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MeShowHowIDo [375008] · MS 2011 · 쪽지

2015-11-15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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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문학] N수생이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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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수형이 놓고 나간 책을 읽고 있었다그것은 『18시간 공부법』이라는 책이었다. 최저를 맞춘 영희는 온종일 앞에 앉아 논술 특강을 듣고 있었다. ‘대치동에서 온 강사였다. 최저를 못 맞췄지만 경험삼아 논술을 보기 위해 논술 교재를 사러 갈 때, 영희가 따라왔었다쓸 만한 교재가 있었다그런데영희가 가장 아래에 있는 교재를 꺼내는 것이었다영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교재를 펼쳤다긴 머리에 반쯤 가려진 옆얼굴이 아주 예뻤다영희가 고른 교재는 최저를 맞춘 영희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나는 먼저 골랐던 교재를 살 수 없었다좀더 싼 것으로 바꾸면서 영희가 든 교재를 가리켰다그 교재는 너덜해지고, 페이지가 일부 뜯어졌다.너덜거리는 교재를 영희는 계속 보고 있었다나는 5수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18시간 공부법』이라는 책을 5수형은 길 건너 주택가에 사는 고시생에게서 빌렸다그의 이름은 지섭이었다지섭은 9급 공무원 수험생이었다. 5수형과 그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지섭이 하는 말을 나는 들었었다그는 입시판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왜요?”

5수형이 물었다.

지섭은 말했다.

“평가원은 일관성 없는 난이도만 갖고 있어그래서 단 한 수능이라도 6, 9평에서 예측한 대로 난이도가 정해지지 않지이런 평가원이 내는 시험은 죽은 시험이야.”

하긴!”

“너는 1년 동안 공부도 안 했어?”

“공부를 안 하다뇨? 공부 했어요열심히 했어요우리 강대생 모두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럼 무슨 부정행위를 한 적은 없어? 빌보드에 들기위해 컨닝을 했다거나?”

없어요.”

그렇다면 수능 직전에 기도를 드리지 않은거야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은거지.”

기도도 올렸어요. 과탐시간엔 기도하면서 눈으로 화학 4문제를 모두 풀었다구요.”

그런데이게 뭐야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지불공평하지 않아이제 이 입시판을 떠나야 돼.”

떠나다니어디로?”

“행정고시!”

얘들아!”

원장님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나는 책장을 덮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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