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베이커@EllenBaker [119595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11-18 12: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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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덕 칼럼] 걸밴드 애니 #2 - 봇치 더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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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애니메이션 <봇치 더 록!>베이스다. 언뜻 보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 눈에 안 띄일지 모르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독보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한번 빠지면 지독히 빠지게되는, 마약같은 작품이다.




<봇치더록>은 언뜻 <케이온>류의 작품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둘다 여고생 밴드 소재고, 4컷만화 원작이며, 밝은 분위기의 일상 개그물이기 때문에 <마이고>나 <걸밴크>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확실히 <케이온> 쪽에 가깝다. 그러나 <봇치더록>은 이전의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둠으로써 <케이온>의 아류가 아닌 ‘신세대 일상물'을 정립한 작품이 되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음악을 접근하는 자세에 있다. <케이온>에서 음악은 주연들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한 매개체 정도의 역할이라면, <봇치더록>에서 음악은 작품을 이끄는 핵심 소재이자 주인공의 성장과 직결되는 요소다. <봇치더록>은 나름 현실적인 인디밴드의 일상과 고충을 다루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삽입곡 역시 <케이온>보다 훨씬 본격적인 밴드 사운드의 음악이다. 라이브 장면에서는 다양한 구도와 조명 연출을 써서 힘을 준 티가 나고, 연주 작화와 사운드 디자인에서도 세심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애니를 걸'밴드'물이 아니라 '걸'밴드물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 작품의 매력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이 누가 뭐래도 주인공의 캐릭터성이기 때문이다.



고토 히토리는 <케이온>의 주인공인 히라사와 유이의 안티테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이는 언제나 과할 정도로 해맑고 낙천적이며 친화력 갑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지만, 히토리는 그 모든 면에서 극단적인 정반대다. 또한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처음 기타를 접하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재능을 드러낸 유이와는 달리, 히토리는 유명해지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수 년 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차이점이다.


이런 아웃사이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면 자칫 답답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봇치더록>은 이를 재치있는 연출을 통해 개그로 승화시킨다. 만화적 과장을 한껏 살려 표현한 주인공의 ‘오버 액션'은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고, 실사 영상과 3D 애니메이션, 점토 스톱모션을 끼워넣거나 주인공의 얼굴을 과감하게 변형시키는 등,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신선한 유머를 선보인다.

이렇듯 <봇치더록>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창의성이 빛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이 작품은 사실상 애니 입문작이기에, 특별히 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훗날 지금 이 시기를 돌이켜보았을 때 애틋한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있을 작품과 음악일 것 같다.





favorite character: 야마다 료



흔한 ‘쿨속성'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히토리 다음으로 개그의 비중이 높은 캐릭터다. 과묵한 모습과는 달리 넷 중에서 가장 진지함을 찾기 힘든 캐릭터이며, 허당 속성과 거지 근성이 캐릭터성을 한층 더한다. 그 와중에 본업은 밴드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favorite scene: 재가 된 봇치


니지카에 의해 강제로 자신의 이마를 노출당한 봇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이내 재가 되어버린다. 방안을 떠다니던 봇치의 재는 니지카와 키타의 호흡기에 들어가 긍정 대마왕이었던 둘을 ‘봇치화'시켜버린다. 봇치의 부모님은 바닥에 축 널브러진 아이들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며 무당을 불러야겠다고 말한다. 대체 어떤 약을 하면 이런 장면을 만드는 거냐.



favorite track: 청춘 콤플렉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이후 일본 노래에 꽂힌 건 사실상 이 곡이 처음이었기에, 나에겐 꽤 의미가 큰 곡이다. 질주하는 듯한 멜로디와 화려한 세션은 오프닝 곡으로서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파이팅 넘치지만 마냥 가볍거나 밝진 않고 왠지 모를 비장함이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도 작품의 특징을 잘 녹여낸 것 같다. 이외에도 ‘결속 밴드'의 앨범 수록곡 전체가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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