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영어 0점 받고 연세대 간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0584664
어그로같죠?
진짭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저의 입시 과정을 좀 얘기해 볼게요
우선 저는 중학교 때 왕따였고,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를 안 하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고 있었어요
오빠는 서울국제고에서 현역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던 터라
저도 왠지 그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았고
그런 운명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뭘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한 고입이 잘될 리가 없었죠
그렇게 경쟁률이 1.7 정도로 무척 낮았음에도 불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중학교 바로 옆의 여고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한 학년 인원은 150명도 안 되는 데다
학종으로 연고대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런 학교였어요
한마디로. 내신 따기만 거지같은 ㅈ반고라는 거죠
여하튼
고입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고민해보면서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자아성찰을 엄청나게 하고 스스로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면서 공부했고
1학년 내신은 1.16 - 1.24로 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강박증이 심해졌어요
우울증, 불안장애도 심해졌고요
그치만 정신의 힘듦을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할까 두렵다는 또 하나의 강박 때문에
병원도 가지 못했습니다
2학년이 되고, 인원이 무척 적은 과탐 내신이 시작됐어요
화학은 1등급이 2명, 물리는 1,2등급이 각 1 명, 생명은 1등급이 4명이었어요
물리 공부에 아무리 매달려도, 지필고사 만점을 받아도
자꾸 수행평가에서 깎이면서
그 경쟁에서 뒤처지고 1,2학기 각 3,4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부도 효율이 격하게 떨어져갔고
가장 잘 하는 과목인 국어마저도 이 때 한 번만 2등급이 나왔었네요
가장 큰 문제였던 건,
영어 내신에서 자꾸만 2등급이 나오자 거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졌다는 거에요
1학기 기말고사가 정말 불불불 난이도로 출제되었고
타임어택도 상당했어요
그 때 타종 이후 서술형에 한 단어를 추가하려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어요
그렇게 0점 처리가 되었고, 5등급이 나왔고,
징계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교과 전형에 지원하지 못하는" 엄청난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징계 이력이 있으면 추천을 못 받기 때문)
이 이후 정신이 정말 악화되고, 피부를 뜯고 털을 뽑고 하루 2키로씩 얼음을 씹어먹는 등의 강박행동마저 시작되었어요
그렇게 몸이 상하게 되니 부모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시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 다녀도 2학기 내내 정신건강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결국 2학년 내신은 2.23 - 1.8x로 1학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었죠
2학년 겨울방학에는 그래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예술영화관에 다녔어요
거기가 저의 도피처이자 휴식공간이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그 동안 정신건강은 조금이나마 호전됐습니다
그러나 3학년이 되고 초반에도 여전히 제대로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이때 저를 걱정하신 담임선생님께서
논술 준비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논술을 쓰지는 않았고 논술 학원도 중간에 그만뒀지만,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많이 받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또, 3학년 초에 사설 컨설팅에서 서울대 의류학과와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추천받았어요
저는 평소 섬유나 직물에 관심이 많았고 화학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리고 인문, 사회 분야도 꽤나 좋아했죠
1학년 때 엄청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현황을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분석한 발표를 했다가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문과에 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1학년 때부터 가사를 해석하며 음악 듣기를 즐기고 2학년 부터는 예술영화와 비평의 세계에 빠지면서
예술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한 상태였죠
그런 저에게 의류학과는 정말 매력있는 선택지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3학년 1학기 내신은 1.75로 꽤 괜찮게 마무리했고 내신 총점은 1.62가 되었습니다
ㅈ반고이기 때문에 z점수는 형편없었지만요
덧붙이자면 생기부도 정말 열심히 썼다고 말씀드릴 순 있을 것 같아요
ㅈ반고라서인지 친구들은 대체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주제들로 발표를 했어요..
성적이 좋은 친구들까지도요
그 가운데 저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과목별 수업 내용에서 질문점을 찾아 생각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고 논문을 읽으며 답을 내거나
어떤 발명품을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국어나 영어, 한국사, 사회같은 분야도 억지로 진로와 엮기보다는 과목 자체에 집중해서 탐구활동을 했어요
여하튼 그 과정에서 생화학 등 화학 분야로 질문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겼고 그게 재밌어서 제가 화학을 좋아한다는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제가 다 제각각이라 과목별 학업역량은 뛰어나도 진로역량이 막 강조된 생기부는 아니기도 했어서
3학년 때는 의류, 고분자 분야에 대한 내용과 질문을 통한 탐구를 섞어서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기부를 쓰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도 없고 이게 맞나 싶고 많이 불안하기는 했어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누가 확언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특목고 친구들에겐 밀릴 거라는 부정적 확신(?)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되었죠
저희 고등학교 최초로 연세대를 학종으로 뚫었고
심지어는 최초합에다
전체 선발인원의 3% 이내에게 준다는 특별장학금까지 받게 되었어요
불가피하게 6학종을 썼고
3학년까지도 정신건강이 나빠서인지 (연대 붙은 요 며칠에서야 좀 살 것 같아요. 수능 끝나고도 일주일에 서너번씩 악몽을 꿨습니다) 정시 성적도 안 좋았기에
되게 불안하고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끝까지 버티고
최저도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더니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달콤한 결과가 찾아왔네요
뭐...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요
오르비에 중학생 분들도 꽤 계신 걸로 알아요
메디컬이나 서울대생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면 주제넘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분들께는 특목고 떨어지고 ㅈ반고 가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살아날 길은 충분히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오르비에서 내신 망한 것 같다고 수시 버리고 정시 갈까 또는 자퇴할까 고민하시는 분도 많던데
저만큼(영어 영점처리, 1학년—> 2학년 1학기 거진 1점이 떨어짐) 떨어지셨나요ㅋㅋㅋ
적어도 교과 못 쓰는 벌까지 받진 않으셨을 거 아녜요
그러니 수시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아무리 ㅈ반고여도,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자기가 최초의 학종 진학생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네요
긴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다들 원하는 결과 얻으시기를 바라요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반갑습니다 어느덧 방학이 싹다 지나가버리고 벌써 개학, 개강이네요 거두절미하고...
-
주장님이 용혁이랑 못하겠다고 단우보고 올라오라고 하셨음 ㅇㅇ
-
노베 전문 강사가 영어 학습 질문 받아드립니다. + 소신발언 11
안녕하세요. 저는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겸, 문법&구문독해 지도 전문 강사...
-
아시는분 있나요? 그냥 상상베오베 5회분 살까
-
작년에도 생윤윤사 했었는데 림잇부터 다시 들을까하고 오티 들어갔더니 작년에 들었던...
-
현역정시 선생님들께 편지로 자습 양해구해볼까요?.. 5
오늘 학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빡빡하게 수업하시고 심지어 수능때 안 치는 과목이...
-
문학은 심T 풀커리 타고 있고, 독서는 수학이 급해서 인강을 들을지 안 들을지...
-
구마든 금재든 KT정상화좀 제발...
-
평가원 모고 풀면 88-92에서 멈춰서 더 이상 안 올라가는데 그냥 내 머리가...
-
반수할 생각 없었는데 막상 결과 보니까 좀 아쉬워서 반수하려고 4개월만에 수학 문제...
-
Sㅓ울대 Sㅓ울Sㅣ립대 S급보다 SS급이 더 좋은 건 상식 아님?
-
오늘 할 일 4
강의 ppt보고 공부 -> 수업 몬 소린지 하나도 몬알아들음 책 다운로드 공벡...
-
오랜만에 수능판이라 잘 모르는데 4,5 노베라 치면 박광일이랑 김승리랑 누가 더...
-
ㅈㄱㄴ
-
서울(시립)대 아니고
-
지구과학 공부 0
지구과학 기출만 n회독하면 수능에서 몇등급이 나올까요?
-
문학 한 지문 정도 암묵적으로 연계됩니다
-
개인적 사정으로 3모를 굉장히 잘쳐야하는데 연계 되는지 궁금하네요
-
독3사 자동차 증발? 생각해보니까 싫어할만하네
-
학점도 16학점임ㅋㅋㅋ 아 시립대..
-
여드름패치<<< 11
이거 진짜 도움되나요? 얼마나 붙여야 효과가 있는거지
-
반수생의 작수 성적 커뮤니티에서 정치얘기로 하는 키배(상대 설득 성공하면 뭐가...
-
기존 의사 의대생 입장에서는 정원 줄어서 좋고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본보기, 분풀이용으로 딱 좋노
-
과탐러기준 or 시립대 과탐,성대 사탐일때 비교해주셔도 ㄱㅅ합니다
-
일본왔어요 6
으하하
-
금요일 저녁에 주로 활동하는 동아리 하나 ㅈㄴ 들어가고싶네요 본가까지 편도 3시간...
-
엉덩이 싸움 인내심 싸움인거 같네요.. 버티는거조차 만만치않은 재수인거같습니다 입시...
-
저메추좀
-
물2러분들 2
물리1 1단원 역학과 에너지 파트만 하고 물리2 1단원 운동과 에너지 이해...
-
독해하는 과정에서 날개들이 있는데 거기서 보기 제외 내용 물어보는 문제들 다 나옴...
-
노베라서 그런지 4
수학 3시간 넘어가면 뇌가 아예 고장나는 느낌인데 그거 무시하고 억지로라도 하는게...
-
계층/계급까지는 다 풀었는데 (계층 이동 문제 전) 엠스킬 듣고 나서 남은 기출 풀까요?
-
유명한 킬러 2411 2011 1809 1711 다 원트에 풀었는데 삐에로 문제 못풀겠음...
-
재수성공기준 5
중경시이 높공에서 재수한다치면 어느정도 대학을 가야 재수성공일까요??
-
https://orbi.kr/00072324889 이거보고 한번 적어봄 ㅋㅋ 다루는...
-
영어원서 1
이게뭐야
-
다 하나 같이 친구하기 싫게 생긴 애들밖에 없었음.. 제 얘긴 아님..
-
ㅋㅋㅋㅋㅋㅋ
-
1순위: 북한 북부(함경북도, 양강도),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지안현 백두산...
-
어떻게 되려는거지 진짜
-
세젤쉬 하고 있는데 개념원리 병행하면서 풀려고 함 근데 개념원리 하지 말고 쎈 바로...
-
문학 질문ㅠㅠ 3
저 중략부분 줄거리를 참고했을때 승상=양소유=성진=양장원=상공, 호승=사부 이렇게...
-
잘부탁드립니다
-
ㅇㅇ 너무 잠온다 살려줘요
-
윽
-
4개월정도 휴릅할게요 17
오늘 개학날이었죠? 다들 어떠셨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제...
-
재수 ㅁㅌㅊ 2
현역 한국공학대, 수원대 재수 건동홍 교차
-
굿나잇 에브리원 2
굿
-
평가원 3등급대 수준이고 목표는 최소 2컷인 현역인데요,뉴런 수1은 완강했고 수2는...
부럽네요

과는 잘 맞으시나요저 25학번이에요 ㅋㅋㅋ 올해 수시 붙었습니다 !
ㅇㅇ 알아요 ㅋㅋ 의류 관심 있으신가 해서요
네 ㅎㅎ 좋아해요

대단하세요..와 진짜 멋지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캬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정도는 해야지 갈 자격이 있구나…. 대단하십니다
멋있으십니당!! 25학번에 멋쟁이들이 많군요!
정신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ㅠㅠ?
앉아는 있었는데 사실상 공부는 못 했죠..ㅋㅋ 그냥 집에 가서 쉰 때도 많았어요
저는 그냥 버티기만 한거라.. 좋은 답은 몰라요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슬프네요
ㅠㅠ 저도 교과를 못 쓰게 될 것 같은데 그럼 학종 챙기는 팁이라도 주실 수 있나요?
수업에서 배우고 이해한 내용을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거기서 궁금한 점이나 떠오르는 가설을 찾아서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게 있으면 꼬리를 물면서 더 깊이 들어가 보고요. 제 생기부 신념은 그랬던 것 같아요. 궁금한 점, 호기심, 그리고 탐구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또 이과시라면 국어 영어 사회 생기부에 억지로 진로 엮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그 과목 자체에서 흥미있던 부분을 더 알아가고 글쓰기, 말하기, 분석하기 능력을 보여주세요. 이러면 소위 말하는 "학업역량" 이 잘 강조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로 저는 이과지만 문과 과목 생기부는 그렇게 적었고, 그게 제 나름대로 융합적인 인재라는 어필이었어요.
멋있습니다!

우와 진짜 리스펙합니다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후배님 축하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