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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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내 목소리 들리니?
여기야, 이쪽이야. 이제 내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니?
휴대폰을 보고 있는 거니?
학원이니 학교니, 아니면 도서관?
지하철을 타고 가니? 버스에 앉아 있니?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거니? 카페에 앉아 있니?
바다를 보고 있니? 산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니?
PC방에 있는 거니? 아, 집에 있는 거니?
올비야,
나를 도와줘! 아니, 우릴 도와줘!
난 문법 세계에서 왔단다.
지금 문법 세계가 위험에 처해 있어.
문법 세계가 뭐냐고?
뜬금없이 무슨 말을 건네는 거냐고?
문법 세계에는 여덟 나라가 있어.
난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소리의...'
아니, 난 음운 나라에서 왔단다.
음운 나라는 위대한 음운왕이 다스리는 나라야.
그분께서 날 특별히 지상계로 보내신 건데...
지상계는 또 뭐냐고?
우린 올비가 사는 이곳을 지상계라고 불러.
내가 사는 곳은 중간계라는 곳이고...
나도 솔직히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중요한 미션을 띠고 이곳에 왔지만,
오는 내내 어떻게 올비에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 이상 문법 세계가 평화롭지 않다는 점이고,
올비만이 이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사실이야.
현재 문법 세계엔 불신의 기운이 감돌고 있어.
스키마가 중간계에 들어왔다는 것 때문인데,
스키마는 아주 무시무시한 인물이야.
아주 오래 전 중간계를 사라지게 만들 뻔한 죄로 천상옥에 갇혀 있던 천상인이야.
그가 어떻게 천상옥에서 탈출한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가 중간계에 들어왔고,
더 무서운 사실은 여덟 나라의 왕 중 하나가 이미 스키마의 명령대로 움직인다는 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
우린 이런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알 수가 있어. 바늘귀들이 알려주거든.
지금 여덟 나라는 국경의 경계를 강화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우리 음운 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아.
올비야,
우리 음운 나라에 대해 들어볼래.
태초에 '소리의 신'께서 발음 기관의 몸을 빌려 두 아들을 낳았어.
한 분은 음성님이고, 다음 한 분은 음운님이셨지.
우리 음운 나라의 백성들은 두 분의 형제분들을 모두 사랑했단다.
음성님은 자연에서 즐기는 풍류가 너무 좋아 왕의 자리를 동생인 음운님에게 양보했어.
현명한 군주인 음운님에겐 두 왕비가 있는데,
한 분은 음소님이고, 또 한 분은 운소님이셔.
너무 아름다운 분들이시고,
두 번의 결혼식 때 음성님이 어찌나 큰 목소리로 축가를 부르던지
문법 세계가 모두 들썩일 정도였다나...
그런데 지금 그 음성님이 방음옥에 갇혀 있어.
우린 모두 슬퍼하고 있단다.
그분의 우렁찬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거지.
누군가 음성님을 부추겨서 음운왕을 몰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퍼져 버렸거든.
물론 그 누군가는 스키마일 수도 있고 그가 조종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어.
음운왕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군주시지.
우리는 그분의 판단을 아직은 믿고 있어.
음성님이 어떤 음모에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믿고 있거든.
그런데 그보다 문제는 둘째 왕비인 운소님의 첫째 아들,
'소리의 길이'님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이야.
아마 음성님 다음엔 우리 차례라고 생각을 했나 봐.
평소에 운소님에 대한 효심이 깊은 데다
'소리의 길이'님에게는 일자군과 이자군이라는 용맹한 호위병들이 있거든.
그들이 진을 펼치고 운소성에 머물며 어떤 출입도 다 막고 있는 실정이야.
올비야,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한 소릴 하고 있지? 날 도와줘.
올비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왜냐구? 예언이 있었거든.
삼국산 유사골에 일연이란 고승이 살아.
그분은 신기한 물건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아주 먼 옛날 '소리의 신'께서 내리신 선물이야.
이름이 '만파식적'이란 보물이야.
그런데 이게 얼마 전 세 번 울었어.
만파식적은 혼자서 소리를 낼 수 없을 뿐더러 아무나 불 수도 없어.
다만 오래된 예언서에 의하면,
"세 가지 신물에 이상이 생기면 이 세계가 위험에 처하리라."란 말이 있는데,
만파식적은 세 가지 신물 중 하나야.
특히 "만파식적이 혼자서 세 번 울면 위기가 시작됨이라."라고 알려져 있거든.
이 얘길 고승의 수제자인 김삿갓이란 분이 우리 음운왕에게 알려 줬어.
그분은 문법 세계를 다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법인 중의 하나시지.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소리의...'
아니, 음운왕께선 이 사실을 아시고 바로 화작문 동산의 예언자를 찾아가셨어.
그리고 무슨 예언을 들으신 것 같은데, 나도 자세히는 몰라.
나를 따라 문법 세계로 가서 음운왕을 만나 줘.
내가 아는 건 올비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뿐.
내가 문법 세계로 안내해 줄게.
올비야,
내 손을 잡아 줘.
그리고 우리 음운왕을 만나줘. 만나줄 거지.
아참 내 이름을 말 안 했네. 내 이름은... '미니아라'야.
올비야,
'미니아라'라고 내 이름을 불러봐 줄래?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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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진모르겠는데 손발사라짐
올비야, 반가워..
미니아라...
ㅁㄴㅇㄹ...
올비야, 비밀 지켜줄 거지...
안녕하세요. 돛대 선배님. 국신T, 신한종입니다.
지난 번, 뵙고 반가웠습니다.
언제 점심 한번 하시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국신 후배님, 저도 반가웠어요.
연락주세요.. 함께 식사해요...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