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되도록 수능 안 보겠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9989257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맞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르비에 올리는 성적표만큼 표현의 욕구로 흘러 넘치는 것도 없다.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수능을 보게 한다.
그는 자신의 수능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어렵고 진정하며 운명적인가를 설명하고 싶었다.
수능은 사람을 설득시키거나 매혹시키는 방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수능은 마지막 순간, 평가원스럽지 못하다.
세상의 모든 시험이 최후에 순간에는 처음에 품었던 소소한 의도를 배반하는 것처럼,
그 통제할 수 없는 출제자의 욕구가 수능의 현실적 목표를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수능에는 N수에 대한 배려가 들어있지 않다.
수능을 또 본다는 것은 결정적 정보나 주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N수에 대한 고백을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충만한 느낌.
형편없는 내신을 가지고 수시원서를 쓸때처럼,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 따위.
N수선언은 결국 2인칭을 경유하여 1인칭으로 돌아온다.
그의 들끓는 N수 고백의 언어들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왔다.
한동안 그는, n수의 여정을 오르비에 자주 썼다.
오르비언들은 그의 여정을 사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능을 보는 그'를 오르비언들이 사랑했다.
글 속에는 그가 찾아낸 자신의 수능을 위한 영혼이 있었다.
수능을 위한 '그'는 순수한 열정과 끝 모를 동경과 깊은 동경심을 가진 존재였다.
그도 역시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수능 속 1인칭 화자에 깊이 매료되었다.
하지만 너무 뻔해서 가혹했던 지리멸렬한 시간들 속에서
그는 수능 속 1인칭 화자를 잊어버렸다.
공부조차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다시 수능이 보고 싶었을때,
그는 이미 '수능 속의 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수능 속의 그'가 되는 것이 부끄러웠고, 자신의 비루함을 뼛속 깊이 실감했다.
그는 "N수의 여정"이라는 글을 쓰고 싶어하던 대신
자신속의 어떤 늙지 않는 영혼을, 그 순수한 인격을 외면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듣기를 바라는 모든 N수의 고백은, 위선이 아니면 위악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대학어디가나요 0
갈만한곳 있을까요..
-
수학은 막 강사 풀커리를 타도 다른 문제집 풀고 이러잖아요. 국어는 다른거 안하고...
-
나 손이 떨림 4
-
고논 잘본거 같은데 94에서 제발 1컷 멈춰줘요 ㅠㅠㅠ
-
과탐2개는 메디컬 지망생 아니고서야 이제 할 이유가 없겠죠 1
과탐2개 꼭 해야하는 경우가 상위권에서 또 있을까요...?
-
국어 풀때 한 문제 원 밖에까지 좀 넘게 체크해서 넘어간 부분만 살짝 수정테이프로...
-
아.
-
사수생이라고 해봤자 22살임.... 짱구에 나오는 오수형이 23살이고 생각보다 엄청...
-
사탐추천 0
이번 수능 망하고 재수할 생각인데 사탐 할 생각입니다 원래 과탐 했었는데 이건...
-
찾았다 잘하는게임
-
근데 국사 감점 4점이던데
-
메가 합격예측 진학사 지금 나한텐 ㅈㄴ 후하게 뜨는거같은데 제발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
약점이었던 파트나 석사시절 모드 빙의나 해볼까 붙으면 그거 과외로 써먹으면 되고...
-
다원에서 하나 받으려고 했는데 크럭스나 피오르 후기가 좋길래....근데 혹시 여기가...
-
진짜 시발검토할껄29번
-
그 사람 예측이 틀릴수도 잇음??
-
어? 5 7 8? 60도? 반지름길이 딸 넓이 깍 끗
-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좋은 금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제가 또 학교 자랑을...
-
N-1수때 잘보면됨 와쉽다 그쵸?
-
아니 수1수2 배우는 이유가 미적분 배우려고 배우는건데 슈1수2 배우고 갑자기 확통...
아씨미치겠네..ㅋㅋㅋ 이렇게보니 독해 너무 잘되는데
편지로 나타내고 싶었던 그와
수능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우리의 모습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네요...
고생했어요
후...
확통 출제진이 킬러를 27번에 배치하자 확통이들이 똥을 싸며 쓰러졌다
???
확통 킬러가 27번이라니 그게무슨말씀이시죠
내가 틀렸으니까 킬러임
헉...
수고하셨습니다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