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에서 뭘 배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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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슬슬 6모 시즌이기도 하고, 한의대에 대한 관심도 올라올거같아서 개략적으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크게 양방 / 한방 / 임상 세개로 나뉩니다.
예1때는 양방기초의 기초, 한방기초의 기초를 배우는 시기로 보통
일반화학/일반생물/의학용어, 한의학한문/의학용어/한의학개론을 배웁니다.
보기만해도 PTSD 도지는 죽음의 맹자 구술(맹자견양혜왕...), 기혈수와 오장육부 등 한의학 기초 이론을 배우며 한의학도가 될 준비를 합니다.
예2때는 양한방 기초과목을 배웁니다.
양방기초로는 조직학, 발생학, 미생물학, 생화학, 해부학을 배우고,
한방기초로는 약용식물학(사실 pre-본초학입니다), 본초학 총론, 한의학 총론, 의학한문(학교마다 이름이 달라요!), 의사학(의학 역사)등이 깔립니다.
학교마다 다른데 카데바를 2-1부터 시작하는 학교도 있고, 본1부터 하기도 합니다. 한문 압박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예1보다 유급압박이 줄어드는(?) 기적이 발생하기도 해요.
본과에 들어오면 이제 본격적으로 기초의학과 기초한의학을 배웁니다.
이게 본1과목을 모아본건데, 학교마다 달라서 보통 이 중에서 한두개는 본2로 넘어가거나 예2때 배우기도 합니다.
한의학 과목으로는 원전학(원전, 그러니까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 등 옛 서적들을 원문그대로 배우고 암기한 뒤 구술고사와 백지고사 등을 칩니다..), 본초학(본초, 그러니까 약재들을 배우는데 진품 가품 구별부터 맛까지 전부 끔찍한 암기입니다. 이 친구는 구술과 땡시가 있습니다...), 한방생리학, 한방병리학을 배웁니다.
양방과목으로는 양방생리학, 양방병리학, 해부학(당연히 땡시...), 면역학, 예방의학(한의학은 예방의학을 원래 강조하는 의학이라 중요해요! 한의학적으로 ‘미병’, 아직 병이 아닌 상태지만 병이 생기기의 전단계가 있는데, 이게 예방의학입니다!) 등이 깔립니다.
+ 한의사가 뭔놈의 양방생병리를 다루냐 하시겠지만 한의사는 ICD-10을 사용하여 병 진단을 내립니다. 즉, 차트에 양방병명을 적고 한의학적 진단까지 같이 적어야합니다. 모르면 애초에 한의사를 못해요... 한의사는 ‘현대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이지, ‘고대 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모두가 발전하는 AI시대에 한의사만 고대에 갇히라니 너무한거 아닐까요...
그렇게 본2에 진급하면 이제야 ‘임상기초’를 다룹니다.
해부경혈학, 방제학(약짓는 법), 약리학, 상한온병학(원전과목입니다), 한양방진단의학 등이 깔립니다.
본3은 이제 본격 임상과목을 배우며 병원 실습을 다닐 시즌입니다.
각과학(간/심/비/폐/신계 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침구과, 사상체질과) 실습을 다닙니다. 이 과목들은 한의사 전문의 수련 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추나학, 법의학(한의사가 요양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쓰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이전에 의료인이라 사망진단서를 쓸 수 있는 직군인 만큼 중요합니다.), 임상병리학, 응급처치학, 약침학(이건 학바학), 근골과학, 영상의학(초음파, X-Ray같은 진단기기 사용실습과목입니다)등이 학교들 마음대로(?) 배치됩니다.
본4는 추가로 배우는건 몇개 과목 뿐이고 이땐 임상실습과 국시공부만하는... 고3모드입니다. 가면갈수록 사람들이 미쳐가더라고요...
엄청 가독성이 낮긴 한데, 관심 있게 읽어주셨다면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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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근데 한약이 왜 효능이 있는 건가요?
저번에 속는셈치고 유명한 한의원 갔다가 한약이랑 사은품으로 우황청심환 좀 받아왔는데 먹고나서 한약 먹은 거 까먹으니까 별로 효과가 없던데... 이런 말 하면 정말 실례겠지만 플라시보 효과에 어느정도 기반하고 있는 걸까요....?
플라시보는 모든 약에 있습니다. 위약효과 이상으로 효과가 나는지 검증하는게 임상 실험이고요. 왜 한약이 효과가 있나요? 는 왜 약먹으면 몸이 낫나요? 급으로 너무 포괄적입니다. 증에 맞는 약을 먹으면 낫는다, 이게 한의학적인 접근이고요, tannin, saponin 등 항염증 작용이 있는 성분들이 작용하거나 먹었을때 NK Cell, 인터루킨 작용 증가 등 면역학적 기전이 있다고 설명하면 양의학적 관점이겠죠. 다만 한약은 본초가 진짜 수천가지인 만큼 효과가 워낙 약마다 달라서 일관되게 설명할수 있는 모델은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감기약과 설사약의 기전이 같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런 질문인 셈입니다.
소위 말하는 보약팔이 하시는 분들은 환자 증도 안 잡고 보약 장사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에게서 한약을 받으면 효과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증을 안 잡고 포괄적으로 뿌리는 약이 되면 당연히 약이 강할 수가 없어요. 약이 너무 강한데 환자 증에 안맞으면 탈이 날거잖아요. 진짜 잘 하시는 원장님들은 최소한의 처방으로, 값싼 약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한약입니다. 그런분들이 소위 재야의 고수들이고요.
의학이라는건 재야의 고수라는게 있으면 안됩니다.
무슨 학문이든 고수랑 하수의사 차이는 구별되지 않나요? 재야의 고수라는 표현이 러프해서 그렇지, 약 잘하시는 분들을 고수라고 표현하는게 잘못입니까? 하버드의과대학 교수진의 의술과 개도국 의사들의 의술이 같은 수준인가요? 역으로 한번 물어봅시다. 이건 23차 의료행위라 바로 티나지만 1차의료? 티가 날까요? 한의대는 티가 납니다. 그리고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도 알음알음 더 좋다는 의원 찾아가요. 용한 정형외과는 들어봤어도 정형외과 다녀보니 다 똑같다는 말은 못들어봤어요.
선생님 그럼 수험생들은 무슨 한약 먹으면 좋을까요? 체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거나 너무 긴장하는 상황이 많아서요.
증에 맞는 처방을 잘 받는게 중요해요. 학부생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일반적으로는 청심원 익기탕 등 보약이 좋을 수 있는데 체력 떨어지거나 무기력한게 다른 병인 때문이라고 보면(예를 들어 혈액 순환 기능이 떨어져 몸이 전반적으로 허하다던지...) 또 다른 처방이 나올 수 있고... 제일 좋은건 유명한 한의원 찾아가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입니다.
일본에 한방의학 하시는 전문의분들을 제가 재야의 고수라고 표현하면 그런 말씀 하실겁니까? 그냥 아무리봐도 좋게 말하면 안티테제, 나쁘게 말하면 무논리 아닌가요?