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킬 [1324123]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08-28 18:13:12
조회수 695

[칼럼] 문학 선지 판단의 기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9013498

수능 국어 문학을 잘 보기 위해서 학생들이 경계해야 할 만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 내가 깜짝 놀랄 만한 문학 개념어? 인물이 너무 많아 관계가 복잡한 고전소설? 아니면 내가 생판 모르는 고전시가 작품?  제가 생각했을 때 수능 문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학생 스스로의 해석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학생 스스로의 자의적인(근거가 없는) 해석입니다. 이게 고등학교 내신 공부의 폐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신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는 선생님(교과서)의 해석을 그대로 외워서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지만, 수능 국어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는 ‘사고력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기 때문에 오는 괴리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능 문학을 잘 풀기 위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 10분만 시간을 들여 아래 글을 읽어봅시다. 


0. 문학에서의 객관성이란


3년동안 국어 과외를 진행해왔고, 현재는 대치동에서 조그마한 학원에서 일대일 전문 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왜 많은 학생들이 문학을 어려워하는가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점들을 알게 되어 9평 전에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작성해봅니다. 학생들이 문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판단 근거를 잘 잡지 못해서 생깁니다. 따라서, 이를 잘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문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넌 국어 잘하냐?" 라는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21수능 때 국어 2등급을 맞고 전전긍긍하던 와중에 국어 공부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반수하면서 모든 국어 서바이벌 원점수 95 이상, 22수능 백분위 100 (원점수 94)을 받았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계속해서 국어 과외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 보여주면 재미 없으니까 인증은 다음 글에 씀 ㅋㅋ 

궁금하면 알람 설정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와서 수능 문학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수능 국어 문제 풀이를 위한 기본 전제는 객관적인 선지 판단 근거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 작년 기출을 통해 확인합시다. 일단 먼저 문제 풀고, 그 이후에 해설을 읽어보세용


 



 작년 6평 현대시 지문이고, 작년에 조교하면서 봤을 때도 꽤 많은 학생들이 ‘정답이 없다’ 라고 느낀 문제였습니다. (가)와 관련된 <보기>를 먼저 읽고, 지문 독해부터 해봅시다. 우린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를 알기 위해서 <보기>를 읽는 것이 아닙니다. 우린 그저 작품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기 위해 <보기>를 먼저 읽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상황들은 무엇일까요 ? 임이 부재하고 있고, 그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가) 작품을 독해해봅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의 해석을 개입하지 않고 문장 그대로 독해하는 것입니다. 

 


 > 내가 오랫동안 차가운 바위와 있어도 내 가슴은 뜨겁구나. 끝. 이 정도의 독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연을 볼까요 ? 

 

 > 내가 어두울 때 꽃송이에 피나는 입술로 뽀뽀하는구나. 그러다가 아침에 해뜨면 죽어가겠구나. 끝. 어떤가요? 쉽죠 ? 감이 잡혔을 거 같으니 잡소리 최대할 덜 하며 작품 독해 마무리 해봅시다. 

 

 

 > 내가 사랑하는 것을 잃고, 죽고(흰 뼈가 된다=죽는다 이 정도는 쉽죠 ?), 다시 개같이 부활할 때까지

 

 > 눈부신 해와 달의 모습, 임의 앞에서 나는 우는구나. (이런 거 보고 슬프다. 라고 판단할 사람들 없죠 ? 그냥 우는구나. 끝입니다.)

 

 >> 이때, 실제 나는 임을 만난건가요? 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 독해의 기본 베이스는 보기입니다. 보기에서 부재하는 임이라고 했기에 당연히 임을 만난 상황을 가정하고 쓴 것이겠죠. 계속 독해합시다. 

 

 >내 마음이 가난해서 임을 위해서 자랑과 선물을 지닐 수 없구나. (기본적인 설의법 독해입니다.)


> 의로운 사람들이 피를 흘렸구나. 거기에서 대나무가 자라서 이걸로 피리를 만들었구나. 이 아픈 가락의 흐느낌을, 사무침을 임이 들을까 ? (설의법 아니죠. 헷갈리지 맙시다.)


> 미워하는 것을 잊고라도, 붉은 마음이 타버리고, 이가 다시 재가 될 때까지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아마 임이겠죠?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고요. 우린 상황 판단만 합시다. 그래서 나는 웁니다. 


어떤가요, 현대시 독해 안 복잡하죠 ? 그래서 이 지문이 얘기하고 싶은 바가 뭐라고요 ?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해석따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냥 보기 그대로 부재하는 임을 기다리며 더 나은 상황에 대한 기대를 하는구나. 끝.


다시 선지 판단합시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선지 판단의 기본은 객관성입니다. 우리는 선지를 읽고 그 선지가 지문과 객관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은 선지를 읽고 그 선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판단 기준을 우리가 판단하는 것입니다. 말이 어렵다고요 ? 그렇지 않습니다. 2번 선지를 예시로 보죠. 


> 2번 선지에서 (가)와 관련된 부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판단 기준은 1. 화자가 꽃송이를 창백한 대상으로 바라보는지 입니다. 판단 기준이 하나밖에 없는 쉬운 문제죠? 이러한 부분은 ‘창백한 꽃송이’ 라는 구절만으로도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이런 게 아니죠. 그렇다면 난이도를 높여볼까요 ? 


> 1번 선지 : 판단기준은 1. 화자가 바라는 세상이 밝음을 회복한 세상인지 2. 그 세상이 해돋는 아침과 같이 어둠을 벗어난 것인지 입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학생들의 오독이 일어납니다. 어떤 오독이냐면 ‘화자가 바라는 세상이 해돋는 아침인가’를 판단하려 합니다. 하지만 선지를 제대로 독해만 해도 이 선지가 물어보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옳고 그름을 따져볼까요 ? 화자가 바라는 세상이 밝음을 회복한 세상이다 ? 보기를 통해서 당연히 맞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둠을 벗어난 해돋는 아침처럼 밝음인가? 당연하죠. (3살짜리 제 사촌동생도 알 거 같네요.) 이렇게 본다면 1번 선지는 전혀 어려운 선지가 아니죠.


> 4번 선지 : 판단기준은 1. 피마저 불어 넣는 것이 희생적 태도인가?입니다. 이런 선지로 고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군가가 피를 불어넣는 행위를 한다? 당연히 희생적입니다. 더 엄밀하게는 객관적으로 틀리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적절하지 않은 선지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틀리지 않은 선지에 대해 과하게 고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5번 선지 : 1. 붉은 마음을 바치는가 2. 이를 통해 부재하는 임을 기다리고 있는가 가 우리의 판단 근거입니다. 뒷부분은 보기를 통해서 당연히 맞죠? 그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앞부분을 판단할 때 ‘붉은 마음이 숯이 되는 날까지’라는 구절을 보고 객관적으로 틀리다고 볼 수 없겠네~ 와 같은 사고 과정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의 지문 독해와 선지 독해입니다. 어떤가요 ? 이제 속도를 붙여 33번 문제의 정답을 찾으러 가봅시다. (나) 작품 독해할게요. <보기>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봄과 같은 세계에 대상들이 있을 것이고, 이들과 함께 자유를 누리려고 하는 구나. 이때 대상들의 모습이 두드러지는구나. 끝입니다. 


이때 34번에 <보기>가 하나 더 있으니 힌트를 더 얻고 들어가봅시다. 별개의 문제에서 연결시켜도 되냐고요 ? 지문 객관적으로 독해할 건데, 힌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뭐. 이 보기에서는 (나)작품이 언어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다고 합니다. 언어 사용 > 대상 파악> 다시 구속> 벗어나려는 시도 > 자유를 향한 가능성. 끝. 쉽죠 ?  작품 읽읍시다.



> 1연입니다. 담벽, 라일락, 별, 우리 집 개 똥이 있구나. ‘내 언어 속에 서라’ 이런 구절 보고 어려워 하시면 안 됩니다. 그냥 내가 그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는구나. 끝. 이게 객관적인 상황 판단입니다. 다음 문장도 쉽습니다. 담벽이 내 언어 속에 있구나. 라일락도 그렇구나. 별도 반짝이는구나. 개똥이 구르는구나. 이들이 자유롭게 지내는구나. 그게 봄이구나. 끝입니다.


> 그렇기에 봄은 자유다. 꽃, 잎, 반짝이는 놈, 아지랑이 전부 자유롭게 있는구나. 그냥 그렇구나 ~ 하고 넘기면 되는 문장이죠 ? ㄷ 문장 신경 써서 읽읍시다. 실제로 봄이 꽃피는 지옥이 된건가요 ? 아니죠. 그냥 보기를 통해 기존의 언어 사용 방식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끝.(사실 이정도도 안 해도 됩니다. 설명해야 해서 좀 주절주절 써봤어요.) 그럼에도 봄은 자유를 만끽하는구나. 자유구나 ~

> 끝입니다. 쉽죠 ? 이제 선지 판단하러 다시 돌아가봅시다.


> 2번 선지 : 1. 대상들이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구르는지 2.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일단 첫번째는 그러한 부분이 있는지 보기만 하면 되니 당연히 맞는 선지죠. 두번째는 보기에 의해서 맞다고 판단하고 넘어갈 수 있겠네요. 


> 3번 선지 : 판단 기준은 1. 대상들 각각의 모습에 주목하는지 2. 그것이 개별성을 드러내고 있는지 입니다. 앞부분은 보기에 의해서 당연히 맞다고 판단할 수 있고, 각각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기에 당연히 그 개별성이 드러난다고 하는 부분과 연결시킬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의 선지 판단에서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니까 맞다. 가 아니라 지문 혹은 보기에서 그 선지를 충분히 맞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또한 그 구절로 연결되는 의미가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인지를 생각하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객관적 근거에 대해서 얘기하는 글이니 연결되는 의미는 다음 칼럼에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선지 판단합시다.


> 4번 선지 : 1. 대상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게 하는지 2. 이가 자유를 함께 누리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 두번째 부분은 보기에 의해서 당연히 맞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상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한다‘가 두 글자로 뭐죠? 자유입니다. 당연히 틀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5번 선지 : 1. 봄과 같은 세계를 대상들과 공유하려 하는지 2. 그것이 담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얘기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일단, 보기에 의해 봄과 같은 세계를 대상들과 공유하려 한다? 틀리다고 볼 순 없겠네요. 두번째 부분, 정말로 그것이 담벽 안에서 하려 하는가? 지문을 돌아가서 다시 체크해보니, 담벽 역시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었습니다. 단순 일치, 불일치로 5번 정답입니다. 


어떤가요, 이 문제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느껴지시나요 ? 그저 단순히 평가원 놈들의 농간에 넘어간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관되게 판단 근거를 잡고 이를 바탕으로 지문과 보기에서 힌트를 얻어 판단하면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 과정을 하는 것이 어렵다 느껴지는 것이지만, 연습과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좀 더 문학의 근본적인 부분을 접근해보려 합니다. 9평이 가기 전에 마무리 할 테니,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고요, 그 외에 궁금하신 부분들 있으면 편하게 연락 주세용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