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w [1278562]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4-07-05 01: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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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생 현역 정시파이터의 2024 수능(1-중학교~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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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24수능 끝나고 제 입시 얘기를 풀어보고 싶어져서 회원가입을 했었는데,

회원가입 하고 나서 10일이 지나야 글을 쓸 수 있어서 회원가입만 해놓고 글 쓰는 걸 까먹고 있었네요 ㅎㅎ


평범한 대학 생활을 즐기다가 문득 갑자기 오르비에 제 입시 얘기 하려고 회원가입 해놓은 게 생각나서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 왔습니다 ㅋㅋ..


먼저 중학교 시절 저는 반에 한두 명 정도 있는, 그냥 머리 좀 좋은 편이고 성적도 중상위권 정도인 학생이었습니다.

운동도 못하는 몸치고 그나마 좀 했던 공부도 반에서 2~3등 정도지만 전교권에서 노는 아이들에게는 찍소리도 못했죠..ㅎ


진짜 딱 그 정도였던 게, 중3이 끝나고 나서 나왔던 저의 내신 점수는 200점 만점에 188.474였습니다.

그나마 자랑거리를 굳이 하나 뽑자면.. 장기 기억력이 좋았다는 것 정도..?


고등학교 원서를 쓸 시기가 다가오던 때, 주변 친구들은 내신 따기 빡센 대신 공부 분위기가 좋은 학교를 갈지, 아니면 분위기는 그냥저냥이지만 내신 따기 좋은 학교를 갈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수시는 답이 없다. 나처럼 불성실하고 해야 될 때가 되어서야 설렁설렁 하는 애는 정시가 딱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제 부모님께서는 거기에 더 얹어서 '너같은 게으른 남자애들은 고등학교 가면 빡세게 하는 여자애들한테 따인다. 최대한 남자가 많은 고등학교로 가라'라고 하셔서 그냥 내신 따기 빡센 학교를 갔습니다..ㅎ (주변에 남고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부터 벌써 전형적인 정시파이터의 마음가짐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ㅋㅋ


그러나 제가 간 고등학교는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습니다.

첫 번째로는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았구요(...),

두 번째로는 저는 그래도 '내가 중학교 때 그렇게 못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잘하는 편이었는데, 내신이 그렇게 못 나오진 않겠지?'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부터 내신이 3.3(...)이 나와버린 겁니다..ㅋ


저에게는 두 살 위로 혈육(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분은 공부를 좀 빡세게 열심히 하셔서 내신 1등급을 밥먹듯이 맞아오시는 분이라 저 또한 고등학교 내신을 공부해보지도 않고 자연스레 '아 1등급은 쉽구나.' 라는 생각이 장착되어 있어서 두 번째 이유는 특히나 그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ㅋㅋ


그래서 이때 부모님께 혈육과 비교당하느라 좀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제가 롤을 중2 때부터 시작해서 당시 매 시즌(1년)마다 3~400판 정도 했었는데, 롤을 할때마다 부모님께서 넌 공부도 네 누나보다 못하는 애가 뭘 자꾸 공부도 안하고 게임만 하냐고, 프로게이머가 될 것도 아니면서 공부 좀 하라고 하시는 통에 부모님과도 많이 말싸움을 했죠..ㅋㅋ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굉장히 좋아해서 c언어와 파이썬을 좀 다룰 줄 알고, 로봇 대회도 몇 번 나가본 경험이 있어서 제 진로는 스카이 공대 쪽이라고 부모님께 일찌감치 말씀드려놓은 상태였거든요.


다들 그런 얘기 들어보셨죠?

'얘들아

고등학교 가면 다들 1학년 때는 스카이를 바라봐.

그러다가 점점 목표가 낮춰지는 거지.

그게 너희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님은 항상 이 얘기를 제가 롤하러 들어갈 때마다 들먹이셨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굉장히 화가 났었지만 제 내신으로 스카이 공대는 어림도 없었기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6월, 학교에서 처음 본 전국 단위 모의고사에서 저는 올 1등급을 맞아왔습니다.(저희 학교 1,2학년은 6월과 11월 모의고사만 봤습니다.)

국어는 제가 예비 매3비를 사서 공부를 좀 했고, 수학은 원래 학원을 다녀서 선행이 좀 되어 있는 데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영어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께 좀 배운 전적이 있어서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있었던 7월의 기말고사에서도 약간의 찍맞+ 공부한 것만 나온 뽀록으로 1학기 종합 내신도 3.3에서 2.6으로 엄청나게 올려놨죠.


이 덕분에 부모님께 '그래도 내가 다른 평범한 정시파이터들처럼은 안 될 거야. 난 내신도 안 버릴 거고, 정시 성적도 애초에 실력으로 증명했잖아?'를 시전하면서 당당하게 롤을 하러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전 정시파이터의 마인드를 완전히 장착해 버렸습니다.

1학년 2학기때는 내신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시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하게 살았죠.

제가 1학년 여름방학과 1학년 2학기때 했던 정시 공부라고는 국어 예비 매3비, 매3문과 영어 자이스토리를 푼 것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중간고사에서 3.5라는 성적을 받고, 이후에 치룬 11월 모의고사에서도 국어가 2등급이 나온 데다, 입시에 대해 더 공부해 오신 부모님께는 '어차피 1학년 때 모의고사 잘 본거는 안 쳐준다며? 3학년이 되면 다 기본적으로 한두 등급씩은 내려간다는데?' 라는 말을 들으며 크게 혼났습니다.

게임 금지에 가까운 처벌을 받고 어찌저찌 1학년 2학기 종합 내신은 2.9까지 끌어올렸지만,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고1 수학까지만 선행을 했고, 그 당시 이사를 좀 다니면서 학원을 여러 번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매하게 선행해놓은 고1 수학을 까먹고 새로운 학원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고1이 되고 나서는 현행 수학을 따라가기에도 벅차서, 저는 고1이 끝나가도록 수1과 수2라고는 경험해 본 적 없었습니다.


고1에서 고2 넘어가는 겨울방학은 제가 인생에서 두 번째로 가장 열심히 공부해 본 시기였습니다.

수학 1 선행을 학원에서 빡세게 하고, 수학 2도 개념 선행을 학원에서 하고, 국어도 매3비와 매3문을 풀고, 영어도 계속 틀리는 어법 어휘 유형을 공부하고, 과탐도 학원을 등록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병적으로 딴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시험 볼 때도 딴생각을 할 정도로 공부에 집중을 잘 못하는데, 이 당시 하루 공부 시간이 7시간이 나올 정도로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원래는 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으면 공부를 3시간 정도 합니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저는 꼴에 이과라고 '지구과학이 뭔 과학이여' 하면서 과탐 선택을 물화생으로 했었는데,

친구들은 물리를 굉장히 힘들어하면서 '아 지구과학 할걸..', '아 문과 갈걸...' 이런 식의 소리들을 하며 물리를 유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리와 굉장히 잘 맞았고, 체육 시간에도 안 나가고 수특을 풀면서 시험 대비를 할 정도로 물리를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물리 정도는 1등급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본 2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


성적은.. 3문제를 틀리고 하나를 실수해 2등급 끝자락에 걸쳤습니다.

심지어 틀린 4문제 중 하나를 빼면 전부 다 실력으로 풀 수 있었는데 생각이 꼬여서 못 푼 것들이라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진짜 당시 너무너무 화나서 저는 친구들을 따라 물리를 유기해 버렸습니다(...).


2학년부터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수능 시험 범위가 되는 만큼 슬슬 수능 얘기가 많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내신을 버리는 정시파이터들도 속속들이 주변에서 나왔고요.

아이들끼리 모였다 하면 수능 선택과목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저 또한 그 아이들 중 하나였고, 수능 선택과목을 이때 정했죠.

국어는 언매의 장점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언매로, 수학은 도형에 자신 없고 이과여서 미적분으로, 과탐은 제가 물리는 유기했고, 지구과학 선택을 안 했는데 지구과학을 한다는 것은 당시의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 화생으로 결정했습니다.


2학년 6월 모의고사를 고1 11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성적을 맞아왔고, 내신도 제가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 과목이 많아져서(특이하게 저희 학교는 2학년때 확통까지 선택과목에 있어서 그걸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2.5까지 받았습니다.

물리에 미친 모습을 부모님께서는 제가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걸로 보셔서 제 이미지도 좋아졌고, 이대로 상승 곡선만 그리면 고대 낮공 정도는 학종으로 어떻게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희망찬 얘기를 했죠 ㅎㅎ


잔뜩 저를 구박했던 부모님께서도 이러시다 보니 저의 콧대는 이때 굉장히 올라가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생명과학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유전이나 준킬러 부분들을 풀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그 머리를 쥐어짜내는 듯한 감각을 좋아했고, 비유전 또한 내신을 대비하면서 완벽히 암기하고 나니 내 손바닥 보는 것처럼 모든 비유전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니 자신감이 막 넘쳤죠.

넘치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해 가장 최근에 치뤄졌던 고3 6월 모의고사 생1 과목만 따로 출력해서 풀어 보았습니다.

내신 대비만 했음에도 마킹 시간 제외하고 29분 내에 18문제를 풀어내고 유전 2문제 중 하나를 찍맞해서 47점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와 비슷한 내신이 나오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수능 애기가 나올 때 어차피 너희들은 수능 가면 나한테 발린다고 생각하면서 은근히 속으로 무시하고 다녔고, 공부량도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과 과학만 조금 하고 싫어하는 국어와 영어는 거의 손대지도 않았습니다.

수학 2와 화학, 생명과학만 조금 손대고 2학년 2학기를 맞이한 저는, 아직까지 방심하고 있었죠.


내신도 뜬금없이 수능으로는 선택하지도 않을 확통과 물1을 1등급을 맞아버리면서 2학년 2학기 10월 무렵 저는 '내신까지 좋은 정시파이터가 어딨어. 이대로만 가면 고대 학종은 무조건 붙고 정시로 서울대 공대도 뚫는 거 아니야?' 라는 바보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노력은 거의 하지도 않은 채로 1학년 시절의 일일 순공 3시간 딴생각빌런으로 되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11월, 수능 시즌 때 터졌습니다.

전 제가 고2때 치뤄졌던 2023 수능을 집에서 출력해서 보았습니다.

국어는 아직 문법 공부를 하나도 안 했고 문법을 모르는 상태였기에 화작을 선택해서 90점(3등급)을 맞았고,

수학 역시 미적분은 선행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어서 내신으로 한 확통을 선택해서 14번과 22번, 30번을 틀려서 88점(1등급 컷),

영어는 딱 90점, 한국사 1등급에 화학 44 생명 45라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고2가 본 것 치곤 굉장히 잘 본 편이었죠.

저는 모의고사를 집에서 혼자 본 것과 실전에서 응시했을 때 점수 차이가 전혀 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점수를 제가 직접 수능장에 가서 맞아온 점수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뭐가 문제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때 목표를 공대에서 약대로 바꿔 버렸습니다.

자기가 직접 할 일을 찾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컴퓨터 계열과는 달리, 럭키 편돌이라고 불리는 약사가 제 타입에 딱 맞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직후에 본 고2 11월 모의고사를 개망쳐 버렸습니다(...).

국어는 처음으로 시간 부족 이슈가 생긴 데다가 푼 문제들의 오답률도 올라갔고,

수학은 20번과 21번 객관식을 찍맞했고,

영어 89는 실력으로 나온 거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과탐도 고3 문제들을 풀고 공부하면서 나름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수를 해버리는 바람에 과탐만은 만점을 받아오겠다는 저의 호언장담마저 무너졌습니다.


높아진 목표와 낮아진 성적을 본 부모님께서는 약대 입결을 알아보셨고 저는 다시 못난 아들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전 그때까지 언매와 미적분 선행을 하나도 해놓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시기가 되면 주변 친구들은 다들 언매와 미적분 정도는 선행을 한번씩 하고 오는데, 음운의 뜻도 모르고 수열의 극한부터 막막한 상태였던 저는 거의 매일같이 부모님의 걱정을 들었습니다.


겨울방학 때는 언매황인 저희 혈육(22수능 언매 66/24)에게 매일같이 언매 과외를 받았고, 미적분은 학원에서 개념+기출을 한 바퀴 돌렸습니다. 언매와 미적분만으로도 버거웠는데, 과탐 공부까지 들어와버리니..

고2에서 고3 넘어가는 겨울방학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3이 되고 나서 본 첫 모의고사!

항상 저를 괴롭혔던 국어와 영어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봤는데.. 그 결과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넘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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