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얽매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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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냥님 글 보고, 그분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관점이긴한데
뭐랄까, 저는 공부든 인생이든 과거에 심각하게 얽매여 사는 거 같아요
수능 공부할 때는 모의고사나 여러 대비 시험 같은 거 보면 성적 보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 어떻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할지의 앞을 보기 보다는 지나간 문제에 미련을 가지고, 점수에 연연해서 감정적으로 토라지고. 이런 생활을 현역 때도, 서울대 들어갈 때도 버리지 못한 습관이었어요
지나간 것에서 필요한 것은 가지고, 잊어야 할 것은 빨리 지워야 하는데 수험 생활하다보면 주객전도 되는 일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문제 하나, 번호 하나 때문에 해야 할 공부건 인강이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시간낭비나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쉬운 문제에서 실수라도 터지면 타격이 컸습니다.
공부도 삶의 일부라고 해서, 인생도 마찬가지라 그러한 미련을 놓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예전에 좋아했다가 대차게 차여버린 사람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답니다. 사진으로 남아있어요. 거의 10년째. 저는 나이 들어서 늙었지만 사진은 늙지 않기에 변하지 않는 그 과거를 그리워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저는 스스로에게 미화가 안 되는 편이라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과거를 좀 더 냉혹하게 평가하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어 조언하면 안 되는 사람이 조언을 해봅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 같지는 않으니 적당히 보고 넘겨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 내용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시면 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 또한 아니기에
나의 과거에서 부족한 것, 모자란 것이 있으면 그것을 메우고, 보충하고, 단단하게 하는 작업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성장을 하기는 힘든 일이죠. 틀린 게 있으면 짚고 넘어가고, 몰랐던 내용이 있으면 채우고, 이러면서 70점, 80점, 88점, 92점... 능력과 난이도 운 상황하에 100점까지 가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이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모르고 틀린 건 창피하지 않습니다. 그걸 고치지 않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뻘줌하겠죠.
그러나 과거 상황에 너무 매몰되면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 그 무엇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2컷이라는 성적을 받았으면 2컷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잠시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2컷이라는 성적에 좌절해서, 아니면 흥분해서 공부가 안 되면 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애석하게도 타임머신이 있는게 아니기에,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하나의 힌트이자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계속 과거에만 있으면 그 과거는 날 붙잡게 됩니다. 잘못 붙잡힌 과거는 미화든 절망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줄 겁니다. 다행히 그게 잘 되어서 벗어날 수 있으면 행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점차 현재와 미래도 캄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난 어디에도 서기 힘들게 됩니다. 헛된 상상 망상, 정신적 폐해, 자X 등은 그렇게 서 있지 못하는 나의 극단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생각을 처음한 것은 코로나 직전(대학 1학년)에 아무도 없는 주말 당시 새삥에 가까운 단과대 건물이었습니다. 어느덧 5년이 지나고 낡아버린 상념이네요. 물론 삶은 놀랍도록 그대롭니다.
p.s. 방학인데 아직도 1학기 성적 확인을 안 했습니다. 시험 망친 과목 성적이 두려워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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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공공인재가 누백 9.0-9.2 인데 그럼 대충 각 과목별로 몇등급 받아야 안정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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