465500 · 16/01/28 15:39 · MS 2013

    울산대,성균관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