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ARUSs [518458] · MS 2014 · 쪽지

2015-11-24 01:36:44
조회수 1,346

화2를 탐구 선택 과목으로 고려중인 사람들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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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시작하기 좀 전에 선택과목을 뭘 할지 고민하며 오르비를 떠돌던 기억이 나서, 수능이 끝난 지금, 일단 제 이야기를 써봐요.


작년 이맘때쯤, 저는 화2 과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 내신용이었죠. 그때는 화2를 수능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화학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뭐랄까, 다른 과목들은 이것 저것 암기해야 할 것이 많은데 화2는 그럴 필요도 없다랄까, 순전히 이해만으로 커버가 된다는 느낌. (그때 저는 화2 초반부 하고 있었습니다. 산화환원이라던가, 산염기라던가, 그런거 몰랐어요.:3)

변태같다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분자들과 에너지와 미시세계에 대한 그런 묘한 느낌과 이해를 갖는 것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어찌어찌 하다보니, 화2로 수능을 볼까 말까 하는 중에 강남대성기숙학원에 윈터캠프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선택 과목을 2개 고르라길래, 하나는 화2를 골랐고, 나머지 하나를 생1을 할까 지1을 할까 물1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과외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생1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건 중요하지 않지만.

아무튼, 진지하게 강대에서 상담을 받으며 탐구 과목을 무엇을 볼까 말을 하는데, 화2를 본다는 말에 돌아오는 담임선생님의 표정은,

'니따위가?'

그리고 그때 하셨던 말씀.

"서울대는 반수를 해서 가면 되고, 일단 화1을 보고 연고대를 가."



뭐, 오르비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반응은 비슷했죠.

"화2는 미친짓이다."



그렇게, 그냥 포기할까 생각하는 도중에 과외선생님께 마지막으로 조언을 구해봤습니다.

"화2는 미친짓이야. 근데, 웃긴건 그걸 선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재수생이셨던 선생님은, 현역때도 재수때도 화2를 보았고 모두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성적과 관계없이, 그게 재밌어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물2 응시생도, 화2 응시생도 존재하는거겠지. 화2를 선택해도 되는데, 그때 네가 연고대도 못가는 성적이 나오면 안되니까,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어찌되었건 좋아하는 길로 가게 되더군요, 그 길이 위험해도.



그리고 위험에 빠졌습니다 \(^ㅇ^)/

...썩 해피엔딩은 아닙니다만, 어찌되었건. 그래도 욕 안 먹을 만큼, 연고대는 충분히 갈 정도는 점수를 받았어요.

미친 짓임을 앎에도 화2를 "고려중" 으로 놓는다는 것은, 최소한 그 과목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도전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2도 마찬가지겠죠.


단순히, 서울대에 가고싶어서 "전략적 Ⅱ과목" 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화2와 물2는 영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저는 확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지2가 화2보다 외울 건 한 5.7배정도 많아보였지만 - 다른 과목들이 훨씬 나아보였거든요. 아, 5.7은 딱히 의미 없는 수에요. 정확해보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은 생깁니다.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사실" 만은 확실히 알고 가야죠.

화2는, 저같은 변태들이 몇천 명 모여서 보는 시험입니다. 물2를 보는 제 친구를 보면, 아마 물2도 그런 것 같아요. 그나마 생2와 지2는 정상인들이 보는 것 같지만... 아무튼, 제 친구의 예를 들자면 - 언수외 평균이 3등급이 나와도, 물2를 포기하지 않아요. 재밌다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싶으면 해야죠. 대신, 그만큼 노력해야 합니다. 최소한 "쟤는 화2 선택해서 망했어, 그러니까 말좀 듣지..." 하는 말은 듣지 않도록 말이에요. 화2를 선택했다면 선택한 만큼 노력하기만 하면 됩니다. 말은 쉽지, 그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책임지는 일.


두서없이 글을 써버렸네요... 아무튼 핵심만 요약할게요.

1. 과목이 어렵던 뭘 하던, 선택할 놈들은 선택한다.
2.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라.
3. 사람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로지 그 사람들을 압도시킬 만큼 성공해 네가 옳음을 입증하는 것 만이 방법이다.


4. 그래도, 하고싶으면 해야지!


물론 전 3에는 실패했지만... 모두 화이팅입니다.



p.s. 생명과학 꿀과목이더군요. 개념만 잘 잡으면 그냥 쓸... (은 유전亡.)
...아니, 다른 과목 다 그런가? 화2만 안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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