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에서 시작 된 나의 재수, 그 시작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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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디데이의 앞자리가 1로 바뀌며 마음이 싱숭생숭 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재수 생활에 대한,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2021년 고1 시절로 돌아갑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여느 누구와 다름 없이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철이 덜 든 채로 고등학교 입학을 하게 된 저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인 수학 제외 대부분의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냥저냥 아무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1 첫 시험 수학 전교1등을 하였고, 나머지 과목은 4-5등급을 맞게 됩니다.
저는 이때 재미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마저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수학이란 과목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학원 숙제를 해가는 정도, 혹은 가끔 해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석차에 1등이라는 숫자를 보니 흥미가 더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었고 더욱 나태해졌습니다.
‘공부를 이정도만 해도 1등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요. (*참고로 저희학교는 평반고였습니다)
그 이후 고1 때는 전교 1등은 아니지만 수학 한정 10등 안에 전부 들면서 학교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저는 단지 재밌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역시나 아무생각 없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2가 되면서 공부량은 더욱 줄었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어버립니다.
성적표엔 수학 마저도 2등급을 뜬 것을 보며 ‘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보다 이제 내 머리가 재능의 한계구나 하며 단순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현실도피가 시작 됩니다.
매일 같이 학원에 가서 멍을 때리거나 잡생각을 하였고 결국 학원도 그만두게 되며 동시에 펜 대신 마우스를 잡게 됩니다.
게임 세계에 빠져 현실에서 계속 도망치며 정신은 피폐해져가고 밤까지 게임을 하다 자기 전엔 자책, 회의, 불안 등의 감정에 휩싸여 눈물로 밤을 지새며 어느덧 고3이 됩니다.
고3때는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를 걱정 하시는 부모님께서 “계속 그러고 지낼거야? 나중에는?” 이라고 물으시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대충 알바 인생 하면서 살면 되지.” 라며 저는 쌀쌀맞은 태도로 방을 들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의 전환점이 생긴 건
2년 내내 저를 다독여주시고 병원에도 데리고 가주시며 괜찮다며 믿고 응원 해주시던 엄마, 아빠
내 모든 걸 감싸 안아주고 잠시나마 웃게 해준 친구들 덕분에 다시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대망의 재수를 결정하게 된 날은 고3 수시원서를 쓰는 날, 그 날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정말 알바만 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은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 하는 거야 도망치는거야?’ 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 날 저녁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재수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립니다.
충동적이지만 진심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던 수학을 다시 해보고 싶었고, 옛날의 꿈인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졸업 이후 겨울방학 내내 나의 선택에 대해 생각 하고 고민 하며 괴롭기도 했지만, 기대도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말, 공부를 위한 패스, 교재 구매창에서 한참을 고민 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비롯 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정말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숨기 싫다는 생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며 정말 저의 재수 생활은 시작 되었습니다.
2월말부터 시작 된 공부, 저는 매일 오후 1시에 일어나던 수면패턴을 오전 7시 기상으로 맞추기 시작하며 주5일 도서관에 갑니다.
2년만에 잡는 펜이 어색하지만 설레기도 했습니다.
3월 첫 학력평가를 치러 보고, 전과는 많이 달라진 스스로의 수학 실력에 좌절하고, 속상했지만 포기 할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많이 힘들고 집중력도 부족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두달 간은 집 오는 길에 울며 집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공식 모의고사인
”6월 모의고사“ 가 다가옵니다.
그렇게 치른 모의고사 성적은 32355를 맞게 됩니다.
작년 수능성적인 75579에 비해선 많이 올랐지만 턱 없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나태함이 다시 돌아오려 해 저는 7월경 급히 독재 학원에 들어옵니다.
못 버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잘 버티며 매일 공부를 해나갔고, 대망의 “9월 모의고사”가 찾아옵니다.
그 날 코로나 증상이 시작 되어 열이 38.5도까지 올랐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21324라는 성적을 거둡니다.
9모가 엊그제 같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 D-19가 되었습니다.
한 번씩 합리화를 하고, 도망쳤던 자신을 비난 하지 마세요.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세요.
그리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나아갔다면 됐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통제하고 완벽 할 수는 없습니다. 후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거기에 잡아 먹히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1년간 다들 너무 수고 많으셨고 조금만 더 다같이 힘내봐요! 저 스스로에게도 수고 했다고, 노력 많이 했다고 해주고 싶어요 ㅎㅎ
누군가 보기엔 오버 같고 별 거 아닐 수 있겠지만, 저에겐 매우 큰 한 발자국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다들 수능 이후에 합격수기로 웃는 얼굴로 다시 뵐 수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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